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여행의 추억

935회 2월 제주 힐링여행 14

멀리 가는 향기 2019. 2. 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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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샘이 부럽고 존경스럽지만 아프신 샘이 자꾸 생각나서 샘이 일을 좀 줄이시길 바래요.

.......................사랑하는 선생님  오랫동안 아름답고 정열적인 모습 뵙기를 기도해요.

조금만  일하시고 많이 놀러 다니셔요. 

날이 따뜻해지면  제주도에 한번 다녀가시길  언제나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손목이 시큰 거려 쉬어야 겠다 생각하던 차에 곽윤숙의 매세지를 받았다.

바로 위정현한테  제주 가자 톡을 보냈더니,  13-14일에  동화세상 전 집행부들이  내려간다했다.

바로  예매하고 13일 밤 비행기로 내려가  윤숙이 아파트에 묵었다.


2월 14 금요일  이마고 북까페-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 - 꿈바당 어린이도서관 - 한라 도서관


아침에 막내 여니가  밥을 하면서 시댁 놀이를 한다해서 한바탕 웃었다.  

위정현이 시어머니 박남희 곽윤숙이 시누이  태호는 아들 이란다.

아침 청소 끝내고 윤숙이 일하는 이마고 북카페로 왔다.


북카페 이마고는 표선면 세화리 외진 길가에 있다.

젊은 엄마들이 카페서 책을 읽고 있기에 제주사람인줄 알았더니 경기도에서 왔고 북카페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카페 지킴이 완두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는데 ,

산책길에서  풀 숲에 버려진 빈 생수병을 물고 오기에 뺏었더니 귤을 물고 왔다.

목이 말라 그런가보다고  귤을 까줬더니 정신없이 먹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저 살 궁리를 하는지라. 패트병에 물병이란 건  어찌 알고...


오너가 출판사 운영하던 사람이라  좋은 책들을 매대에 올려 놓았다.

인테리어 한 걸 보면 안목이 있는 사람이었다.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하고 빈티지 소품들도 눈에 띄였다. 그중에 압권은 오백만원 호가한다는 주물 난로


 목이 안 좋아  손님이 어쩌다 든다. 윤숙이 책 읽고 원고 쓰는 작업실인셈.

2층에 깔끔한 게스트 하우스도 있었다.


착즙기로 짜준 당근 쥬스가  어찌나 맛있던지  오는 날까지 당근  쥬스를 ........

후배들은 카페에서 글을 쓴다 하고 위정현은 오후 비행기로 내려 오고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제주에 사셨던 가을샘에게 표선 근처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 했더니,

대통령 별장이 어린이도서관 된 곳이있는데 아주 볼만하다고  하셨다.

그곳이 어딘지 검색을 하다가  이영득이 제주에 온 걸 알게 되었다.

이영득과 통화가 되고 꿈바당 어린이도서관에 동행하기로 했다.

 

버스로 제주버스터미널 가서 이영득을 만나고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부터 들르기로 했다.


경로당 위층이 어린이 도서관이었다.

바깥양반, 안방 마님, 별당 아씨들로 불리는 봉사자 여섯 명이 운영하는 도서관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옆에 공원이 있어 야외수업도 가능했다.

이 양반들이 3년 째 지역 노인들 모시고 그 분들이 살아 온 생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칠 팔십 평생 처음으로 색연필을 잡고 그린 그림들이  일러스트레이터 그림보다 좋았다.

옥자할머니 러브스토리를 보다가 울컥 눈물바람을 했다.

한 동네 총각과 알콩달콩 연애를 했는데 그만 월남전에서 부상병이 되어 돌아왔단다.

진해 병원에서 만났는데 다름 사람한태 시집가라고.

옥자 할머니 일년동안 병수발 하고 제대 전에 결혼식을......


생애 첫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짧은 글들이 진솔해서 마음에 닿았다.


나는 오래 전에 어머니하고 이 작업을 시도 했는데 어머니가  귀찮다고 꾀를 부리셔서  포기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챙겨 주어서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살살 꼬드겨 볼 생각이다.

