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미술관 나들이

526호 봄날 인사동에서 노닐다

멀리 가는 향기 2014. 4. 14. 22:26

 월요일 점심무렵  인사동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동무들을 만났다.

 

 

귀자가 부채를 선물로 주었다.

그녀의 글씨들이 반듯반듯 나란나란 정겹다.

요즘은 그림을 배운다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소리!

그녀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다.

어떤 날은 만나서 헤어질때까지 그녀의 가지가지 병세만 듣다 오는 날도 있었다.

근래엔 난청 때문에  이어폰으로 견디고 치매치료제인 뇌활성제와 항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나는 매번 운동과 취미생활을 시작하라고 잔소리 했었다.

 

 

점심식사 후에 그녀들을 이끌고 경인미술관 전시장을 돌았다.

 

 

사진 찍히는 것을 한사코 마다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거울을 멀리하고 카메라 앞에 서기 싫어지면 노쇠해진다는 증거다.

노후가 행복하려면 건강관리가  우선이다.

 

 

 

-  윤주엄마 미모는 인터넷 울렁증이 있는 관계로 공개를 못합니다.

 

 

동무들과 헤어져  한국미술관 전시실에서 윤주엄마를 만났다.

그녀가 화가로 머리를 올리는 첫 그룹전시를 한것이다.

 그녀의 수채화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는지 알기에 그랬다.

 

.

 

윤주엄마는 항생제 내성 격리병동에서  환자 보호자로 만났다.

 

모 항공사 기장인 윤주 아빠는 책임감이 강한 완벽주의자였다. 

반듯한 성품에 깔끔하기까지해서 그녀는 마대걸레를 들고 남편  침상주변을  반질반질 닦아야했다.

위암 말기 환자인  윤주아빠는 곡기도 끊고  모르핀 주사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오랜 병원생활로 쇠약할 대로 쇠약해져있었다.

그녀가 남편 손목에 묶은 끈을 붙들고 자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울었다. 장차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병상련으로 함께 먹고 자며 임의로운 사이가 되었다.

윤주 아빠 보내고 20일만에 우리 남편도 떠났다.

그 힘든 시절 나는 일 때문에 견뎌냈지만 그녀는 남편 빈자리가 커서 눈물로 보냈다.

 

그녀가 울적하다고 전화 할 때마다 운동으로 체력키우고  취미생활 하라고 권했다.

그녀가 요가를 하고 수채화를 배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는 위로 언니 하나 밑으로 여생생이 넷이나 된다.

                            남동생만 수두룩한 나는 그녀 동생들과 자매처럼 지낸다. 

 

 

윤주엄마가 그림을 철수 사러 간 사이 동생들과 전시장을 돌고

 

 

쌈지길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놀았다.

 

 

 

사랑해. 사랑해........... 소리없는 아우성

길바닥 돌멩이 보다 흔한 사랑이 주렁주렁 걸렸다.

 

 

 

 

 별궁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에 윤주엄마 제부가  무속 연구가라기에,

<달님은 알지요> 소재를 KBS홀 개관기념 대한민국  국악제에서 굿공연을 보고 얻었다 했더니

자기가 굿공연을 기획했다고 했다. 이런 인연이 .

세째 희정씨가 연극 <엄마를 부탁해>에 캐스팅 되었다기에 그 많은 대사 어찌 외우냐고 물었다.

"통장에 돈 들어오면 외워져요. " 명쾌한 대답이다.

대본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상대방 대사을 읽으며 외운다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임정진과 심상우 일당을 만났다.

이야기에 열중해 있느라 건너편 자리서 떠들썩한 그들을 못 본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 한 잔에 취했는지 봄밤에 취했는지 인정에 취했는지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아.

콧노래를 흥얼흥얼...................

 

'미술관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577호 인사동 나들이  (0) 2014.09.19
532호 전제덕의 하모니카 콘서트  (0) 2014.05.03
501회 앤드류 와이어스  (0) 2014.01.26
494회 블루도그스  (0) 2013.12.28
453회 고갱전, 명성왕후전  (0) 2013.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