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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364회 영양초등학교

멀리 가는 향기 2012. 11. 21. 23:09

영양은 교통이 안 좋은 오지다 . 그래서 작년 여름 초청 강연이 성사 되지 못했다.

문경숙 사서가  올 해 또 강연 요청을 했다.

고속버스로 4시간 30분,  오고가고 하루 12시간 차를 타야  했다.

 

영양읍 관내의 초 중등 아이들이 모였다.

강당에 입장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어찌나 단정한지 놀랐다!

교장 선생님, 교육청 학무과장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 지역 아이들이 독서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것은 조지훈,오일도,이문열 ,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문향의 자긍심 때문이라고.

아, 동화작가  배익천 선배도 이곳 출신이다.

 

 

강연 끝내고 맨 바닥에 오래 앉아 견뎌준 아이들을 칭찬 했더니

"선생님의 카리스마에 눌려서 "그렇단다.

 

문경숙 사서의 안내로 주실과 두들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주실 마을 입구는 숲이 울창해서 왜적의 침입을 받지 않았다고.                                          조지훈 시인의 생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주실마을은 한양 조씨 집성촌으로  마을의 모습이 배의 모습을 닮아 그리 붙여졌다고 한다.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은 경상도 북부 지방의 전형적인 양반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호은종택에 발을 들이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종택과 마주하고 있는 문필봉을 찾아보는 일이다.

대문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는 봉우리가 바로 주실마을의 문필봉(文筆峰)이다.

풍수학에서  문필봉을 마주하고 있는 집이나 마을에서는 훌륭한 학자가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실마을의 문필봉은  옆으로 물길까지 끼고 있어  붓에 물이 더해지는 형국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예로부터 주실마을에는 재물과 사람 그리고 문장은 남에게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三不借)의 전통을 이어온다.

사랑채에 유리문을 달았다. 영양의 겨울은 길고 춥다. 그래서 강원남도로 불린단다.

 

부엌문이 크다 싶었는데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이었다.

경상도 사나이들의 남성 우월주의와  고집 ,지조의 단면을 엿보이는 것 같다.

 

영양은 골이 깊은 오지라  청정지역이다.

산허리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들어 앉은 기와집들이 고즈넉하다.

 

 

 

다음 행선지는 두들 마을.이문열 작가가 후학들을 위해 고향에 세운 광산문학연구소

 

마주 보이는 건물이 강연장 이라고.

 

누각에 올라 주위를 돌아 보면  사대부가 한옥의 규모와 당당함에 놀라게 된다.

 

 

이문열 소설 '선택'의 주인공, 정부인 안동 장씨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글로 음식 디미방을 저술했다.

임진왜란이 시작 되기 하루 전에 태어나 83세로 생을 마친 그는 시 서 화는 물론 음식에도 조예가 깊었다.

스스로 개발한 음식 조리 법146 종을 눈이 침침한 나이에 저술 하였다.

7남 3녀 중 아들을 모두 학자로 키워내  여중 군자로 불리게 되었다.

 

                 -    가로등의 반딧불이와 고추 조형물.

지방마다  특산물을 알리는 가로등 조형물을 세우는데 관리들의 안목이 세수를 낭비하는 현장을 목도한다.

 

 

차시간에 서둘러 발길을 돌리면서 내년 봄에 문학기행을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송 주산지와 주왕산의 빼어난 경치를 탐하고 영양의 주실과 두들마을의 문향에 취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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