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창수면의 창수초등학교는 전교생 41명의 작은 학교다.
초임교사로 온 5학년 담임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내게로 전해져서 아이들을 만났다.
"김향이 선생님이 시골 학교에 오신데요? 왜요?"
교장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진짜 왔다. 정말이야."
담임선생님 잘 만난 덕에 맹꽁이 원정대 책도 선물받고 작가도 직접 대면 하게 된 것이다.
시골 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편부 편모 조손 가정의 아이들이다.
정에 주리고 허기져서 기가 없다.
또래에게 자기 이야기는 잘 해도 남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줄 모른다.
그만큼 외롭고 절박하다는 거다.
따뜻한 말 한마디 관심어린 격려가 힘이 된다.
머리카락으로 도깨비뿔을 만든 장난꾸러기 딱걸렸다.
'부르너를 위한 책''나는 책이 싫어요' 읽은 다음 '나는책이야'를 읽기로 약속했다.
상급생과 동급생 앞에서 약속했으니 대장부 약속은 지키겠지.
세상에! 담임 선생님이 <바람은 불어도>를 읽어주셨단다.
<바람은 불어도>는 아버지, 어머니 교대로 병원생활 하시는 바람에 공백기 겪고 어렵게 쓴 글이다.
초고를 읽은 조카 륭이가 오늘은 얼마큼 썼느냐? 언제 끝낼거냐? 물어서 용기 백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게임 대마왕 나우 케릭터는 륭이 도움을 받아서 썼다. 일러스트를 그리던 윤문영 선생님은 내가 게임을 잘 하는 줄 아셨단다.
흐미, 게임은 한 번도 안 해 봤는디요. 시간 아까워서 못 해요.
"작가 생활이 힘들진 않으세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생이 어디 있다더냐. 태어난 순간부터 고행인 것을.
"맹꽁이 책방 아이들은 나하고 다른 아이들이잖아요."
이녀석 상당히 씨니컬하다.
어린 가슴에 서러움이 많이 쌓였다는 표현이다.
키만 훌쩍 컸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
"행복은 백마 탄 왕자님이 가져다 주는 거 아니다.
요기 네 마음속에 숨어 있어. 행복은 네 스스로 찾아내는거야."
머뭇머뭇 주저주저 하다가
"맹꽁이 원정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요?"
안경테 고른 안목이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다. 겉멋이 잔뜩 든 녀석도 친구들 앞에서 약속하고 말았다.
책속에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내기로.
4학년
5학년
6학년이라도 도회지 3학년 수준인,
그야말로 티없이 순박한 아이들.
다행히 도서관에 책은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제 동기부여가 되어서 책과 친구가 되는 일만 남았다.
촌뜨기라 놀림 받고 숫기 없던 울보 김향이가 도서관 드나들며 운명을 개척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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