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을 지나 실리콘 벨리근방 산타클라라에
윈체스터 미스테리 하우스가 있다.
이 저택은 윈체스터 라이플 총기 회사 사장 부인이 지은 영혼들의 집이다.
- 2007년 아름이와 윤서방
오래된 마룻바닥과 문쩌귀에서 삐그덕 소리가 들리고 나무 썩는 냄새가 나는 집에서
밤마다 귀신 소리가 들리다 하고 그 곳에서 찍은 사진에 유령이 잡히기도 했다는 루머가 떠돌지만 ,
나는 집안 곳곳에 베어있는 부인의 섬세하고 우아한 기풍을 느끼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있어서 좋았다
윈체스터 부인은 82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38년동안 7층짜리 맨션에 500개의 방을 만들었다.
남편은 윈체스터 73 연발총을 제작하여 거부가 되었는데, 어린 딸에 이어 37살에 죽고 말았다.
총기에 사망한 영혼들의 저주를 받은 탓이라 했다.
엄청난 유산상속자가된 부인은 아이와 남편을 잃은 슬픔에 심령술사를 찾게 되었다고
악령들을 위한 영혼의 집을 짓기 시작한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방을 만드는 일에 심취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슬픔을 견디고 이겨낼 수있었으며. 자신의 영혼까지도 구원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다갔을테다.
그녀는 고용인이나 목수들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나 고아원에 기부금을 보냈고 병원도 설립했다.
그 집에서 유독 내 마음을 끄는 방이 재봉실이었다.
그 방에서 엔틱미싱 테이블을 어루만지며 언제고 나도 아름다운 재봉실을 만들것을 꿈꾸었다.
1851년 세계 최초로 재봉기를 발명한 Issac. M. SINGER 에 의해 설립된 싱거미싱은
161년 동안 세계 재봉기 시장을 선도해 온 명품 미싱 브랜드다.
1863년 미국 뉴저지에 미싱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했다. 2차대전 중에는 무기들을 만들기도 했다고.
할머니의 윗세대부터 어머니가 대를 물려 사용하시던 미싱 브랜드,
싱거 (SINGER)는 여인의 마음을 흔드는 혼수였다.
경매에 올라온 1889년산 엔틱 싱거미싱.
적당한 가격의 엔틱 미싱도 있지만 이 미싱을 본 뒤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까지 오는 배송비 250불도 만만치 않다.
확 질러버려? 셀러하고 딜을 해볼까?
마음 속으로 저울질 하다 그만 놓쳐버렸다.
마감 일자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바느질하는 여자들은 엔틱 미싱에 애착이 있다.
애착이 지나쳐 집착이 된 여자들은 여러 대의 미싱을 수집하기도 하지만
나는 욕심 부리지 않을 작정으로 여태 수집을 미뤄 왔었다.
내가 처음 미싱을 갖게 된 건 우리 승환이 8개월 무렵이다.
옛날 TBC방송<부부대행진> 퀴즈 프로 3등 상품이 브라더 미싱이었다.
미싱을 타려고 방송에 출연해서 열심히 퀴즈를 푼 결과 1등을 하고 말았다.
피디에게 3등 상품과 바꿔 달라고 했더니 이유를 물었다.
아이 옷과 장난감 인형을 만들어 주는데 손바느질이 힘들어서 미싱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디가 1,2,3등 상품은 물론 여성복, 구두, 반상기 셋트를 몽땅 보내주었다.
그 미싱을 35년간 써먹다가 바늘귀 끼기가 힘들어 신형으로 개비했는데
두꺼운 천은 박히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
지금도 그 약해 빠진 넘 살살 구슬려가며 사용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빈티지 의상 전문 매장 스피탈필즈는 우리 나라 잡지에 여러 차례 소개가 되었다.
작년 런던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에서 이 옷가게를 발견 했을 때
디스플레이 된 수백개의 싱거미싱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All Saints Spitalfields in Nottinghill 매장 안에 디스플레이 된 싱거미싱들.
진열된 미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매장에 가득 걸려있는 빈티지 의상은 어머어마하다.
낡고 오래된 옷이라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새 옷 보다 더 비싼 옷들이 수두룩,...
오래 된 것과 낡은 것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이기에 이런 매장이 탄생 되었을 것이다.
이 옷가게 사장은 체인점을 낼 때마다 미싱을 디스플레이한다는데
그 많은 미싱들을 수집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게다.
국민학교 1학년, 임실 이도리집에 살 때
어머니 몰래 싱거미싱에 손을 댔다.
어머니 어깨 너머로 보아온 터라
천을 들이 밀고 오른 손으로 살살 돌려가며 박음질을 시작했다.
큰 동생이 자기도 해 보겠다고 끼어 들었다가 손톱에 바늘이 박히는 불상사가....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나는 자투리 천을 모다거려 호작질을 했다.
혼수준비를 하느라 햇대보에 수를 놓는 막내 이모나 고종사촌 언니 곁에서
나는 인형 옷을 만들었다.
어느날 햇대보에 걸린 오동꽃 빛깔의 오빠루 천으로 지은 어머니 한복 치마가 눈에 들어 왔다.
어린 마음에도 치마 단을 이용해서 바느질을 하면 손쉽고 모양도 예쁘게 나올 것 같았다.
어머니가 아끼던 나들이 옷을 가위로 쓰윽..........요절을 내서 인형 옷을 만들었다.
-어린이를 위한 엔틱 토이 미싱
외출복을 입으려던 어머니가 기암을 하셨다.
"저 년이 커서 뭐가 되려고 실삼스럽다냐!"
일제 천으로 만든 귀한 한복을 요절 냈으니 불같이 화를 내는건 당연하다
나는 엉덩이에 불이 나면서도 인형 옷을 빼앗길까봐 가슴에 꼬옥 앉고 견뎠다.
-경매가가 너무 높아 눈요기만 하는 소잉케이스. 금장에 보라색 케이스인 걸 보니 로얄 페밀리 물건인 것 같다.
나는 인형 수집 뿐만 아니라 바느질 용구도 수집 중이다.
프렌치 소잉도구들은 너무나 아름다워 예술품에 가깝다.
어쩌면 저리도 여인의 마음을 홀리는 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만일 내가 18세기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재봉틀 소리는 내게 음악과 같다.
돌이켜 보면 우리 승환이 아름이 어렸을 때 옷을 해 입히고
장난감을 만들어 주던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10년이라는데 싱거는
160년 한결 같이 해당 분야 세계 1위를 지켜온 브랜드이다.
바느질을 하던 작품을 쓰던 무슨 일이던 열과성을 쏟는다면 세기를 뛰어 넘는 명품이 되는 것을.
'반짇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3호 EMBROIDERED (0) | 2012.02.22 |
---|---|
249호 재페닝 캐비닛 (0) | 2012.02.12 |
220호 인생이 담긴 퀼트 (0) | 2011.12.04 |
224호 마음을 수놓다 (0) | 2011.11.27 |
157호 나 살림하는 여자예요 (0) | 201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