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름이 혼자 런던 최대 꽃시장에 들렀다가 세계적인 플로리스트들의 꽃집을 탐방하고
꽃 관련 서적을 사겠다고 했다.
남동생과 나는 런던 근교 레드 하우스에 갔다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가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반 벙어리인 삼촌과 엄마만 돌아다니게 하려니 아름이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꽃시장에 들렀다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다.
영국 원예 산업이 최고봉의 자리에 오른 것은, 1910년대 윌리엄 모리스의 아트 앤드 크레프트 운동에 영향을 받은
여성 가든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의 영향력 때문이다.
서양 정원의 역사를 논할 때 거트루드 이전과 이후로 구별할 정도로 그녀는 가든 디자인 분야의 한 획을 그었다.
화가이자 자수 전문가였던 지킬은 식물을 예술의 소재로 발견했는데
건축물이 식물로 인해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예술 정원'에 초점을 맞췄다.
오랜 세월 유럽궁정의 정원 디자인은 남자들에 의해 조성 되었기에 도식적이고 정형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트루드의 꽃의 색상을 이용한 그림같은 화단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나무 중심의 정원에서
화려한 꽃 중심의 정원으로 변화했다.
이때부터 원예 농장 식물 재배자들은 꽃의 색감을 연구하게 되고 매년 플라워 쇼를 개최하여
신품종을 선보이게 된다. 이로써 영국 원예시장이 급성장 하게 되었다.
런던 패딩턴 역에 가면 <패딩턴>베어 동상이 있다.
<페딩턴>은 페루 깊은 숲 속에서 영국으로 머나먼 여행을 온 꼬마 곰이 펼치는 일상의 모험 이야기다
1958년 세상에 나온 <패딩턴> 시리즈는 30여 개 나라에서 출간되었는데
지은이 마이클 본드는 아동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7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았다.
페딩천 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십여분 만에 백슬리히스 역에 닿았다.
<레드 하우스> 이정표를 따라 한적한 마을 길을 걸었다.
도착하고 보니 월요일 휴관일이다.(어제 일정인데 렌터카 서둘러 반납하면서 뺐다)
얼마나 기대 하고 찾아온 발걸음인데.....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서 물러 설 수없지. 동네 한바퀴를 돌며 담장 너머로라도 들여다 볼 생각이었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설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윌리엄 모리스1834~1896
(그에 대한 일화는 향기통신으로 소개 했었다)
내셔널트러스트 설립자 중 하나인 옥타비아 힐의 친구이자 서포터였던 윌리엄 모리스는
1877년 고대 건축물 보호 단체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Ancient Buildings) 설립에 도움을 주게된다.
웅장한 것이든 소박한 것이든 관계없이 영국의 위대한 건축물들을 보호하자는 그의 캠페인은
1895년 영국 내셔널트러스트가 탄생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셔널트러스트의 레드 하우스 취득과 복원 작업
레드 하우스는 윌리엄 모리스 이후 주인이 바뀌면서 실내 인테리어가 바뀌고 대부분의 가구들이 이곳 저곳에 흩어졌다.
다행히 건물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2013년 복원 사업을 통해 숨겨져 있었던 라파엘전파의 벽화와 잘 알려지지 않은 모리스의 초기 디자인인 꽃 패턴 무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천장 청소로 150년 동안의 묵은 때를 벗기고 패턴무늬가 잘 보일 수 있게 되었다.
▲라파엘전파의 벽화:
벽지뒤에 가려져 있던 벽화가 복원 작업을 통해 드러났다. 이 벽화는 윌리엄 모리스 부부가
쓰던 방에 그려져있었고, 모리스가 디자인하고 로제티가 그린 것으로 보여진다.
(출처: 내셔널트러스트 콜렉션 “레드 하우스.”)
▲숨겨져있던 벽면 장식 (출처: 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
▲청소를 통해 깨끗해진 천장 무늬 (출처: 콜렉션 “레드 하우스”)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 한 벽지
근대공예운동의 선구자이자 19세기 말 '아름다운 책' 운동을 주도한 윌리엄 모리스
그의 책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켐스콧 프레스 전집'
켐스콧 프레스 컬렉션은 당대 최고의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 등과 손잡고 출간한 책으로,
평생 옆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해 한정 출간했다.
