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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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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581호 강연 유감2

멀리 가는 향기 2014. 10. 5. 20:18

 

<작가와의 만남> 강연은 2시간 동안 진행을 하는데

1시간에서 시간 반 정도 준비해간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머지 시간에 질의 응답과 싸인하고 사진 찍는 시간을  갖는다.

'엄마들이 변해야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생각에 학부모도 참석 시키라고 당부  하지만  학교에선 번거로워 하는 눈치다.

 

학부모 연수일 경우  2시간 내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한다.

 

그런데 혁신학교는  2시간 강연을  한 학년 한 반 50분씩 나눠서 해달라고 한다.

이유는 "작가님을 가까이서 만나게 하려고 한다."지만, 속사정은 아이들이 떠들고 집중을 못해서다

 

학년 별로 강사를 따로 따로 부르면  예산 낭비다

학생 수도 적은 데 한꺼번에 강연을 들으면  그 예산으로  6분 작가를 모시고  수업을  받는 셈이니 더 생산적이다.

 반 별로 이야기를 끊어서 들으면  우선 아이들이 손해고 나도 할 말 다 못해 미진하고 속상하다.

 

그래서 혁신학교용 짧은 강의안을 따로 만들었다.

<책이 꿈을 키웠다>

나는 초등 3학년 때 생일 선물로 받은 계몽사 문학전집에 빠져서 밤을 새다시피 했었다

엄니가 "전깃세 나간다 불꺼라!" 소리쳐서 방문을 군용 담요로 가리고  

촛불키고 책 읽다 잠들어 불을 낼 뻔 했었다.

그때 엄니는 "커서 뭐가 되려고 실삼스럽냐"고 엉덩이를 때리셨다.

 

그때 책 속에서 만난 '하이디'가' 세라'가 '피터팬'이 "피터레빗'이 나를 꼬드겼다.

"이 다음에 나를 꼭 만나러와" 하고

어려서 책으로 만난  작가들을 어른이 되어서 찾아다닌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속에서 자신의 멘토를 찾고 반드시 그 사람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키우라고 당부했다.

 

4학년  두 반이 <바람은 불어도>로 독후활동을 미리 했다는데

질문 내용은 "선생님 결혼 하셨어요?"

"이 책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몇 살 이세요?"

선생님들은 독후활동을 어떻게 하셨길래 .... 이럴때 나는 속이 터진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아이,집중력도 인내력도 떨어지는  아이를 불러내 다독거려 책과 친구가 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양평에 있는 이 학교는   폐교 위기였다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서울에서 전학생이 늘면서 교장선생님은 컨테이너 교장실에서 업무를 보신다.

서울에서 온 치맛바람 학부모들 극성에 원주민 학생들이 전학을 가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파주의 전교생 94명의  00 초등학교 .

교정에 들어서자 가을 꽃이 한창인 정원이 눈에 들어욌는데  그제서 2011년에도 왔었다는 기억이 났다.

 교장 선생님은 남자분으로 바뀌었는데 창문턱에 신문지를 깔고 꽃씨를 말리고 계셨다.

교장실 문을 아예 열어두고 계셨고  1학년 아이들이 기웃거렸다.

교장선생님이 옆 교실의 1학년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과자를 나눠주며 친분을 쌓고 계신 탓이었다.

 

 

3-4학년 아이들이 급식실에 모였다

한 아이가 <맹꽁이 원정대 몽골로 가다>를 읽었다면서 질문을 쏟아냈는데 3학년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몽골은 유럽을 정벌할 정도로 큰 나라였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되었대요?"

"주인공 지아는 선생님과 함께 여행한 아이였을 텐데 자기 이야기를 써도 괜찮대요?"

"미나가 ^%$#@  했잖아요 .진짜 얄미워서 꼬집어 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질문은 쏟아지고 2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운동장 하수구 수로를 막아 수생식물을 키우고 금붕어를 길렀다.

이 학교는 나무들이 우거져 아늑한 울타리가 되었고 눈길 가는데 마다 꽃동산이다. 

교장선생님이 버스 타는데를 알려주겠다고 앞장서섰는데 등굣길에 떨어진  각목과 쓰레기들을 부지런히 주워내셨다.

 

 

두 학교 다 두번째 방문이고 ,경기도 지역에 학교 규모도 비슷했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라는 구별이 있을 뿐

그런데 아이들의 경청 태도는 확연이 다르다.

혁신학교에선 집중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오버 액션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진이 다 빠진다.

번번이 경험 하는거지만 혁신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아이들  감성이 좋아지기는 커녕 버르장머리만 나빠진 것 같은데  일반학교 혁신학교 구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