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부터 3월 까지는 들어 앉아 작품 쓰기로 작정하고 강연을 안 받았다.
그런데 광주의 한 초등학교 강연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시간이 필요하대서 2월로 미루어졌다.
사회 복지사 선생님이 나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사서 선생님 따로 계셨다.
사서 선생님이 손을 놓고 있다는게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들통이 났다.
교장선생님도 독서지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사서 선생님마저 자기 본분을 잊고 있었다.
학원 빼먹을 핑계 김에 모인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가라고 당부했다.
나는 독서력이 있는 아이들이 모였는 줄 알고 새 강의자료를 들고 왔는데 아차 싶었다.
(7가지 강의 안을 만들고 아이들 수준에 맞춰 이야기 한다)
강연 끝내고
광주역으로 마중나와 픽업을 해준 김영미 시인의 안내로 운주사로 향했다.
1996년 1월 28-30 계몽문학회 남도 문학기행 이후 18년만의 발길이다.
(당시 기행문을 쓴 동화작가 임정진의 글 중에서 운주사 대목을 퍼왔다)
운주사로 방향을 정하고 버스는 광주를 벗어나 온화하게만 보이는 남도의 산과 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든 특별가이드 손동연 선생님. 운주사에 대해 어찌나 자세하고 멋지게 설명을 하는지 운주사를 보기도 전에 운주사가 눈 앞에 그려졌다.
운주사 설명에 섞여 나오는 동학군, 화순 탄광 노동자, 80년의 광주 시민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역사는 우리를 단순한 관광객이 될 수 없음을 일깨워 주었다.
“제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어설픈 지식으로 유적지를 보지 마십시오. 들은 거,
아는 거 다 무시하고 그냥 느끼십시오.”
드디어 운주사.
구름이 머무는 곳인가, 배가 항해하는 형상인가. 아무려면 어떤가. 천불천탑의 전설이 있는 곳.
두 분의 부처가 평화로이 누워 계신 곳.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둥근 맷돌바위가 각기 다른 크기로 산 중턱에 박혀 있는 곳.
광배도 없는 부처와 허술한 탑이 여기저기 눈이 닿는 곳마다 널려 있는 절터.
음의 기운을 누르려고 천탑을 세웠다던가. 누운 부처만 일으키면 세상을 개혁할 수 있다던가.
탑이며 부처에 대해 손선생님이 안내를 할 때마다 우리 일행이 아닌 관광객들까지 설명이 아쉬운 듯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이 많은 탑과 석불을 깎아 세우면서 과연 우리 조상들은 어떤 희망을 가졌을까?
천탑의 전설은 지금 우리들이 만들고 있는 이 작은 돌무더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천불은 절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운주사를 휘감고 나가는 바람은 대답이 없다.
.....................................................................
그날 나는 산 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두 분 부처님을 보자마자 <부처님 일어나세요>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학기행의 행선지였던 5.18 묘역에서 80년 5월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항거하는 용기를 보았다.
여행 이후 5월 민주화 항쟁의 뼈아픈 기억을 <부처님 일어나세요>라는 중편동화 속에 녹여냈다.
<부처님 일어나세요>는 2000년, 김재홍의 그림을 빌어 <쌀뱅이를 아시나요/ 파랑새>라는 제목의 중단편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절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얻어냈다. (운주사 와불,. 해인사 비로자나불 복장유물. 금정사 독성전 꽃살문)
색동 두부집에서 광주의 맛깔난 음식으로 입호강을 했다. 고즈넉한 운주사에서 눈호강까지 했으니..........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수를 놓다가 "사는 거 거치 사요," 김종상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고 혼자 웃었다.
필경 통신을 보시고 또 그리 말씀하실 터이다.
'동화, 강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2회 우리 동백 출간 (0) | 2014.03.02 |
---|---|
509회 동화 세상 총회및 동화학교 졸업식 (0) | 2014.02.22 |
500회 문득 편지 답장을 쓰다가 (0) | 2014.01.23 |
499회 작가도 세일즈 맨이다 (0) | 2014.01.19 |
490 회 비룡소 송년회 (0) | 201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