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인형의 집> 에 수록될 인형들 사진을 촬영했다. 2일에 이상혁실장의 스튜디오 모노픽에서 인형의 변신과정 촬영이 있었고 , 움직이기 힘든 인형들은 집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스튜디오 모노픽에서 촬중인 이상혁 실장 미팅하던 날은 그냥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였다. 믿고 맡겨도 되겠다 싶었다 사과 상자를 뜯어 판넬 배경을 만든 그의 열의가 내심 고맙기도 했다. 작업도중 그가 비비탄이 들어있는 장난감총으로 사격실력을 보였다. 총을 쥐고 과녁을 겨냥해보긴 했는데 곧 흥미를 잃었다. 집에도 남편이 지니고 다니던 가스총이 있다. 외딴 집에 살게되면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으라 해서. 그놈을 엇다 뒀더라?
찬찬하고 조신한 성격의 편집자 조민영씨, 그녀가 이실장 곁에 찰싹 붙어서 작업을 하니 내가 신경 쓸 일이 없다. > 오전 10시, 편집자와 함께 촬영팀이 들이닥쳤다. 거실의 살림들 치우고 창문에 암막커텐 치고 한쪽 벽면에 흰 종이를 내려뜨려 배경만들고 작업에 들어갔다. 촬영장비.....엄청나다 분홍색 3층집. 촬영 하기전에 이실장이 인형집의 고장난 전등을 수리했다. 납땜을 하고 전선을 잇고 ....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내가 쓰는 글루건에 철사를 구부려 쓰기 편한 다리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센스라니!
이 실장이 작업하는 동안 요상한 포즈가 자연스레 나온다. 미국의 세계적인 아역배우 셜리템플. 그녀는 지금 70대 할머니가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엔 아직도 예닐곱 소녀로 살아 있다. 그 셜리템플을 본따 만든 인형이 1930년대에 소녀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만신창기가 된 채 벌거숭이로 내게 온 셜리 인형을 리폼해서 동화<꿈꾸는 인형의 집>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촬영팀 곁에서 셋팅하는 것도 힘들다. 첫날 스튜디오 촬영후에 목소리가 잠겨버리더니 눈앞에서 올챙이 서너 마리가 헤엄쳐 다니는 것 같았다. (민영씨는 입술이 부르텄다) 열심히 보조해서 촬영시간을 단축 해야지 싶은 생각 밖에 없다.
소공녀. 열살 때 감동 먹은 다락방 장면에 아직도 가슴 설렌다. , > 촬영장비로 별걸 다 만든다. 칸막이 기둥도 세우고 다리도 만들고
피노키오.. 미국의 인형 작가가 만든 할아버지 인형을 제페트 할아버지로 변신 시켰다. 피노키오 목각은 발리 여행중에 우붓에서 사온 것
흑인소녀 인형을 보자마자 <주릴리 > 이야기가 떠올랐고 , 노예소녀 주릴리의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뒷배경의 돌하우스는 상해 여행길에 빈티지 샵에서 사온 것.
하이디. 알름 할아버지의 오두막집.
이쁜이와 꼬마 존의 촬영작업 중에 저녁을 짓느라 민영씨 혼자 고생했다. 자정에 마칠 것 같다던 일정이 한시간 앞당겨 끝났다. 촬영장비 거둬들이느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떠났다. 사진 작업...보통 힘든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한쪽 눈을 감고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들여다보며 빛과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그 과정이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려는 오기와 인내심이 좋은 사진을 만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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