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막내 이모가 순천만 정원 축제 다녀오는 길에 우리 집에서 주무셨다.
아침나절에 엄니랑 이모 모시고 나물 뜯으러 다녀와서 이야기 끝에,
동사무소에서 영정사진을 찍어줬는데 이상하게 나와서 이모부가 찢어버리라 했다고.
마침 5월 24일이 칠순이라기에 기념사진을 찍어드리마 했다.
엄니 저고리를 입혀드리고 화장을 해드렸다.
칠십 평생에 남 한테 얼굴 맡긴 게 처음이라는 이모
"청담동 사모님 간지나게 보석 귀걸이도 합시다."
"딸랑이 귀걸이가 어색 한디?"
"고럼. 제가 만든 헝겊 귀걸이로."
사진 촬영은 큰동생이 맡았다.
몸배 바지에 저고리만 입고 ..........
나이들면 눈꺼풀이 처져서 눈이 작아보인다.
눈화장으로 최대한 커보이게 커버를 하고
"우리 하람이처럼 브이자도 만들어야지."
"여배우들이 이런 포즈로 찍더라."
외국 지사장으로 나가 있는 외아들과 손녀가 보고싶다고 전화로 종종 하소연하는 이모.
"박정임이가 아들 하나는 잘 키웠지?"
이모는 우리 엄니와 성격이 다르다.
붙임성 있고 활달해서 사교적이다.
어머니 형제 중에 유일하게 멋도 부릴 줄 아신다.
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실버 댄스 공연도 하셨단다.
내가 초등학교 갓 입학 했을 때 이모가 교과서를 펼쳐 놓고 글자 공부를 시켰다.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지어 읽는 나를 보고 이모가 박장대소하던 장면이 또렸하다.
그러고 보니 나하고 8살 차이라 같이 늙어간다.
방금 찍은 사진을 컴프터로 수정작업까지 하는 걸 보고 이모가 놀랐다.
날로 발전하는 광명천지에 뒷방 늙은이로 늙어간다는 건 서글픔이다.
내가 얼마나 세상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몸소 부딪쳐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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