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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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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

530호 귀한 손님

멀리 가는 향기 2014. 4. 29. 22:32

 

손님이 온다.

엄니가 뜯어 온 쑥을 넣고 빵을 구웠다.  쑥을 잘게 썰어 넣고  크렌베리, 단호박, 호랑이 콩 넣은 푸젼 쑥버무리.

 

 모싯잎 떡과 곁들여서  은쟁반에 담아 놓고

 

 2단 트레이에 쇠뜨기 , 씀바귀, 철죽 , 수수꽃다리 ,둥굴레를  꽂았다.

 과일도 담고

 

               트레이 콘솔에 세팅을 끝냈다.

 

                              드디어 손님이 도착했다.

 

비룡소 편집자,  화가 김보라씨, 디자이너가 방문했다.

이 세 사람이 합심해서 <그날 밤 인형의 집에서>를 스테디셀러로 만들어내야 한다.

 

일러스트를 그릴 화가가  오랜 숙고 끝에 결정이 되었다.

그녀의 첫인상도 좋다.

날씬하고 예쁘고 멋쟁이인 것을 보면  게으르지 않겠다. 그동안 속 썩인 화가들은 몸이 무거웠다.

화가들은 인물을 그릴 때 자기 얼굴을 닮게 그리기 때문에 화가가 어떤 관상인지도 중요하다.

한번은 인물들 얼굴이 주걱턱에 오이처럼 길쭉해서 출판사 사장님이 화가를 교채 한적이 있었는데 화가 얼굴이 그렇게 생겼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몽환적이고 디테일한 화풍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 또한 장식적인 요소를 즐겨 그리는 터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

 

동화책은 작가와 화가가 팀웍을 해야한다.

작품이 완성되고도 화가 일정 때문에 기다리고, 작업을 시작했더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잠적을 하고 .... 2,3년 잡아 먹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화가는 그림을 퀵으로 보냈는데 그림이 날아갔다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더란다.

 

 

보라씨는  인형들 사진을 찍고 인형의집 분위기를 느끼려고 방문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수집한 예쁜 책들을 그녀들에게 보여주었다.

 

 

 

18-9세기 책의 일러스트는 대부분 에칭작업을 했다.

에칭은 동판에  뽀족한 도구로 밑그림을 그린 후  산으로 부식시킨 다음  잉크를 발라 찍어 내는 판화기법이다.

 에칭은 19세기에  대부분의 미술가들이 이용했으며, 20세기에는 몇몇 이름 난 미술가들이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이 기법을 애용했다.

그 가운데  피카소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검은말 이야기>로 소개된 책

 

 <블랙 뷰티>는 편집자가 개정판을 내려고 삽화를 교채하거나 빼는 작업을 해 놓았다.

 

 

 

고서들을 보는 재미는 레이아웃에도 있다.

활자 크기변화와 명암(예전에는 조판 인쇄를 했기에 잉크가 진하게 먹힌 부분이 있다), 면의 구성이 아기자기하다.

 

화려한 장식은 그 시절 장인들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알파벳 첫 글자에 조형미를 주거나 그림을 배치해서 가독성과 창조성을 높여주었다.

 

 일러스트 면에 얇은 미농지를 덧붙여 놓고 한 문장을 인쇄해서 주목을 시키고 한번 더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날밤 인형의 집에서> 에는  1800-1900년대 서양 주거 공간과 복식이 등장한다. 

 

보라씨가 자료조사를 많이 해야하는 부분이다.

아고 귀여워.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모래........

면지도 사랑스럽다.

오스트리아 여행중에 멜크 수도원 도서관에서 본 책들을 잊을수가 없다.

필사본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사진을 보는 듯한 일러스트의 디테일에 숨이 막혔다.

예쁜 것을 보면 환장하는 나는 우리는 언제쯤 이런 책을 만들게 되나. 한숨만 푹푹..........

빨리빨리 냄비 근성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타샤튜더 선생님의 일러스트엔 아기자기한 꽃장식이 많다.

 

이번에는 내 바람대로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면 우선 화가가 작업을 재밌고 즐겁게 해야하고 디자이너가 어시스트를 잘 해줘야 한다.

디자이너 또한 만만찮은 멋쟁이라 두 사람의 감각이 잘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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