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월, 12월에 전주에서 강의가 있었다. 11월에는 오전 오후 두 학교 수업을 하게되었다.
용 X 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큰 학교다.
3학년 아이들이 다목적실 바닥에 붙어앉았다.
학년 주임 선생님이 야단 치는데도 아예 돌아앉아 장난치는 아이들 수두룩.
교과서에 실린 <무녀리네 엄마 개순이>만 읽었단다.
책하고 담쌓은 아이들을 데리고 진을 뺐다.
꼬막무침으로 점심을 단단히 먹고 며느리가 챙겨준 공진단도 깨물어 먹고 ........기운을 냈다.
오후에 간 용소초등 학교도 아이들을 다목적실 바닥에 앉혀 놨다.
강의 시작 전에 체격이 우람한 여선생님이 나직나직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책과 담쌓은 아이들이지만 집중했다. 더러 질문 내용이 좋은 아이들도 있었다.
함께 간 사서 선생님이 같은 지역의 두 학교 분위기가 다른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건 학교 선생님들 통솔력 차이예요."
12월에 전주 용와 초등학교 강의가 있었다.
전북 교육문화회관 <한 책 작가 초청 강연>지원 사업에 뽑히지 못하자 학교에서 특강신청을 한 것이다.
11월에 지원 받은 학교와 같은 지역 학교 인데 아이들의 반응이 달랐다.
교과서에 실린 동화만 읽은게 아니고 다양한 책을 읽고 담임 선생님과 독후 활동을 했단다.
당연히 질문 내용이 다르고 아이들의 호응도 높았다.
강의 끝나면 단체 사진을 찍는데 아이들을 학년별로 불러내고 줄세우느라 담임들이 진을 빼기 마련.
담당 선생님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나를 아이들 곁에 앉혔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날 군산학교 강의가 있어 학교 선생님과 전주역으로 가는데 시간이 임박했다.
뛰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시외 버스를 이용하라고 정류장에 내려 줬다.
군산 마리 하우스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버스타고 익산에 내리면 픽업을 나오겠다 했다.
올해 환갑이라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가는길에 채만식 생가와 임피 향교등 고적지를 둘러 보기로 했다.
임피향교는 1403년(태종 3)에 건립하였고,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1630년(인조 8)에 이전, 중건하였으며, 1710년(숙종 36)에 현재의 위치로 이건하였다.
바로 옆에 학교 건물이 바싹 붙어 있어 분위기를 망쳤지만. 에두르고 있는 대나무숲과 해묵은 나무들이 고즈녁한 곳이었다.
특히 배롱나무들이 많아 꽃이 피면 장관일듯 싶었다.
나는 임실 향교 옆 집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향교를 드나들며 놀았다.
그래서 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1921년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개설한 임피역은 각종 화물을 일본으로 실어 내는 교통요지였다.
현재 장항선에 편입되었으며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역에서 만나는 채만식의 <논이야기>당시 농민의 현실과 사회상을 풍자한 소설
이광수 추천을 받아 데뷔한 채만식의 단편 소설 <세길로> 조형물.
나는 아버지의 한국문학 전집으로 중학교 때 <레디메이드 인생>을 읽었다.
기성품 인생을 뜻하는 식민지 치하의 지식인 또는 조선인의 삶을 뜻하는 Redy made.
대졸 학력의 실업자 P는 구직활동을 하지만 번번이 거절 당한다. (지금의 취준생과 다름없다.)
채만식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조적 풍지와 반어법으로 일제 치하의 실상을 드러냈다.
인테리어 사업을 했다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남프랑스 아비뇽에 갔다가 70대 에어비엔비 주인의 친절에 감동을 받아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고.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 퇴직하면 70대까지 일하고 여행을 다닐 계획이란다.
여자 혼자 안전하게 잠잘 곳은 여행자들이 묵는 게스트 하우스다.
군산의 근대 문화역사 거리 쪽에는 젊은 애들로 소란스러울 것 같아 외곽을 찾았더니 이렇게 깔끔하고 멋진 가정집이 있었다.
도자기도 했다는 그녀의 집은 단정하고 격이 있었다.
그녀와 여행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 기관지가 약하다는 그녀가 평소 마시는 도라지, 대파 뿌리 차를 마시고 방으로 올라갔다.
텔리비전도 없는 조용한 방에서 무념무상 수를 놓았다.
아침상을 받고 그녀가 학교에 데려다 준다 해서 함께 집을 나왔다.
이십 여분 군산 외곽 길을 드라이브 하다 도착한 나포 초등학교
담당 선생님은 강의 일정 잡으면서 여러 차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준비 했다.
군산 나포초 전교생이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교장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고 합석 해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강연자 입장에선 고맙기 짝이 없다.
교무실 분위기도 밝았다. 학교 선생님이 익산 역까지 태워 주셔서 편안하게 상경.
담당 성생님이 강사 섭외 하는 과정에서 강사에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교장 선생님께 브리핑하고,
강사와 메일 주고 받으며 일정을 정한다.
일정 앞두고 아이들과 책을 읽고 독후 활동하는 과정에서 지도 교사의 설렘은 아이들에게 전달 되기 마련.
그런데 교육청이나 교육 문화원 도서관 등에서 지원 받아 치루는 작가와의 만남은 ( 교장 선생님이나 교무실 선생님들은 강사에 대한 정보도 없다)그저 행사일 뿐, 남이 차려 논 밥상 받아 먹는 느낌이다.
같은 도시 같은 지역의 학교 아이들의 호응이 다른 것은 바로 이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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