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출발시간이 늦어진데다 일요일이라 고속도로 사정이 안좋았다.
가이드는 후지산 일정이 무리라고 설레발이었다.
가다서다 거북이 걸음인 버스 안에서 이상교 선배와 권혁준 교수의 가요메들리.
초우,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누가 이여인을 모르시나요. 구월의 노래, ...나의 애창곡이 이어졌다.
애절한 가사 땜시 기어히 눈물바람을 하고.
(그래서 나는 모임 뒷풀이 자리서 노래방 갈때 도망 친다.
남들 흥겹게 노는데 눈물바람 해서 분위기 다운시키는 민폐 끼치는 게 싫어서.)
어쨋거나 후지산 5합목에 도착했다.
40분 머물렀다 출발해야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대단한 인파였다. 후지산 등정후 드러누운 젊은이들도 있었다.
각자 흩어져서 후지산을 즐기기로 했다.
마차가 다니는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말오줌 냄새가 진동해서 내려와 버렸다.
일행들을 불러 사진 찍느라 신나고.
신사에 들기전 손을 씼는 의식으로 몸과 마음을 가즈런히......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축문들이..........
산 아래를 굽어보고 저마다 생각이 달랐을 터였다. 숨가삐 산에 올랐어도 내려가야 하는 법.
인생도 다르지 않아 부침을 서러워 말 일이다.
영욕의 세월도 모두 자기 할 탓이고
이 세상 왔다가 머문 자리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구름에 가리웠던 후지산이 자취를 드러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았는데 인간들이 이러쿵 저러쿵 ....
4박5일 여정이 꿈결 같이 지나갔다.
나는 연구자들이 논문발표를 하는동안 땡땡이 치고 내 방식대로 놀았다.
죽을 때 후회 안 하는 법 중에 가고픈 곳을 여행하는 것도 있다.
후회없이 떠나려고 가고픈 곳은 열심히 찾아다닌다.
비행기 옆 자리의 일본 아가씨들이 한류 잡지를 보기에 물었다.
누구 펜이냐고?
꽃보다 남자의 지우 오빠 펜이란다.
우리 아름이랑 같은 34살인데 1월에 팬미팅 다녀가고 두번 째 팬미팅 이란다.
한국 오빠들이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야사시'해서 좋단다.
야사시라는 말은 여자에게 해당되었는데 세상 많이 달라졌다.
김포공항에서 일본여자가 길을 물었다.
김용희 교수와 내가 같은 방향이라 우리를 따라 오라 했다.
홍대에서 신촌으로 환승하겠다는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 몇 마디 나눴는데
그녀가 내 옷차림을 보고 스고이!하고 리액션을 했다.
김용희 교수가 묻지도 않은 내 나이를 들먹거렸다. ㅋㅋ
동문서답을 하다가 그녀 가방에서 삐져나온 파일에 손금보는 그림이 있기에
내 손을 내밀었다.
"아티스트노! 오우 썩쎄스&^$#@"
그 말만 겨우 알아들었다.
다음 역 홍대에서 내려 환승하라 일러 주고 나오는데 김용희교수가 말했다.
"누나 , 한국사람 되게 친절하다 그러겠지?"
"아이고 일본 사람은 직접 데려다 주잖어."
민간인 개개인이 만나면 한일 관계는 우호적이다.
정치인들이 과거사 문제를 왜곡 시키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사이좋은 이웃 사촌이다.
'여행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0 회 시흥 (0) | 2012.10.19 |
---|---|
347호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0) | 2012.09.25 |
332호 동경대회 넷째날-동경 국제 어린이 도서관-아사쿠사 (0) | 2012.08.30 |
331호 동경 셋째날 요코하마 (0) | 2012.08.28 |
330호 동경 둘째날(2부) -요코하마 인형의집 (0) | 2012.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