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출판에서 진행할 고학년 동화 <체체크>에 일러스트를 그릴 화가가 백대승씨로 결정 되었다.
그는 신화나 설화를 바탕으로한 환타지 쪽의 그림을 그려왔다.
작업 들어가기 전에 화가, 편집자, 디자이너 이 세사람이 일정 조율하고 작품 분석 하고 어떻게 표현을 극대화 할 것인지를 논의 한다.
나는 대부분 이 자리에 자진해서 참석을 하는 편이다.
화가가 자료를 찾느라 시간 낭비 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자료 제공도 하고 도움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백 대승씨는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 작품을 쓰신 의도가 뭐예요?"
화가가 내게 물었다.
나는 그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화가들이 작업 구상을 하기 전에 작품 분석을 하면서 간파를 하겠지만
작가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였다.
세차례 청소년 해외 봉사 활동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엄마들의 교육탓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여럿이 무리지어 목소리낼 때는 한 목소리로 용감 하지만 무리에서 낙오되어 왕따 될까 겁내고 한 명 한 명 떨어 트려 놓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만 봐도 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는 것과 교육을 통해 아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모르는,
엄마에게 길들여진 마마보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와이프 보이로 길들여지기 마련이다.
척박한 자연 환경에 맞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몽골 소녀 체체크의 당찬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달님은 알지요>의 송화 케릭터엔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투영 되었지만 염소 아가씨로 불리는 <체체크>는 다르다.
염소처럼 뿔로 들이받을 줄도 아는 고집 세고 모험심 많은 체체크를 그려내면서 나는 얼마나 통쾌 했던가!
디자이너 동기씨는 이미 레이아웃을 끝내고 주인공 체체크의 케릭터를 머릿속에 그려두고 있었다.
꼼꼼하다.
사실 남자 편집자에 두 번이나 실망한 적이 있는 나는 디자이너가 남자여서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준비성에 감탄하고 말수 적은 화가에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신뢰가 갔다.
화가 또한 잠수를 타거나 약속을 밥먹듯이 어길 사람 같지 않고 성실해 보였다.
이 두 남정네가 얼마나 의기투합해서 작품을 살려 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소설책이나 시집과 달리 동화책을 만드는 일은 팀웍이다.
내가 작품에 맞는 화가를 선택하는 일에 고심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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