초서체·트로이체·골든체의 세 가지 새로운 서체를 만들었고 머리글자 장식, 책 테두리장식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60세에 책 디자인에 착수, 1896년 6월, 죽기 4개월 전에 책을 완성했다.
초서 작품집'은 애셴덴 공방의 '돈키호테', 도브스 공방의 '성서'와 더불어 세계 3대 아름다운 인쇄본으로 알려졌다.
레드하우스 주변을 돌아봤지만 이웃집들이 에둘러 있어서 다시 정문 앞으로 왔을 때였다.
마침 대문에서 중년 남녀가 나왔다.
직원인가 싶어 사정을 해보려고 달려갔는데 그들도 관광객인데 정원구경만 하고 나오는 길이라 했다.
포기 하고 그냥 가버렸으면 어쩔뻔 했나!
이 집 레드 하우스( 붉은 벽돌로 지어서 레드 하우스라 불렸다)의 장식에는 라파엘 전파와 미술공예운동가들이 참여했다.
라파엘 전파란 1848년 영국의 화가 로제티, 밀레, 헌트가 일으킨 예술 운동.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는 창문에 끼울 스테인드글라스와 벽의 회화 장식과 가구를 맡았으며,
도예가 윌리엄 드 모건은 도기를, 윌리엄 모리스 자신은 벽지를 제작했다.
정원은 윌리엄 모리스가 집에 ‘옷을 입히려는’ 의도로 만든 것으로, 집과 주변의 들판을 연결했다.
레드 하우스의 정원에 있는 우물은 이 집에서 오래전부터 써오던 유서 깊은 것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정식으로 예술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길드나 공방 출신도 아니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당시 사회 만연하던 예술 천재성에 의존한 직업예술을 생활예술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노동에 대한 끊임없는 찬사로 대중 강연을 다니고 강연노트 뒤쪽에 새로 작업할 패턴을 스케치 했다고 한다.
레드 하우스에 나타난 미술공예운동의 분위기는 꾸밈이 없고 단순해서 매우 소박하다.
당시 산업화로 대량 생산되던 가구나 일상생활 용품에서는 장인들의 손길을 느낄 수없었다고 한다.
화려한 기교로 대량 생산 된 물건 보다는 장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개성적인 공예품을 만들고싶은
열망이 움튼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예술 공예가이자 뛰어난 문학인이다.
찰스 킹즐리, 존 러스킨, 번 존스, 가브리엘 로세티, 필립 웨브, 그의 아내 제인 버든과 함께 아트 앤 크라프트 운동을 몸소 실천했다.
하지만 그의 동료 가브리엘 로세티와 모리스의 아내 제인 버든 간의 불륜으로 결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고통의 시기를 견디며 정치활동, 출판활동, 화가로서 활동영역을 넓히며 예술계와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레드 하우스는 윌리엄 모리스가 펼치고자 했던 미술공예운동의 상징적 서막이었기에 가치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런던 시내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들렀다.
2012년 방문 때 공사 중이어서 제대로 못 본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전시는 19세기 패션과 구두였다. 고가여서 수집할 엄두도 못내는 인형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있었다.
이십대 여성 관람객이 후푸 패치코트를 입어 보고 있다.
우리가 관람을 하는 동안 꽃관련 서적을 사러 갔던 아름이를 만나
숙소로 가는 길에 오이스터 카드 환불 받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4시에 네델란드행 비행기를 타기에 공항에서 환불이 어려울 줄 알았다.
숙소 근처 지하철 역에서는 다른 역에서 취급한다 하고 어렵게 찾아간 역에서 10파운드 이상은 반납 못한다고 했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돌아다니느라 시간 낭비하고 비싼 교통비 몇 배로 들고.
결국 공항에서 환불 하기로 하고 인도 레스토랑에서 탄두리 치킨으로 일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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