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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931회 상원초등학교 2

멀리 가는 향기 2019. 2. 2. 20:13


지난 달에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온 책 읽기를 하고 강연을 부탁 하는 내용이었는데,

담당 선생님의 메일에 초등 독서지도의 방안이 있기에 널리 자랑하고 싶어 소개한다. 


   

김향이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서울상원초교에 근무하는 정은정입니다.

 

작가님,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

3년 전에 작가님을 모시고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작가와의 만남'을 했었습니다.

그 때 5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해주셨던 책이 '꿈 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였습니다.

 아이들과 체체크 책을 읽으며 좋았던 기억이 나서 작년 2학기에는

'꿈 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 책을 가지고 5학년 아이들 모두 온책 읽기를 하였습니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세 개의 문학 단원 대신에 체체크 책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표지 관찰하기, 우리와 다른 몽골 문화 찾기,

마음에 드는 문장 쓰기, 체체크가 되어 일기 쓰기,

체체크에게 편지 쓰기, 소감 쓰기, 나담 축제 해보기 등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활동한 내용은 묶어서

아이들 모두 자신만의 체체크 책을 만들었습니다.

 

'꿈 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 책으로  한 달 넘게 온책 읽기를 하며 저와 아이들 모두 배운 점,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한번 더 느끼게 되었고 몽골의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좋았지만

아이들이 아름다운 문장에 감동을 느끼고  등장인물에 공감하는 모습을 볼 때 온책읽기를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향이 작가님,

저희 아이들이 작가님을 뵙고 싶어합니다.  도대체 어떤 분인지 너무너무 궁금해합니다.

저희 아이들을 만나러 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작가님을 모시고 작가와의 만남을 하고 싶습니다.

 

먼 곳에 계신 걸 알기에  이렇게 와주십사 부탁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와주신다면 아이들에게 큰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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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이 작가님, 감사합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으니 작가님 만나뵐 일만 남았네요.


 체체크 책 곳곳에서 보이는 몽골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 많아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나 봅니다.

수태차가 어떤 맛일지 마셔보고 싶다던가, 체체크가 만드는 펠트꽃이 어떻게 생겼을까,

몽골 악기와 흐미 소리도 궁금하고 몽골 음식도 먹어보고 싶어했어요.


수태차 마시기, 펠트꽃 만들기, 흐미 들어보기, 간이 나담축제하기를 해봤는데









수태차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보고  수태차 비슷하게 만들어서 마셔봤네요.

흐미는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서 아이들과 같이 봤는데 목소리로 내는 아름다운 악기 소리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QkrsdjJB2s  (흐미에 대한 내용이 맞지요?)



 체체크 책을 읽으면서 몽골이라는 나라에 푹 빠져보며 재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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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독자를 잃어버린 쓸쓸한 시대라는 글귀가 새삼 마음에 와닿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중학년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하고 좋아하고 읽을 시간도 많은데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책보다는 핸드폰, 게임을 더 좋아하게 되고 학원에 가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책을 즐겨 읽는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저희 5학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을 꾸준히 주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도서관 나들이'입니다.


'도서관 나들이'는 매주 수업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매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대출하고 반납하고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독서통장에 쓰는 것을

다섯 반이 모두 실천했습니다.


 도서관 나들이'가 정착되는데 3개월은 걸렸나 봅니다.

3개월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알아서 책 찾아 보고 대출하고 반납하는 것이 생활화되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습관이 되려면 100일은 해야 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온책 읽기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하여 시작한 것인데 온책 읽기를 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저희 5학년 교사 다섯 명이 같이 체체크 책을 읽으면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책에 나오는 대로 수태차도 한 번 만들어보자,

나담 축제도 해보자, 펠트꽃도 만들어보자,

머리 깎기 잔칫날에 체체크가 겪었을 일을 체체크가 되어 일기로 써보자"

등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었어요.


