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둘 째날, 오후 5시까지 연구 논문 발표가 진행 되는지라 요통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만 오래 걷는 건 괜찮다)
오타케 교수가 유학생 데리고 가고싶은 곳에 다녀오라고 배려를 해줬다.
자원봉사 중이던 유학생 현지와 요코하마로 향했다.
이시카와초 역에서 나와 모토마치 구역으로 가면 최신 유행 명품상점가가 나온다.
어제 돌아다닌 방향과 역순으로 돌았다. 인형의 집을 등지고 커브길을 돌아가자 이와사키 뮤지엄이 나왔다.
이곳을 괴테극장이라 불렀는데 일본 최초로 햄릿을 공연했기 때문.
1885년 외국인 거주자들이 세운 극장을 1980년 이와사키 학원이 재건하여 현재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복장의 역사와 아르누보 글라스 공예, 프랑스 공예품을 전시 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패션 이후 20세기에 이르는 패션의 흐름을 살펴 볼수있다.
나는 엔틱 인형을 수집할 때 셀러의 말을 100% 믿을 수 없기에 인형의 의상을 보고 진위여부를 판단한다.
패션에 관심도 있지만 수집을 위해 패션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보라색 드레스는 르네상스시대의 드레스다. 허리를 더 가늘어 보이기 위해 소매와 스커트를 부풀렸는데
과도한 레이스 주름의 러프칼라와 조화를 이뤘다.
실루엣의 과장은 16세기에 더욱 심해져 전성기 르네상스 양식을 이루게 된다.
검정색 드레스는 초기 르네상스 복식으로 영국 핸리왕의 여섯 왕비들의 초상화에 나타난다.
비즈와 진주를 꿰어 만든 화인 쥬얼리 세트.
디테일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취하고.
여인들의 화장대에 두고 핀이나 모자 핀 같은 소품을 담아두는 장식접시
화장품 용기의 라벨도 여심을 사로잡는다.
아르누보 시대의 유리공예품.
이와사키 박물관의 전시품은 수량은 많지 않지만 격조있고 작품성 있는 소장품들이다.
여인들은 방한을 위해 모피 모자와 목도리를 둘렀는데 토시용 머프를 핸드백으로 사용했다.
나도 '머프백'을 만들어 겨울에 애용을 한다.
코스프레 코너에서 4000앤을 내면 드레스를 골라 입고 촬영을 할 수 있다.
크리놀린 드레스를 입고싶었는데 없다. 그후에 유행한 버슬드레스를 입었다.
환갑 기념이라니까 여직원이 놀라자빠지는 리액션을 하면서 한 장 더 싸비스 해줬다.
전날 외국인 묘지 근방에서 고양이 미술관 표지를 봐두었다.
다리가 아파 기동력이 없는 이상교 선배에게 사진으로나마 뵈주고 싶던 곳이다.
엘리스만 저택과 영국인 저택 사이 좁은 골목길 주택가에서 고양이 박물관을 찾아냈다.
클로즈 문패가 달렸다. 현지가 초인종을 누르니 쉬는 날이라 했다.
발길 돌리기 애석해서 한국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하라고 했다.
에어컨을 꺼두어서 더울거라며 잠시 기다리라는 주인장 할아버지 말씀.
소설가 편해영의 칼럼-<어느 수집가의 작은 박물관>
.............................. 박물관의 규모나 전시 방식은 대형 박물관이나 설비가 좋고 관리가 철저한 박물관에 비하면 옹색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전시품의 규모와 유리로 차단된 전시 방식에 압도당하는 대형 박물관과 달리 동네 할아버지의 옛날 물건들을 하나씩 구경하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고가의 물건들은 아니었지만 오래되고 손때가 묻은 물건이었다. 고양이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게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무렇게나 꽂아둔 편지 봉투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은 그림을 찾듯 뜻밖의 장소에서 고양이 관련 물건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일본이야 워낙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고양이 인형도 어디를 가나 흔한 편이지만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수십 종의 인형들도 생김새가 전부 달라 수집에 기울인 할아버지의 공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선배가 물으니 짐작대로 평생에 걸쳐 모은 물건들이라고 했다. 단지 고양이가 좋아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누군가 여행길에 사다 주기도 하고 오로지 물건을 사러 여행을 다니면서 불어났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고양이 박물관은 할아버지 일생의 전시장이자 재미난 놀이터이고 소규모의 부업장인 셈이었다. 흔히 마니아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 한 가지에 몰두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폐쇄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이 자기만의 세계를 깊고도 넓게 만들어가는 일이 결국은 한 사회의 문화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다양성을 구축하는 일이 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한 나라의 문화란 개개인의 문화적 역량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문화적 영토를 가진 개인이 많은 사회, 그런 개인의 몰입을 존중해 주는 사회의 문화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
주인장 테보야마 할아버지(82세)는 15년 째 고양이 미술관을 운영하신단다.
