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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804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멀리 가는 향기 2017. 2. 13. 13:10



엊그제  강연이 있어 양주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 안에서 선생님 하고 부르기에 돌아 봤더니  후배C였다!

뜻밖의  만남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무척 반가웠다.


그녀는  막내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는 길이라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인연으로 동화를 쓰게 되었고 문학상 수상은 물론이고 부지런히 작품집을 내는 동안

그녀가 겪은 신고는 가혹했다.

다단계에 빠진 시어머님 때문에 시아버님 교장 퇴직금은 물론이고 가족이 오갈 데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진격으로 신부님이던 친정 오라버지 간병까지 하게 되었다.

간병을 하느라 아이들이 있는 파주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갈 수밖에 없었다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딸 셋이 똘똘 뭉쳐서 잘 견뎌냈다.

큰애가 서울 예대 졸업하고 보조드라마 작가  일을 하고

둘 째는 사범대를 마치고 임용고시 준비 중이라는데 막내도 서울 예대에  합격 했다고 한다.


나는 오래전에  그녀가 연필로 쓴 편지를 받고 숨은 열정과 의지을 보았다.

아이들도 엄마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공부를 한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내가 부산 강연을 가면 스스럼 없이 묶을 수 있는 후배 아무개.

그녀는 딸 셋을 자유방임으로 키웠다.

이런저런 직책이 많은  그녀는 어도연 회원들을 집으로 끌여들여  일 할 정도라 아이들을 챙길 겨를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 손을 빌릴 정도다.

내가 부산에서 인형전을 할 때도 그 집 아이들이 도우미로 일했다.  


그 집 아이들은 아버지가 의사인데도 대학교 학비는 학자금 대출 받아서 스스로 감당한다.

둘째가 학자금 대출 받는 거 무서워 대학에 안가겠다고 했을 정도.


12월 부산 강연 때 스페인에 교환 학생으로 가 있는  그 집 큰 애와 통화를 했는데

자기가 가이드 할 테니  스페인에 다녀가라고 했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건 모전여전이었다.


아이들을 과보호로 키우는  요즘  엄마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스스로 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가르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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