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닭울음소리에 눈 뜨면
개돌이 데리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변을 산책한다.
날마다 산책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강변에 만개한 센토레아 꽃을 딸 때 데리고 가는 것이다.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다. 17년 키우던 (남편이 좋아해서 덩달아) 애완견 미미를 보낸 뒤에 결심했다.
닭지킴이 개로 우리 집에 온 강아지가 성견이 되었다.
하루종일 목줄에 매어사는 개가 불쌍해서 마음이 쓰인다.
개돌이는 닭들한테 고약하게 굴지 않는다.
식탐이 많은 폴리쉬들이 밥을 뺏어 먹어도 내버려 둔다.
날마다 호시탐탐 줄을 끊고 암컷한테 줄행랑치는데 오늘은 갈대 줄기가 엉켜 땡볕에 낑낑.
털옷을 입고 얼마나 더우랴싶어 엄니와 목욕을 시켰다.
브러쉬로 털갈이 털을 빗어주니 시원해서 고분고분.
시베리안 허스키와 진돗개 믹스견 개돌이는 잘 생겼다.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춘스런 이름을 지어 줬냐고 묻는다.
전에 정채봉 선생님 댁 개는 아이들 이름 돌림 자 '태'자를 따서 '개태'로 불렸다.
나도 개라서 순이 돌이로 부르는 것이다.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무녀리네 엄마 개순이>이후 계속 그 이름으로 부른다.
식당에서 가져온 고기짬밥과 사료를 먹이는데 운동량이 많아 몸매도 예쁘다.
밤중에 암컷 생긱이나서 낑낑 거리는 통에 잠을 설쳐서 멀찌감치 강아지 때 만들어 준 집에 묶어놨다.
뒷 벽의 나무판자를 떼어내 여름별장을 만들어 줬다.
날마다 아가씨를 찾아나서서 나를 성가시게 하는 놈이 뭐가 이뻐서.
닭 모이를 축내는 징그러운 밤도적놈 들이 들끌어서 속상해 했더니
식당 강사장이 새끼 고양이 두마리를 얻어다 줬다.
이놈들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말썽이라
닭장에서 함께 살라 넣어줬더니 완전 쫄아서 옴싹달싹을 못하기에 강사장더러 키우라고 보냈다.
7월 초에는 작은 집 조카가 아프리카 거위 새끼 한쌍을 데려 왔다.
부화 된지 열흘 된 새끼라는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카우려다가 즤 아버지한테 혼이 난 모양이다.
거순이 거돌이가 나를 에미로 알고 졸졸 따라 디녔다.
벤치에서 낮잠을 자려는데 기어 오르며 재롱을 부렸다.
무쇠솥 미나리꽝에서 놀고
수련꽃밭에서 놀고
함지박에서 물놀이 하는 양이 귀여워 예뻐하게 되었다.
꽃밭에 땅꽈리 새순이 마구 마구 올라와 성가셨는데 두놈이 풀메기 일꾼 몫을 했다.
닭들은 꽃밭에 들어가면 흙목옥을 하느라 온통 파헤쳐서 꽃들이 죽는데 야들은 흙목욕은 안해서 다행이었다.
거순이 거돌이가 앞으로 일손을 덜어주겠다고 좋아했더니,
며칠 지나니까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성가시게 했다. 미운 일곱살 아이 처럼.
동네 사람들이 돌아다니다 교통사고 당하겠으니 가둬 두라 해서 풀밭에 철망 우리를 만들어 넣어 두었다.
1시간 반 쯤 지나 다른 곳으로 이동 시켜 주려고 갔더니 목을 물려 죽어있었다.
범인은 족제비, 고양이, 쥐가 물망에 올랐는데 아무래도 개돌이 짖인 것 같다.
그새 정이 들어 꽥꽥 울며 내 뒤를 따라다니던 것들이 눈에 밟혔다.
내가 원치 않았어도 닭, 강아지 칠면조,고양이, 거위를 거두어 먹이고 똥치우고 죽으면 화장시키는 일까지 내 일이 되었다. 일복이 많은 사람이라 그러러니 하다가도 부아가 난디.
