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XX초등학교에 강연이 있던 날
강연 전에 교장실 인사하러 들렀을 때였다.
4학년 남자 아이가 김밥을 먹다가 교실에 올라가겠다고 일어서 나갔다.
교장선 생님이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런데 내가 먹던 음식 쓰레기는 치우고 가야지?"
아이는 마지 못해 쓰레기를 치우고 나갔다.
아이가 나간 다음에 교장 선생님이 내게 김밥을 권하기에 물었다.
"저 아이는 왜 교장실에서 김밥을 먹어요?"
사연인즉,
아침에 교장 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데
그 녀석이 벤치에 누워 있었다고
"교실에 안들어가고 왜 누워있니?'
"1분만 아니 2분만 누워 있을 게요."
"아침은 먹었니?"
"못 먹었어요."
"어제 저녁은?"
"떢볶이로 떼웠어요."
"선생님이 김밥 사올 테니 연구실에 가 있어."
교장선생님이 어묵하고 김밥을 사들고 왔는데 그때까지 운동장에 있기에 여태 뭐 했냐니까
"아줌마들과 고군분투 했어요." 하더라고.
교장실에 데려와 김밥을 먹이는데 불쑥 한단 말이.
"아무도 날 때리지 못해요. 우리 외삼촌 조직이 전국에 있거든요."
"너희 아빠하고 외삼촌하고 누가 더 쎈 데?"
"우리 아빠 조직이 더 쎄죠. 우리 아빠 죽으면 내가 조직을 인수 해야 해요."
어린 것이 불규칙한 식생활로 위를 버렸는지 매운 것은 속이 쓰려서 못 먹겠다는 말도 했다고
걱정을 했다.
듣고 있던 나도 속이 답답해서 교장실을 둘러 보았다.
교장 선생님 책상에 책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벽에 난 그림이 걸려있기에 누구 작품이냐 물었다.
"선배님이 교장 취임 선물로 그려주셨어요. 욕심이 많아지면 답답할 때가 있으니 그때 보라면서요."
다행히 강연을 듣는 아이들은 순진했다.
서울 아이들과 달리 남자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뽀뽀도 하고 안아주기도 했다.
자기들이 선생님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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