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물푸레 북까페에서 벼룩시장 하던 날 ,
나도 옷장 정리한 옷들을 들고 나가 좌판을 벌였다. 초딩아이들은 딱지와 장난감들을 펼쳐 놓았다.
내가 뻘쭘할까봐 말로(재즈보컬리스트 )가 옆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쌩얼의 그녀를 알아 본 아줌마가 팬이라며 사진을 찍자고 했다.
존 레논을 떠올리는 헤어스타일에다 동그란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녀는 차림새처럼 성격도 털털하다.
"이거 입어 봐 .예쁘잖아."
"여자 같잖아요.$#%..........."
여자가 여자 옷 입지 그럼 사내 옷 입어?
그런데 노래 부를 때는 딴 사람이 된다.
말로를 모르는분들을 위해서 잠깐,
글쎄요 한국적인 정서라고 얘기하시는 이유는 아마 대체로 3집 '벗꽃지다' 라는 앨범을 만들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요. 일단 가사가 다 한국말이기 때문에 한국말만의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정서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한국말로 노래를 만들다 보니까 가사들이 유머러스하거나 풍자적인 가사가 아니었고 좀 시적인 언어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삶을 어느 정도 살아낸 아주 젊은이들이 아니라 3~40 대들의 삶에 대한 관점 그런것들을 설명하는 그런 가사들이었거든요. 사실 스윙이란 리듬하고 제가 지금 가지고있는 한국가사들과 좀 안맞았던거죠. 그래서 다른 종류의 시도가 저한테 필요했었고 그러기 위해서 스윙을 버리고 다른 리듬을 적극적으로 끌어와서 가사를 표현하려고 애를썼죠. 그런데 저는 재즈뮤지션이니까 그런작업들이 다 재즈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게 된거죠. 그러다보니 결과물에 있어서 한국적인 재즈다 라고 많이 얘기해주시는것 같아요.
이 작업을 할 때 제가 가사를 먼저 받았어요. 이주엽씨라고 지금 제 소속사 대표님이신데 그분이 원래 신문사에 계셨어요. 그 때 신문사 동료분이 장병욱기자님이라고 재즈에 해박하신 분이 계세요. 그 분이 한번 만나자 해서 커피숍에 갔더니 A4뭉치를 잔뜩 저한테 주시면서 한번 보라고 하셔서 보니까 이게 시의 묶음인데 '이걸 왜 저한테 주십니까'하니까 '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곡을 붙여보면 어떻겠느냐' 하셔서 봤는데 보는 순간 머릿속으로 곡이 쫙 지나가는.. 거짓말이 아니라(웃음) 저하고 코드가 잘 맞았던 거죠. 가사내용이. 그래서 그걸 가지고 왔는데 그 말들이 일단 서술적이지 않고 노래가사니까 그런 생략 축약이 이런 것들이 많이 들어있던 거죠. 이주엽씨가 나이대가 저랑 많이 비슷하세요 많이 차이 나지 않고. 똑같은 40대. 그런데 이분이 생각하시는 글에 대한 느낌 감각이 저하고 비슷하더라고요.
어느 날 인사동 카페 구석에서 패티김<구월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그 노래의 주인공을 물었고 , 그녀의 노래에 반했다.
(노래는 가장 적나라하게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기에 눈물이 많은 나는 혼자 있을 때 노래를 듣지 않는다.)
그녀의 음색은 파도를 닮았다.조용하고 잔잔하다가도 허스키하게 강렬해지는가하면 격정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말로는 객석을 압도하는 스캣(의미 없는 음절을 이어 자유롭게 노래하는 것)으로 ‘스캣의 여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벼룩시장 행사 끝내고, 말로 덕분에 전제덕의 하모니카 콘서트를 보러 LG아트센터로 갔다.
8년여 만에 한우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신애숙이 홈피에 안부를 물었기에 그녀를 불러냈다.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 올리고 관리하는 건 다 그녀한테 배웠다.
애러가 나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녀는 성격대로 조근조근 나긋나긋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하다.
어느 핸가 맹학교에 강연을 갔는데 강연 전에 그가 올라 와서 후배들에게 연주를 해주었다.
솔직히 나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막막했었다.
강연 전 날 스카프로 눈을 가리고 장애체험을 해보다가 다칠 것 같아서 금방 풀어 버렸다.
그런데 악기를 연주 하다니!
기적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지만 간절하게 원하면 아무에게나 이루어진다는 걸 그때 알았다.
전제덕 3집 <댄싱버드> 앨범에 수록 된 11곡을 연주했다.
악보도 보지 않고 어떻게 그 많은 노래를 기억할까?
그는 눈 대신 온몸으로 느낀 봄을 섬세하고 편안하게 표현했다. 기분이 산뜻해졌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새' 를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눈을 뜨고 사는 사람은 모를 거에요. 저는 눈 외에 각종 감각을 동원해서 표현해요. 눈을 감고 정원에 서 있는데 새가 날고, 저는 나무를 만지고 있고 그 곳에서 꽃이 피어나고 그런 것들.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이죠. 단편적으로 설명해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런 감각들이 눈이 아닌 각종 감각세포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
JK김동욱이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재즈 한 곡 부르고 ‘영영’을 들려주었다.
공연장에서 여럿이 함께 듣는 노래는 견딜만 했다.
언제쯤이면 내 가슴에서 애절한 노래들이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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