백 폴리쉬 암컷과 얼룩이 믹스 폴리쉬 사이에서 검정 폴리쉬 암컷 두마리가 부화 됐다.
에비를 닮은 수탉도 두마리 부회 되었다.
부화된 병아리들은 사람을 덜 경계한다. 암탉이 부화 시킨 병아리들은 사람을 보면 꽁지빠지게 도망을 가는데.
닭장의 최고 말썽쟁이 카사노바 훼가리는 흑닭 애꾸가 교육을 시켜도 여전하다,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주의 산만한 사람은 실수가 잦아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똑 같은 실수를 거듭하는 것과 마찬가지.
암탉만 보면 중병아리도 올라타는 싸가지들인데 이해 할 수없는 일이 있다.
겁쟁이 암탉들만 모여있는 닭장에 싸가지 들을 넣었다 .알을 날 때가 되었는제 알을 안 낳아서.
이 암탉들은 온 종일 횟대에 올라가 꼼짝을 않으니 살만 디룩디룩 쪘다.
횟대에서 안 내려오는데다 싸가지들이 위협을 해도 즤들끼리 딱 붙어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게 만든다.
천히의 카사노바도 진이 빠져서 물만 찍어 대더라.
횟대 위의 암탉을 두고도 어찌 해보지 못하니 그야말로 난공 불락이다.
싸가지들은 숫처녀가 많은 그 닭장에 안들어가려고 용을 쓴다,
닭 체온은 사람보다 높다. 갸들도 더우니까 흙을 파고 몸을 식히고 있다.
비비추와 맥문동이 뿌리 채 뽑혀 나갔지만 두고 보았다.
밖으로 나와 수탉을 피해다니던 암탉이 지붕에 올라갔다.
야는 수탉이 올라타지 못하게 잘 피해 다녀서 정수리가 멀쩡하다
이런 놈들을 모이로 살살 꼬여 집어 넣는 일도 내 차지.
동생이 현장일을 하느라 동물 집사 노릇까지 하게 된 것.
암탉들은 자꾸 알을 품고 나는 품지 못하게 뺐어 내고........ 관상용만 몇 마리 키웠으면.
인도네시아 총각들에게 인도네시아 닭요리를 해보라 했다.
동생이 닭을 안 잡으니 남들에게 생닭으로 준다. 가져가서 잡으라고.
한국식으로 닭을 잡을 땐 숨통을 끊은 뒤 펄펄 끓인 물에 담가 털을 뽑는데,
인도네시아 식은 회 뜨듯이 껍질을 발라낸다.
<인도네시아 닭 요리 또미스 아얌 > 만들기
.
1 닭을 토막내서 삶은 다음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 놓는다.
2 감자, 당근, 양배추, 양파 야채들은 소금 간으로 끓여 스프를 만든다
3 고추를 절구에 짖이겨 마늘과 함께 칠리소스 넣고 볶는다.
( 번역기로 '물건을 부드럽게 하는 기구 '를 찾는다. 눈치로 절구를 내주니 맞다고 ㅎ)
4 고추 마늘 소스에 닭고기 넣고 버무리면 완성.
<또미스 아얌 ( 닭)>은 담백해서 내 입에 맞았다. 다만 토종닭이라 육질이 질긴 것이 문제.
요즘 젊은 애들은 딘짠 단짠'을 좋아해서 식당 음식 대부분 조미료 맛으로 달고 짜다.
갸들이 중늙은이가 되는 시절이 되면 병원들은 환자들로 넘쳐나겠지.
인도네시아 총각들을 부리는 동생은 삽질도 못 해 속이 터질 때가 많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삼십대 애들도 마찬가지 라고 했다.
언제 몸 쓰는 일을 해봤어야지. 일을 해보지 않아 일머리가 없는 건 당연하다.
나는 소음인 체질이라 위가 약해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안되는데 동생은 점심에 국수나 라면을 먹자힌다.
마트에서 인도네시아 식 미고랭 라면이 있기에 사왔다.
면을 삶아 물기만 빼고 첨부된 스프에 비벼먹는데 야채를 얹어 먹으면 담백하니 좋다.
달고 매운 우리나라 비빔면 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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