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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

220호 인생이 담긴 퀼트

멀리 가는 향기 2011. 12. 4. 00:15

                          퀼트는 여인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섬유예술이다.

                         천을 조각조각 오리고 이어 붙여 한땀 한땀 공들여 시간을 꿰매는 작업.

                         갖가지 색의 천과  실이 빚어내는 오묘한 색의 향연.

                         

                       

 

 

 영화  '아메리칸 퀼트'에는 퀼트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어록들이 있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주는 색깔이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지

                                                            하지만 나이든 사랑은 누더기 조각들을 바늘로 꿰매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결혼을 앞둔 핀의 할머니는 퀼팅비 모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손녀에게 줄 웨딩퀼트를 만든다.

 웨딩 퀼트의 제목은 '사랑이 머무는 곳'

35년 세월을 알고지낸 일곱명의 여인네들이 저마다의 사랑을 퀼트 조각으로 만들어  

핀의 결혼 선물로 줄  침대 덮개를 완성해 가는  이야기다.

(30센티 정사각형의 퀼트 조각을 불록이라하는데 각자 만든  불록 16개를  이으면 침대 덮개가 왼성된다)

 

용서 할 수 없었던 남편과 동생의 불륜으로 고통 받던 이모 할머니의 웨딩링

 

화가인 남편의 바람기로  긴 세월 속만 썩이던  그녀는 남편이 정말로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플레케 한다

젊어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아플리케한 인어공주

 

.

핀의 할머니인 글래디조의 집,

백인 주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흑인 하녀 아나의 사랑이야기,

다이빙 선수였던 소피아의 인어공주

바람둥이 화가 남편을 둔 엠의 파레트,

남편과 사별한 콘스탄틴의 노랑장미

이모할머니의 웨딩링,

아나의 딸 마리안나의 남성편력을 수놓은 크레이지 퀼트

 

일곱 여인네의 사랑이야기가 불록으로 만들어졌다

 

 

 일곱 여인의  사랑은 숙명이었고 고통이었다.

그녀들은 마음의 상처를 제각각 도려내어 바늘로 찌르고 꿰맨다.

깊은 슬픔들은 무늬 뒤에 숨기고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들만 하얀 천 위에 색색으로 드러내 놓는다.

그렇게 젊은 시절 겪은 사랑과 배신의 상처들은  치유가 되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후에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있게 된것이다.

 

 

 

 

 

 

손녀에게 줄 침대덮개 완성

 

퀼트를 디자인할 때는 (사랑에 대입할 수도 있겠죠)

규칙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직관적으로 용감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요요를 연결해서 만든 가디건

  

 

 

나도 요요 가디건을 만들었다.

요요는 자투리천을 동그랗게 오려두고  지방 강연 다닐 때 기차나 버스 안에서 하나 하나 만들어 두었다가 이어붙였다.

(퀼트가 비싼 건  오랜 제작 시간과  수작업의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퀼트를 배우진 않았다. (바느질도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것)

남들이 만든 작품을 눈여겨 보고 일본 퀼트 책을 보고 혼자 이리저리 궁리해서 흉내만 낸다.

 

퀼트나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선방의 스님들이 참선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이 고요해진다.  한 땀 한 땀 꿰매는 동안 참을성과 인내를 배우게 된다.

평정심을 찾을 수 있어서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

 

영화속 할머니 퀼터들이 웨딩 퀼트를 만들면서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보고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가질수 있었던 것도  퀼트의 덕목이다.

 

사람들이 방부제를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방부제는 바로 바느질이다.

바느질하는 동안  온갖 집착과 욕심을 놓아 버리고 무념무상.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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