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착지인 핀란드 헬싱키 아파트는 미스 티니(?) 대표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아름다운 삼십대 미씨 안젤라의 집이었다.
나름대로 아기자기 꾸민 그녀의 집에는 미국에서 온 남자애가 방 한 칸을 차지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녀석이 냄비 밑에 드라이플라워 소품이 들러붙은걸 모르고 렌지를 사용했는지 온 집안에 탄내가 가득했었다.
타일벽까지 그을려 놓고 모른척 시치미 떼서 혜숙씨가 닦느라 생고생............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아주 낯설었던 그 집은 찻길에서 멀지 않아 그닥 나쁘지 않았다.
그 건물 1층에 엔틱 가게가있었는데 예쁜 모자랄 레이스들을 찜해 놓고도 6시면 가게 문을 닫기에 그림의 떡.
그 집에선 사진을 찍지 못했다.
노르웨이 스타방게르 단독주택은 집주인 꼬락서니와 정 반대 되는 깨끗하고 넓직한 집이었다.
담배냄새와 겨드랑내를 풍기며 자기 집 자랑을 하다가 내 손을 덥석 잡을 때는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깨진 자동차 유리 대신 천으로 가리고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것 하며 더러운 시트를 보고
집 꼬라지는 오죽할까 지례 겁을 먹었다가 깨끗한 집을 보고 놀란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구시가지를 도보로 왕래할 거리인데다 마트가 길 건너에 있어 노르웨이산 연어를 실컷 포식했었다.
오슬로 아파트는 자매가 직장생활 하면서 투잡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동생이 오슬로역 시계탑 인포로 마중나왔다.
구 시가지까지 걸어다닐 수도 있는 거리에 아파트가 있었다.
중정에는 이웃들끼리 담소를 나눌수있는 테이블이 있어서 정겨운 인상을 주던 숙소였다.
여행 안내서들이 꽃힌 책장과 베란다의 화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던 밝고 깨끗한 집.
코펜하겐의 아파트는 팔려고 내 놓은 살림집을 빌려준 것 같았다. 베란다와 거실로 쏱아져 들어온 햇살에 탄성이 터졌다.
주방에 온갖 조리도구와 양념들이 갖춰져 있어서 장 봐다가 밥 해먹기 편했다.
알이 작은 감자와 손가락 굵기의 당근은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치즈와 유제품과 함께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건과일과 곡식이 들어간 빵도 거칠긴 해도 씹을수록 구수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아파트는 가장 럭셔리한 숙소였다.
영화에서 본 3명이 들어서면 꽉차는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산층 아파트.
사진으로 보아 50대로 보이는 호스트는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
자기 집을 빌려주고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식탁 위에 자상하게 편지를 남겨두었다.
그녀가 화분들에 물을 줘 달리기에 신경을 써서 물 담당을 했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창틀에 있던 심비디움 화분이 마룻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바람에 창문이 열리면서 그리된 것이다.
주영쌤이 본드를 찾아 화분 굽도리를 붙여 놓았고 , 나는 그린색 유리 대접에 물을 담고 심비디움 꽃 송이를 띄워 놓았다.
주인이 속상해 할 텐데..........
안주인은 그림에도 관심이 많고 독서량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외국도서의 표지정정은 칼라풀해서 책도 인테리어 소품이 되었다.
침실은 세개의 분위기가 모던, 엘레강스, 엔틱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썬텐을 할 수 있도록 벤치를 놓은 베란다도 꽃들로 꾸며 놓았는데 벽을 타고 조롱조롱 올라간 등초롱이 아기자기했다.
자기가 살고있는 집을 낯선 이방인에게 거리낌없이 빌려주는 아량, 배려에 대한 느낌이 신선했다.
영국에서 1860년대 집을 비엔비로 운영하는 숙박업소에 감탄을 했지만 그것과 또 다른 감동이었다.
라트비아 리가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구 시가지 안에 숙소가. 그것도 리가 시내를 내려다 볼 수있는 첨탑이 있는 베드로 성당 코 앞에 !
바로 뒤편 골목에 검은 머리 전당 광장이 있는데 그곳을 찾아 먼 길을 삥 돌아 물어 물어 찾아온 것이다.
너무나 황당해서 웃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룻밤 밖에...............
에스토니아 탈린의 아파트는 4층 펜트 하우스였다!
북유럽 집들은 천창이 있어서 햇살을 귀하게 모셔들인다.
복층 침실엔 천창이 있었는데 외출했다 돌아오면 집안이 찜통이었다.
천창을 열 줄 몰라 구시렁 대다가 긴 막대를 찾아냈다.
천창을 열었을 뿐인데 온 집안에 공기 순환이 되면서 서늘............
거실 창문도 벽을 다 차지할 정도로 커서 아침마다 햇볕이 눈부시게 작렬.
복층 구조의 침실로 오르내리려니 종아리가 아파 나는 거실 쇼파에서 잤다.
짐을 들어 올려주겠다던 호스트는 연락도 잘 되지 않아 배유안 애를 태운 마지막 아파트.
미운 놈 떡 하나 준다고 꽃을 선물하고 나왔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옛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다.
불편을 감내하며 산다.
오래된 아파트는 페인트를 덧칠하며 관리할 뿐 절대로 구조변경은 못한다.
특히 번호키에 익숙해진 우리가 구식 열쇠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화장실과 욕실이 구분되었는데 욕조 없는 욕실이 비좁아 이 선생은 아주 불편했을 듯.
에어컨 선풍기 사용도 않하고 전기를 아껴 쓰는 편이라 과부화가 걸리면 스톱 된다.
우리처럼 간판으로 도배를 한 건물도 없고 네온싸인으로 휘황한 밤거리도 없어 눈이 편안했다.
우리는 주택가에 즐비한 식당에서 야식까지 시켜 먹을 수 있지만 그곳에선 식당도 없을 뿐더러
관광지 아니면 저녁 먹을 곳이 없다.
환경을 생각해서 불편을 감내하고 근검절약이 몸에 벤 사는 사람들.
그래서 북유럽을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에 봐야하는 여행지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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