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에서 '나오시마 예술의 섬' 가는 길
밤사이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었다.
7시 6분 서둘러 숙소를 나와 산노미아역을 향해 걸었다.
간사이 쓰루 패스로 전철, 기차 환승을 하고 버스, 배를 타야하는 긴 여정이다.
그런데 일본 철도망은 국철과 사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리고 쓰루패스 가능한 노선을 골라타야 한다.
역사에서 헤매다가 7시 23분에 겨우 JR노선에 탑승. 10시 배는 놓친 상황.
두 번 환승 끝에 오카야마 역에 도착. 우노항으로 가는 차편을 역무원에게 물었다. 버스비도 사악하다. 650엔
우노항에서 11시30분 배를 탔다.
나오시마섬은 세계적 권위의 여행잡지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
건축, 자연, 예술,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출판과 교육사업을 하던 후쿠다케 출판사 (베네세 그룹) 후쿠다케 데쓰히코 대표가 1985년 어린이를 위한 켐프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갑작스런 그의 사망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꿈을 이어 받아 베네세 아트 사이트사업을 시작.
유명 건축가는 건축물을 세우고 유명 아티스트은 옥내외로 작품을 전시하면서 섬 전체를 예술로 장식.
특히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은 일본최고의 미술관으로 뽑힐 정도. 금속제련 회사가 배출한 유독가스로 죽어가는 섬을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섬으로 되살리겠다는
웅대한 구상이 완벽하게 실현되었다.
자동차로 3-40분 일주할 수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버스가 미야노우라, 혼무라, 츠츠지소를 돈다.
미술관으로 갈 때에는 츠츠지소에 내려서 배네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나는 묘미.
나오시마 섬의 관공서
골목 길 안 여염집 분위기의 소박한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
안도는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로 일했고,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일이 없다는 점에서
소설 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건축은 자연과의 조화가두드러져 물 과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 시키고 공간을 강조하였다.
물과 빛,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은 그의 건축물과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다.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함으로써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자연과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게 하였다.
오사카 이바라키현에 있는 '빛의 교회'
그의 스케치를 보면서 감탄을 한 부분이 면 분할로 빛을 끌어들여 빛의 십자가를 만들어낸 점이다.
단순한 구도가 빚은 경건함의 극대치.
버스정류장 근처의 식당을 찾아들어갔는데.
대박!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은 미슐랭 스타를 달아줘도 손색없는 정갈한 맛집
스시 덮밥 2 구이 1 찜 1 신선한 스시의 쫄깃한 식감, 담백한 구이, 부드러운 생선 찜요리 ...... 거북손이 들어간 미소 된장 국물은 짜지 않아서 더 구수했다.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갈 만하다 싶으면 별 세 개.
100엔짜리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 베네세하우스 무료 순환 버스를 갈아탄다.
나오시마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땅속에 지어진 지중미술관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3명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겔러리 공간 전체를 땅속에 묻은 콘셉으로 화제가 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안도 다다오는 쌍둥이로 태어나 대를 잇기 위해 외할머니 밑에서 성장.
그는 프로복서를 꿈 꾸었지만 한계를 느끼고 갈길을 바꾼다.
공고에서 배운 도면설계 기술로 인테리어 설계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건축가의 꿈을 실현 해 나갔다.
그는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7개월여 여행으로 서구 건축 기행을 하며 안목을 키웠다.
70년대 중반부터 노출 콘크리트 기법과 자연광을 극대화한 건축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 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갑싼 시멘트를 가자고 아무도 보지 못한 건물을 만들려한다.
바람 물 빛은 차갑고 딱깍한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 건물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꾸는 자연스런 도구다.
클로드 모네 수련 연작 5점
화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자연 현상의 분위기와 느낌을 담아내고자 애썼다.
새하얀 벽면의 전시관에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어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계절과 날씨,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구글 사진
제임스 터넬 관
전시관에 들어서자마 부드러운 자연광이 신비감을 자아낸 광경에 완전히 압도된다. ,
중앙계단 위 검은 화강암 구체가 천정의 빛을 받으며 아우라를 뿜어내는데 신성한 신전에 서있는 듯.
‘오픈 스카이’
하얀 벽면이 설치된 사각의 방안에서 관람자들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천창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감상한다.
우리 네 사람은 원주 <뮤지엄 산>의 제임스 테렐관보다 감흥이 덜하다는 평.
찻집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안도 다다오의 베네세 하우스
셔틀버스가 베네세 하우스 입구에서 서면 이 길을 따라 뮤지엄으로 걸어 올라간다.
<구글 사진>
하지만 우리는 이 광경을 보지 못했다. 다 둘러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이 달렸다.
기념품 샵에서 바라 본 바다.
레스토랑, 스파로 이어지는 회랑
산을 등지고 베네세 하우스 숙소와 뮤지엄이 보이고
'의자'라는 작품.
네델란드.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바다를 향해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셔틀 버스 안에서 내가 호박이 있는 해변에 내려야 한다니까 가을쌤이 웬 호박 타령인가 의아해 하셨다.
올해 88세 쿠사마 야요이는 (1929-) 현역 예술가다.
그녀는 예술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강박신경증과 편집증을 이겨내려는 그녀의 활동이 예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빨간 꽃무늬 식탁보 잔상이 온 집안에서 보이는 경험을 하게된다.
둥근 물방울 무늬로 변형되어 자신의 신체에 따라붙었던 땡땡이 무늬는 평생의 작업의 소재가 된다.
어둠속에서 같은 영상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좁쌀들이 벽을 타고 흐르고,
평면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체들. ...
그것들을 벽에서 끄집어 내기위해 스케치북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작업 끝에 잠을 잘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1952년, 쿠사마는 23세에 첫 개인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쿠사마는 망과 점등으로 이루어진 250여 점의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를 통해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녀는 몸에 밀착된 옷을 입고 거울방에 나타나기도 했고,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무수한 거울공들 옆에 나란히 누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형상과 배경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위장의 연출은 빨간 의상을 차려입거나
빨간 가발로 작가의 존재감을 증폭시킨다.
쿠사마의 흥행사적 기질은 소비사회가 된 현대의 관객과 상업 자본주의 시장경제 수요를 충족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 찍히는 거 마다시던 가을 쌤이 호박 앞에서 찍어달라고.
5시35분 배를 타기 위해 아쉽지만 셔틀버스를 타야했다.
버스 안에서 발견한 오래된 가옥을 고쳐 작품화한 이에(家)프로젝트
선착장의 빨간 호박.
이날 바닷바람에 날려갈 듯 했지만 눈호강에 추운 줄 모르고 다녔다.
오카야마 에서 저녁을 먹고
산노미야 숙소 근처 마트에서 다음날 아침거리 쇼핑.
과일이 비싸서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가을쌤이 찾은 빵 맛집
감기 기운이 있는 유안과 내가 침대서 자고 가을 쌤과 지윤이 바닥에 요 깔고 자는데 좌불안석.
'여행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881회 3.4 교토 정수사 (0) | 2018.03.18 |
---|---|
879회 3.2. 오사카 (0) | 2018.03.15 |
877회 2018. 3. 일본 간사이 지방 여행 (0) | 2018.03.10 |
858회 17일차 귀국 (0) | 2017.11.24 |
857회 16일차 퀘백 (0) | 2017.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