이가을 선생님께서 불로그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그동안 읽은 좋은 책 리뷰를 불로그에 담아 놓고 도서관 을 찾는 아이들과 공유를 하실요량이다
선생님의 불로그 '가을글방'을 만들어 드리러 용인으로 출발했다.
같은 단지에 사는 김기정 작가와 막내 지완이가 가을 선생님 댁에 놀러왔다.
기정 씨 아이들이 지독한 아토피로 고생을 했는데 이곳에서 9년 사는 동안 건강해졌단다.
다음에'가을 글방 '불로그를 개설해 놓고,
선생님이 끓여주신 도가니 국물에 농사지은 무로 슴슴하게 담근 총각 김치 곁들여 한 그릇 뚝딱 해치운 다음
적막 강산 같은 가을 선생 집에서 꿀잠을 잤다.
다음날, 김기정 작가의 안내로 고기리로 향했다.
고기리에 사는 이상권 작가를 불러내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집의 산채 정식은 조미료 맛도 안나고 짜고 맵지 않아 건상식으로 소문이 났단다.
가을 어느날 저 감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보리..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는 어린 손님들.
이상권 선생이 안내 한 곳은 고기교회.
1967년 미국인 도란 부부가 토지를 매입해서 지은 교회는 작고 아담하다.
나는 도시의 대형 교회 건물을 탐욕스럽게 여기는 사람인지라 교회다운 교회를 본듯 반가웠다.
권정생 선생님이 계시던 안동 일직교회를 떠올리는 종탑
교회 뒷마당에서 시낭독회와 음악회를 연다고
목사관에 만든 <밤토실 작은 도서관> 내부.
서가가 들어차면서 아이들이 뒹굴며 책 읽을 공간이 좁아졌단다.
교회 마당의 천막가게.
<그냥 가게>는 마을 주민들이 자신에게는 필요 없지만 남에게 필요할 물건들을 가져다 둔다고 한다.
주인 없이 운영되는 가게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보물들을 사간다고 했다.
이상권 선생 이웃에 산다는'사진작가 이영균 씨가 이글루를 만들고 있었다.
그의 아이들과 동네개들이 모여 이게 뭔 일인고 신바람났다.
토요일 아침부터 전기톱으로 얼음을 잘라내 얼음집을 짖느라 추위도 잊었다.
설계도 없이 눈대중으로 지은 얼음집은 근사하다.
이 집에서 아이들과 무릎 맞대고 앉아 그림책을 읽어줄 젊은 아빠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떠올릴 그리운 추억들이 많아 좋겠다.
아이들이 타던 썰매를 타고 어릴적 논바닥 썰매장을 떠올리는 향기.
이상권씨 집 거실에서 오미자 차(그는 산과 들의 나물과 열매를 채취해서 효소를 직접 담근다고)를 마셨다.
그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딸 단후가 고3이 되었단다.
이글루를 만드는 '심란한 사람"이영균씨의 사진집을 감상했다.
생태 사진을 즐겨 찍는 그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진귀한 음식을 발굴에서 사진에 담고 칼럼을 쓴다고.
고기리 사람들은 집에서 기르던 토종닭한마리를 잡더라도 위령제를 지내는데.
이때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대금, 가야금, 기타 ...연주를 하며 술잔을 기울인다나.
그의 기타 연주를 청해 들었는데 노래를 못 부르니 기타 실력도 없다고 겸손.
자연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는 즐거움을 풀어 놓는 그.
고지리에서 사는 동안 그는 장편 소설 <하늘을 달린다>를 출간했다.
이상권이 만들어 세운 솟대 봉황.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고요 속에서
도란도란 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술잔을 기울이지 않고도 얼마나 달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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