 동학년협의회 시간에 함께 의논하는 과정 속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용하고 격려해주면서 저희 다섯 명 모두 한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기쁨을 참으로 많이 느낀 한 해였습니다.


김향이 작가님, 아이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하고 나서 시간이 되신다면

저희 5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도 될까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드디어 1월 29일 아이들을 만났다.


온책 읽기로 '체체크에 빠져있던 5학년 아이들이 환호로 맞이해주고 한마디 한마디 경청했다.



아이들을 만날 때면 가정환경이 안 좋아서 허기진 아이들나,

책을 멀리해서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찾아 다독이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이 반듯하고 밝았다. 





 체체크 겉표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온 책 읽기, 작가와의 만남으로 마무리


 

아이들이 만든 책을 들춰보았더니 독후활동 내용이 다양했다.


책 표지에 대한 느낌 이야기 하기/ 대표 낱말로 이야기 만들기





체체크 프로필/ 마음에 드는 문장 찾기






흥미진진 몽골생활 백서 / 양을 잡아 먹은 개 올츠를 쫒아내야 한다 아니다에대한 의견 나누기/ 





마음에 남는 문장에 대한  느낌 적기 /  아버지가 오빠에게 사준 말 울란에게 질문하기




줄거리 요약/  갓난 망아지를 잃고 상심한 얼거멀에게 황금뿌리를 먹이는 체체크





홍비쉬 머리깍기 잔찻날  얼거멀이 낳은 망아지도 잃고  승마장일을 도운 것도 들통이난 체체크가 되어 일기 쓰기 




나담축제/  말 길들이는 방법/  뒷이야기 꾸미기











"저도 선생님처럼 멋진 어른이 될게요!"

 책에 사인을 받던 아이가 한 말에, 내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정은정 선생님 반에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들의 온책 읽기 이야기가 이어졌다.

수업시간에 한 쳅터씩 윤독을 했는데 읽기가 끝나면 다음장이 궁금해서 아이들이 더 읽자고 했고,.

체체크와 쌍둥이 오빠에 대한 엄마의 차별에 여자 아이들이 할 말이 많았고,

(체체크는 나를 닮았다. 어머니는 맏딸이 아들 넷을 터 팔았다고 좋아하셨지만, 평생을 '남존 여비'를 미덕으로 알고 사신 분이라  딸도 그렇게 키우셨다. 나는 먹을 것 입을 것 심지어  진학까지 남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동생을  업어키우고 먹이고 입히며 자랐다.  옛말에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지금까지도  나는 어머니 살림밑천으로 산다)

체체크 부모가 부부싸움을 할 때는 자연스레 자기 집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는 이야기,

사춘기 소녀 체체크가  쿤데르를 바라보는 미묘한 감정이 여자아이들 마음을 흔들었다는 이야기............... 


나는  이 훌륭한 선생님들께  말경기에서 꼴찌 한 어린 말에게 들려주는  몽골 노래를 이야기 했다.


 이 말 주인이 실수를 했네

말고삐는 너무 짧고  기수는 너무 어리고

가는 길에 구멍도 많고  장애물도 너무 많았네

뛰어넘어 보려 했지만 소달구지처럼 뒤쳐저 버렸네.

이번에 마지막으로 들어왔지만 

내년엔 만 마리 말의 대장이 될거야.



나는 사람을 마음에 들일 때,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인가를  본다. 나는 이미 3년 전에 그녀를 내 마음에 들였다.

강연 끝내고 교실에 올라가 만난 그녀 반 아이들이 어떻게 <사랑나무>를 읽었는지 보았기에.


이 젊은 선생님들은 제자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신나게 가르치는 선생님들.

제자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  교실에서 어떤 배움을 받았는지 추억하고 그리워 할 것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 분들처럼 수업을 하면 작가들이 나서서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안해도 될텐데.

작가들은 그저 자기 본분에 맞게  열과 성을 다해 좋은 책을 쓰면 되는 것을.

사실, 사람마다 자기 일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세상이 시끄러울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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