우리 엄니  황소 고집이라 쉽지 않겠지만...


도서관 직원들과 정갈하고 맛난 점심을  먹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직 대통령 공관(1984 준공) 이었다는 꿈바당 어린이도서관으로 갔다.




넓직한 정원과 숲이 에두른 건물은 생각보다 위압적이지 않았다. 


공관으로 사용하던 때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두었다.

전면 벽 서가에는 대통령에 관련된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공관 시절의 응접실과 침실이 보존 되었는데 실내 가구와 인테리어가 평범하다.

군인출신 대통령이 사용하던 식기와 다기들도 여염집 식기보다 나을게 없었다.


문득 오래 전 잡지에서 본 윤보선 대통령의 식기들이 떠올랐다. 

사저에 있을 때 사용한 태극문양 식기는 영국 유학 시절 명문가의 문장이 찍힌 그릇을 보고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 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전통미가 돋보였던 그 식기들은 재임시절, 청와대에서 국내외 귀빈을 대접할 때도 사용했다고.


내친김에 윤대통령 이야기로 잠시......

윤보선  대통령은 일본과 영국 유학한 세련된 지식인이었다.



안국동 8번지 윤보선가는 1870년대에 지은 건축물로 국가지정문화재다.


 
윤보선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가로 전통과 현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서양의 영향을 받은  정원과 실생활에 맞게 개조된 안채와 서양식 채양 등 한말 양식들이 공존 한다.
동ㆍ서양 건축의 장점을 융합하여 건축양식 및 주거의 변천과정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민주운동의 본부이자 피난처”로  한국정치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 고택이기도 하다. 

 구한말  민 대감이 지은  99칸 대저택을 고종이 매입하여 영혜옹주와 혼인한 박영효에게 하사 하였다.

이후 한 차례 주인이 바뀌고 1910년대에 윤보선 대통령의 아버지 윤치소선생이 매입하여,  4대째 윤씨 일가가 살고 있다.

 ‘

윤치소공이 매입한 이후 개보수를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윤보선 대통령은  4.19혁명으로 이승만정권이 물러나고 제4대  대통령 (1960.08~1962.03)에 선출되었고
박정희 정권(1963~1979, 제5~9대 대통령)때에는 야당의 총수를 두루 거치면서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했다.

 

삼천포로 빠졌던 이야기를 도서관으로  되돌려서,



2층 식당과 주방이 있던 자리에 그림책방을 만들었는데 어린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공간이 부족했고 성인 열람실처럼 사무적이고 정숙한 분위기였다.

서가는 기증 받은 책으로 채웠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부실한 책도 있었는데 빈 자리가 많았다.

관광객들이 호기심으로 둘러 볼 곳이지  어린 독자들이 지주 찾아가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인테리어와 꾸밈이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는데  설문대 어린이도서관보다 못했다.


구실잣밤나무 . 도토리보다 작은 열매는  맛이 잣 같기도 밤 같기도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영득은 움직이는 식물사전.  식물에 관심 많은 내가  물어 보면 식물들 이름들이 막힘없이 나온다.


한라도서관으로 이동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 에서 주관하는 < 제주 어르신 그림책 전시>를 보러 온 것.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 어르신들이 화선지에 붓장난을 했던 것

첫 그림 솜씨라는게 믿기지 않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할머니들이 침침한 눈으로 바늘귀를 꿰고  자화상을 수놓을 때 기분을 알 것 같다.

'그동안 자식들하고 먹고 사느라 애쓰고 고생했다.'

한마디 하셨을 듯.


할머니들의 자화상은 자신에게 주는 포상 이다.

언제 저승사자에게 끌려갈 지 모르는데 생의 마지막 정리를 이리도 아름답게 했으니


헛되고 헛된 인생 회한인들  남겠는가?


내가 도서관 투어를 하는 동안 위정현은 이어도연구회 미팅 끝내고 한라도서관서 합류

표선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로 일정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