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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일기

989회 닭장 이야기

멀리 가는 향기 2020. 1. 19. 14:10


공작은 칠면조에 비하면 신사다.

덩치가 크다고 닭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올해 3년차. 허리 깃털이  다 자라면 1미터 정도.

지금은 깃털 길이가 균등하지 않지만, 년말 쯤 되면 인물값을 할거다.

숫 공작이 날개를 부채꼴로 펼쳐 보이는 것은  짝짓기 시기에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암컷은 가장 멋진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에 수컷은  꼬리깃을 활짝 펴고 천천히  맴을 돌며 유혹한다.
또는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날개를 펼쳐 가짜 눈(꽁지깃에 붙어 있는 동그란 모양)을 부릅뜬 것처럼보인다.





금계는 꿩 과라 야생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강한 것 같다. 몸값도 비싼데 두마리나  닭장을 탈출해서  놓쳤다.

세번때 들인 금계는 자라면서 병치례를 많이 했다.

눈밑에 지방에 쌓여 눈을 뜨지 못해 동생이 메스로 째고 치료를 두어번 했었다.

모이 주러 닭장에 들어갔다가 구석에서 시들시들한 것을 보았다.

동생이 해가 잘드는 닭장에 옮겨 주고 보살폈더니 기운을 찾았다.


어릴 때는 암꿩 같이 예쁘지 않더니 성보가 되니 화려한 깃털이 나서  인물이 훤해졌다.

황금계도 한 마리 날려 보내고 새로 데려 왔는데 아주 소심해서 도망다니기 바쁘다.

청계. 이녀석도 여러번 탈출 했는데 다행이 멀리 날아가지 않아서 덪을  놓고 보름만에 잡았다.

이녀석을 소재로 단편동화  <닭새>를 썼다.


닭장에 모이 주러 갈 때 쏜살같이 탈출을 하는데, 주변에  닭들이 있으면 멀리 가지는 않고 맴돈다.

느긋하게 지켜 보다가

모이통으로 유인해서 닭장에 가둔다.



수컷 칠면조는 사납다. 

짝짓기할 때 육중한 몸으로 암컷 위에 올라 서서 자근자근 밟아대는 통에 암컷이 다리를 절며 피해 다녔다.

그사이 암닭을 괴롭혀 압사 시키고. 

이범에는 더리 저는 암 공작을 올라 타고  말을 안듣는다고 털을 뽑아 놓았다.




암공작도 상처가 너무 커서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미운짓을 많이 해서 닭장 밖으로 내 놨더니  닭장 지붕으로 올라가 있다가  

밤이슬을 피해  근처 나무 위에서 밤을 보내 곤 했다.



닭들도 타고난  본성이 있는 것 같다.  조심성이 많은 놈  모험심이 있는 놈, 모성 본능이 강한 놈 , 애처가 기질이 있는 놈

먹을 것만 밝히는 놈.


백 폴리쉬 암컷은 식탐이 아주 많다. 굶주린 놈처럼 먹을 것만 찾아 다닌다.

오이통에 처박혀서 난리브루스를 추기도 했다.


어머니가 식당에서 잔반을 가져오면 고추장이 묻은 음식은 물에 씼어서 준다. 

 미쳐 씻지 못한 것을 나중에 주려고 지붕에 올려 놨는데 푸들강아지 같은  놈이 대가리 차박고 쪼아 먹더니

머리통에 고추장 염색을 했다.



백 폴리쉬가 블렉 아메라우카나와 짝짖기해서 혼혈 암컷을 깠는데. 이놈도 에미 못 잖은 먹방이다.

사료 주러 들어가면  모이통에 날라들어서 정신없이 쪼아먹고,  주인 머리 위에 올라 앉아  따라다니며 먹는 먹보.


백머리 폴리쉬라는데 어떻게 머리만 하얗게 믹스 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집  어르신  황마담 하고  역모 (털이 거꾸로 나서) 사이에서

요런 놈이 혼혈로 태어났다.

황마담은 보성 본능은 대단하다. 알도 잘 낳고 부화도 잘 시키고  그야말로 살신성인.

 털이 다 빠지도록 병아리들을 보살핀다.


블루실키



골드 실키                                                                                        화이트실키



 감기 걸려 죽는 놈이 여럿 있었다.




 암탉을 여럿 거느린 훼가리는 보무도 당당하다. 


눈뜨면  창턱에 올라 앉아 집안을 들여다 봐서 우리랑 놀고싶어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언제 나오나 망을 본 것 같았다. 나오기만 하면 쫒아와서  쪼아 대서 한동안 혼났다.


닭 지킴이개로 온 개돌이는  병아리 물어 죽이고  암탉 털 뽑아 죽이고....... 사고뭉치가 되었다.


치악산 닭소년으로 방송을 타는  고등학생 석원이


초등4학년 때 원주로 이사 와서 친구 없이 지내는게 안쓰러워 병아리를 얻어준 것이  닭박사가 되었다.


MBC에서 석원이 일상을  밀착 촬영중인데, 

우리집 병든 닭을 치료해주러 와서 조언을 해주는 컨셉이라 동생이 보조 출연을 했다.


석원이 아빠는 아들 둘이 닭사람에 빠지자 하고  덩달아 닭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 집 닭들은  석원이네서 분양 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초딩 4학년부터 닭하고 놀다가 이제는 닭키우는 어른들 선생님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소질을 키운 셈이라 석원이는 일찌감치 자기 갈 길이 정해졌다.


원주내려와서 동생이 닭에 관심을 갖게 되어 나는 동생 없을 때 닭 똥치우고 모이 주는 닭집사 노릇을 한다.

어미 닭이 부화한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는 걸 보면 신통방통하고 

부화기에서 나온 놈들도  어미 가르침 없이  잘 크는 걸 보면 유전인자가 있는 것 같다.

닭들이 피 흘리며 서열 싸움을 하는 걸 보면 정나미가 떨어지지만  인간 세상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엔 요상한 닭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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