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덕이초등학교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여지없이 깨트려 버렸다.
대부분 혁신학교에서 강연 요청을 해올 때 교실에서 한 반에 50분씩, 두 반 나눠서 강연을 듣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작가 선생님을 가까이서 만나게 해주고 싶다지만 실은 산만해서다)
독서지도가 선행 되지 않아서 질문 내용이 "선생님 몇 살이에요? " "결혼 하셨어요? 가 대부분이다.
체험 학습이 많아 책을 읽을 새가 없다하고, 책을 읽었더라도 수업 시간에 단편 한 꼭지 돌려 읽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들떠 있어서 집중을 못하고 강연 도중에 들락거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 때나 질문을 해댔다.
급식실은 벌통 쑤셔 놓은 것 같이 시끄러워서 어떤 학교는 선생님들 식당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모터 달린 장난감 같은 아이들 통솔에 지친 선생님 표정은 무표정이고 아이들은 인사성이 없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20여명의 아이들이 강연을 들었는데, 뚫어져라 초집중을 했다.
강연이 끝나고 급식실에서 급식을 먹을 때도 아이들의 태도가 조신해서 혁신학교인 줄 몰랐다.
그러니까 이 아이들은 혁신학교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나는 손님으로 학교에 2시간여 머물렀으나.
평소 독서지도로 인성 교육에 열심인 담임선생님과 사서 선생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인형극 공연을 하는 도서 도우미 어머니들의 상호 협력관계를 지켜 보았다.
강연을 가기 전 사서선생님과 도서관 도우미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보낸 편지 묶음을 받았다.
"왜 작가가 되셨어요? 저라면 손이 아파서 다른 직업을 택했을 텐데요."
"선생님 책은 전부 고난을 겪다가 긍정적으로 끝나서 좋았어요. "
"선생님 책이 너무 좋아서 꿈이 작가로 바뀌었어요."
'원래 20대 정도에 작가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40대에 작가가 되셨나요? 무슨 사정이 있었나요?"
' 이 책을 읽고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제 마음 속에 담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연도중에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안다.
강연 내용의 수준을 높여야 할지 낮춰서 얘기 해야 할지.
아이들의 경청 태도가 좋으면 의욕이 넘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지만
아이들의 이해력이 부족하면 나도 맥이 빠진다.
강연 도중에 옆 친구를 못 살게 구는 아이가 눈에 띄면 눈짓으로 집중을 유도하는데
그래도 까불면 주변 아이들을 위해서 앞 자리로 솎아 낸다.
경청 태도가 좋고 집중하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해서 분위기를 리드 한다.
아이들의 독서력에 따라 질문 내용이 다른데 깊이있는 질문을 할 때는 신이 난다.
뽀뽀는 거절했지만 계속 내 주변을 맴돌다가 빼빼로를 선물로 준 녀석.
2학년 아이가 사인을 받겠다고 책을 한 아름 안고 왔다. 책을 챙겨 들고 등교하느라 얼마나 팔뚝이 아팠을까 싶어 안아 주고 토닥토닥
몽골에서 온 유학생 뭉크지
동화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꼬.
기특해서 토닥토닥
사인을 할 때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한 마디씩 해주는데
내성적인 아이들은 힘주어 손을 잡아주고 특별한 관심을 표시한다.
메모를 하면서 경청한 아이들이 많은 것에 놀랐다.
책을 읽고 만난터라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독후감 편지를 전해준 아이들은 이미 저학년 때부터 독서록을 쓰며 글쓰기 훈련을 했기 때문.
내가 사인을 하는 동안 6학년 아이들은 나즉나즉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고학년 아이들을 통솔하기란 쉽지 않다. 남자 선생님이 나서서 몇 번 언성을 높혀야 겨우 자리를 잡는다)
교장실에서 담소 중에 6학년 수학여행에 참관한 교감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책을 한 보따리 싸갖고 와서 밤늦도록 읽더라니까요. 텔레비전 좀 보자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읽더라고요."
평소에 책 읽을 시간이 없었던 6학년 담임 선생님이 수학여행 중에 김향이 책을 몽땅 읽었다는 얘기였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독후활동지를
하나하나 모아 책으로 묶어 준것이다.
가만 지켜보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임선생님 얼굴에 다 쓰여있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을 조신하게 따를 수밖에.
이 양반이 수학여행에 김향이 책을 한 보따리 싸가서 아이들과 읽었다는 장본인.
맡은바 자기 직분을 다하는 사서 선생님도 보배다.
강연 끝내고 도서실을 찾았을 때 도서 도우미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수업 중이었다.
어린 학년부터 6학년이 될 때까지 책만 충실히 읽힌다면 사춘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지도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채워 주는 일이라 큰 덕을 쌓는 일이다.
돌아 오는길에 대화역에서 아이들이 건네준 편지를 읽고 있었다.
"아이고 예뻐라."
칠십대 할머니가 내게 한 말이었다. 덕이초 아이들 때문에 행복한 마음이 내 얼굴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멋적어서 고맙습니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이 할머니가 가던 발걸음을 돌리고 한 말씀 덧붙이셨다.
"나는 육이오 때 하도 고생을 해서 피지 못했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꽃같이 이뻐."
"저도 육이오 때 태어난 걸요."
"엥?"
할머니가 나를 훑어 보시곤 총총히 갈 길 가셨다.
실없이 웃다가 할머니 뒷모습을 바라 보는데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디 갔느냐 "노래가사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김향이 선생님
덕이초등학교 학부모 김윤주 입니다. 지난 수요일 저희학교를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선생님이 지나간 덕이초 교정에는 아직도 그날의 열정이 남아있는 듯 합니다. 다음날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선생님의 함자가 맴돌고 있었답니다. 엄마들의 뒷 이야기에도 "우리 아이는 펜이 됬어요" 라고 합니다. 목요일 문학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편지가 왔다고 했을때,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이냐며 환성을 질렇 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는 영광도 제가....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블러그에 들어 가 보니 정말 유용한 글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있는 듯 즐거운 공간 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에 전시되어 있던 인형을 선생님의 손길로 달라진 인형의 모습은 가슴 저 먼곳에서 부터 울려 나오는 감동이었습니다. 방대한 량이라 시간 날때마다 둘러봐야 될듯 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터라 선생님 건강이 걱정 되네요. 이제 추위도 점점 짙어 질텐데... 언제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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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을 보낸 도서도우미 회장 어머니가 내 카메라로 강연 현장의 사진을 찍었다.
영혼없이 셔터를 누른 것이 아니라 사랑의 눈길로 한 컷 한 컷 찍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성품이라 남의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재능기부도 하는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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