할아버지와 사오리 할머니는 갤러리 직장동료였다고. 어쩌다보니 2살 연상의 할머니와 결혼까지 했다며 웃으셨다.
전시회 팸플릿을 보여드렸더니 사진 속의 피노키오 작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사오리 할머니가 갤러리에 근무하는 자기 딸을 만나 보고 가라며 당부하기에 명함을 드리고 왔다.
손자가 수집해서 선물했다는 오르골을 손수 틀어주셨다.
할머니가 수집한 프랑스 엔틱 인형들! 몇백씩 호가하는 귀한 베베와 뿌빼인형(진열장 왼쪽 끝 키 큰 인형)이 있었다.
1860년대 유럽 귀부인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뿌빼 인형은 프랑스 패션의 최신 유행을 전파하는 마네킹 역할을 했었다.
파리의 유명 의상실에서는 뿌뻬를 위한 파라솔 , 가방, 장신구들을 의상에 맞춰 제작했다.
뿌뻬는 500만원 이상 호가 하는지라 나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고양이 미술관 돌 하우스 . 이전하기 전 간판으로 사용했던 듯
갤러리에 근무할 당시 문화예술인들과 교류가 잦아지고 그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모은 것이 수집의 시작 이라고.
30여년간 모은 수집품에는 갖가지 추억과 일화가 스며있을 터이다.
그런저런 추억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
이상교 선배가 같이 왔으면 껌벅 죽었을텐데 다리가 아프니. 에휴. 고양이 브로치 선물로 대신...
점심식사를 할 레스토랑을 찾다가 들어간 곳이.
일본 현대건축의 거장 레이먼드가 설계한 실크 무역상 에리스만 저택(1926년)이었다.
전날 원유순 선생 일행과 다리쉼을 하며 지나친 곳
"선생님 거울 보실 때 몰카 했어요."
포즈가 자연스러워 사진마다 작품이라며 화면을 보여주고 웃었다.
현지는 천성이 다정다감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잘 했다.
전공을 잘 살리면 인재가 될 것이다.
2층에 야마테 지역의 건물을 모형으로 만들어 두었다.
야마테 11번관을 비롯한 7개의 서양 건축물들이 공원에 소속되어 보존 되고 있다.
어제 미처 둘러보지 못한 건축물을 현지의 설명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현지는 쿠레이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하고 관심사가 같아 상대방 의식하지 않고 힘든 줄 모르고 다녔다.
부지런히 아르바이트해서 유럽으로 배낭여행 떠나라 했더니. 방학 때 유럽의 박물관 견학을 하게 될거라 했다.
이시카와초역에서 전철을 타고 사쿠라키초역에서 내려 빨간구두버스(관광코스만 도는 100엔짜리 버스)를 타고
아카렌카 소코로 향했다.
세상에! 버스 안에서 아카렌카소코 주변의 인파를 보고 놀랬다.
주변의 건물과 육교에 개미떼처럼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었다. 그 많은 인파를 사진으로 담을수도 없었지만 그야말로 장사진이다.
버스 안의 승객들조차 무슨 일이냐고 묻자. 슈퍼주니어 콘서트가 열린다고 했다.
일찌감치 입장표도 관련상품도 동이났다고 지방에서 올라 온 아가씨가 애석해했다.
한류열풍에 버스 안의 중년부인들이 스고이! (대단하다)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카렌카소코는 1800년대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2002년에 오픈했다.
두 동으로 되어있는데 문화공간과 쇼핑공간으로 나뉘었다.
두 건물 사이에 식물과 모래로 해변을 꾸미고 해변가 어린이풀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여기서 카메라 밧데리가 아웃되었다. 충전기를 챙기지 못했으니 핸드폰으로 대체할 수밖에...
대회장으로 돌아오니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2014년 경주에서 만납시다.
호텔 만찬장에서 폐회식
어린이들이 공연을 했는데 "비를 부르는 춤"이라했던가?
앙증맞고 귀여워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각국 대표 노래 선수들이 열창을 했는데 김용희교수가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가창력으로 청중을....
이것으로 오늘 일정도 잘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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