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부산 노포 터미널 도착, 유안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수를 놓는데 목소리 큰 중년여자가 " 그기 뭐하는깁니까?" 말을 걸었다.
그 여자가 내 옆자리로 옮겨 앉아 "브로치도 만든깁니까? 목걸이도요? 모자도 만들었다고요?"
일어서서 내 모자를 살펴 보는 바람에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참한 여인네도 말을 섞었다.
"전철에 타실 때부터 훔쳐 봤어요, 타샤튜더 같은 분이구나 생각하면서요......"
" 뭐하는 분입니까?"
목소리 큰 양반이 궁금증을 풀고 퇴장 하고 나서 이 양반이 옆으로 옮겨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유안 집이 있는 남천 역까지 동행을 해줬다.
다음날 가평초등학교 강연 끝내고 경주행 시외버스를 탔다.
"김선생, 경주 강연 올 일 없나? 박방희 선생도 오라해서 바람 좀 쐬지. $#@!............"
마침 경주에서 농장을 하는 옥이이모를 만나야 할 일도 있어 겸사겸사 쉬어가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박숙희를 만나 옥이이모 농장을 찾아갔다.
옥이이모가 조선생 시를 출력해 놓고 사인을 받았다.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금국차와 다과를 대접 받고 농장 구경에 나섰다.
산부추
수생식물 하우스
농장에서 나와 조선생이 사목하는 교회에 들렀다.
교회에서 만난 박숙희 맏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 유전자를 받아 상 받은 글이 종종 문집에 실린다.
아이들은 콩나물 자라듯 쑥쑥 큰다.
저녁을 먹고 박선생 부부가 체육센터에서 헬스하는 동안 목욕을 하고 찜질 방에서 쉬다 느지막히 귀가 했다.
2014년 4월초 울산동백 헌다례에 참석 했다가 경주에 갔었다.
봄은 속절없이 난분분 꽃눈으로 스러지고
세월은 도둑괭이 발걸음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정복할 것이다.
내 결단코, 하루를 일년처럼 살아
세월에게 호락호락 젊음을 내어주지 않으리.
"박방희 선생이 박숙희에게 부러운 게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고 두번 째는 남편이 조동화 시인 인것이고
세번째는 김향이가 친구인 것이라 카데."
열린아동문학에 박방희 선생이 <박숙희론>을 쓴 일도 있고 해서 구룡포가서 쏘겠다 했다.
그 무렵 우리 세사람은 저마다 책을 상재 해서 축하 할 일도 있었다.
터미널에서 만난 박방희 선생과 구룡포로 왔다. 세 사람이 만난 건 3년만이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다는 칭얼대는 아이처럼 울었다.
대게는 금어기에 들고 홍게철이었다. 손큰 박숙희가 크고 실한 일등급 게를 골라 두 박스 삶았다.
한 박스는 입맛 잃은 우리 엄니 몫이라 했다. 작은 딸 노릇을 하겠다니 매번 고맙기 짝이 없다.
집에서 편하게 먹을 요량으로 해변길을 달려 오는데, 박숙희가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자 했다.
" 차는 무슨, 께(경상도 사람들은 게 발음을 못한다 ㅎ) 냄새가 차안에 진동하는데 빨리 가서 묵지....."
그러거나 말거나 박숙희가 우리 집에 옮겨 심을 해국을 캐러가자 했다.
바위에 핀 해국을 비닐봉지에 캐 담았다.
시인 할배들은 차 안에서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만보고
동화작가들은 빗속의 바다를 즐겼다.
지나가던 남자분께 사진을 부탁했는데 그 양반이 동영상을 찍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셈.
시월 어느 날의 경주 스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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