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원고지가 인쇄된 천을 보고 내 생각이 나더라며 얻어다 주었다.
좋아하는 시를 수 놓을까 하다가
<꿈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의 문장을 수놓기로 했다.
핸드백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이동 중에 짬짬이 수를 놓았다.
문장을 수 놓은 다음엔 몽골 초원의 야생화들을 수놓았다.
게르를 만들면 벽에 붙여놓을 생각이었다.
지작나무는 가지와 줄기 표피가 하얗다.
백두산 오르는 길에 자작나무 군락지를 보고 귀부인 나무 같다고 감탄을 했었다.
자작나무 가지를 톱으로 잘랐다. 나무가 물러서 힘들지 않았다.
가지 굵기도 다르고 톱질도 서툴러서 액자형으로 고정하려니 틈새가 벌어졌다.
순간접착제로 붙이고 틈새 벌어진 곳은 털실로 감아 채웠다.
털실 매듭을 이용해서 자수놓은 천을 고정 시켰다.
(속으로 내 잔 머리에 감탄 하면서...)
틈새도 가려지고 고정도 되고. 남이 보면 내가 각을 잘 맞처 톱질을 했는 줄 알것이다.
한 쪽 가지가 구부러져 수선 할까 하다가 자연스럽게 놔두기로 했다.
아이들이 체체크를 읽으면서 이 문장의 속 뜻을 알아차렸으면 좋으련만.
게르 벽에 걸아두었다.
남동생 친구들이 게르에서 자겠다고 해서 데이베드를 들여 놓았다.
콘솔책상을 게르로 옮기다가 서랍속에서 윤문영 선생님의 그림 편지 발견.
남동생 친구들 오면 예쁜 여자들 눈요기 하라고 간살에 끼워 두었다.
더블침대는 게르문짝을 통과 못해서 슈퍼 사이즈 매트리스만 들여놓고 침구 세팅.
식탁겸 책상
양피지에 그린 몽골 풍속화
남동생 홍대 동창들이 강릉여행을 한다고 모였다.
3명은 미대교수가 되고 동생만 신문사 편집기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홍선이는 추운데서 자면 안되는디 어떻게들 하고있는지 ...." 하도 걱정을 하셔서
동생 더러 사진을 찍어 보내라 했다.
어머니가 사진을 보고 늙은이들이 되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셨다.
잘 생긴 미남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가고 어느새 할아버지들이 되었다.
우리 동생은 친구들에 비하면 덜 늙은 셈이다.
원주 내려와서 건물 짓는 다고 몸을 많이 쓴 탓에 허리 싸이즈도 줄고 고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손은 땔나무꾼처럼 거칠어 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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