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번천 초등학교 전교생이 급식실에 모였다.
양벌초등학교에서 만난 이미선 생생님이 전근하면서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집중했다. 독서교육의 반은 성공인 셈.
강의 끝나고 아이들이 문자를 보냈다.
요즘 아이들은 2학년도 작가 전화번호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밤 아홉시 넘은 시각에 문자가 오기에 답장을 안했더니,
안녕히 주무세요를 계속 보냈다. 답장을 했다가 문자 폭탄을 맞기 때문. ㅎ
그날 학교 가는 길이 대중교통으로는 복잡해서 동생이 태워다 주었다.
내가 강의 하는 동안 우리 시동생을 만나 건축에 대한 궁금증을 풀겠다 했다.
강연 끝나고 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학교 인근의 광주 분원터를 구경했다.
광주는 지리적으로 궁궐과 가까운데다 흙이 좋고 땔감도 풍부했다.
한강을 통해 도자기 운반도 용이 했기 때문에 광주에 분원을 만들었다고.
분원 터에서 발굴 된 자기 파편들
광주분원에서는 청화백자를 만들었다.
조선은 전란을 겪으며 청화 백자의 수입안료 코발트색의 공급이 어려워졌다.
도공들은 국내서 공급이 용이한 산화찰 안료로 철화백자를 만들었다.
백자에 새겨지는 그림들도 피폐해진 전후 사회현상의 영향을 받았다.
붓질이 강력해지고 자유분방한 표현과 해학적 문양이 등장 했다.
동생을 만나 집으로 오는 길에 광주로 이사 했다는 홍빈티지 가계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없어 옆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유럽엔틱>가게 앞에 있는 정원용 조형물과 철제 가제보가 내 눈길을 끈 셈이다.
영국 빈티지 가제보는 650을 호가했다.
가게 안에 들어갔다가 홀린 듯 유럽엔틱 가구 구경을 했다.
인형을 수집하면서 엔틱가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엔틱가구를 보고 영국 산인지 프랑스 산인지, 고딕인지 바로크 스타일인지, 나무 재질이 무엇인지 보는 눈이 생겼다.
주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질좋은 엔틱을 수집한 컬렉터라고 자랑할 만했다.
그동안 내가 유럽의 엔틱 가게와 이태원 등지를 돌며 눈팅한 가구들과 급이 달랐다.
이 집에는 로즈우드로 만든 최고가의 가구들이 많았다.
나무는 세월이 흐르면서 색이 짙어진다.
엔틱 가구는 빛깔과 파티네이션을 보고 진가를 구별한다.
파티네이션은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손때가 묻고 얼룩이 생기고 왁스의 기름칠로 생겨낸다.
고가의 가구일수록 관리를 잘 하기에 스크레치는 적다.
가장 흔한 오크(참나무)는 중세부터 17세기까지 가구의 주재료였다.
참나무는 쉽게 구할 수있을 뿐더러 단단하고 실용적이어서 서민들이 주로 애용했다.
밝은 색과 짙은 색으로 구분 되고, 입스위치 오크는( 바닷물에 5년에서 30년 담가 놓은 목재)원목 그대로 색감을 유지한다.
마호가니는 오크처럼 단단하면서 월넛처럼 조각하기 수월해서 가구 제작자들이 기술을 떨칠 수있는 목재.
나뭇결이 깃털 같이 화려하고 붉은 빛을 띠는 쿠바산이 최상급 목재.
마호가니 일종인 새틴 우드는 1760년대부터 사용했는데 나무결이 공단 처럼 반짝인다.
벌목 때 장미 향이 나서 로즈우드로 불리는 자단은 브라질과 인도에서 자라는데 19세기 초반 가구에 많이 사용했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로즈 우드들은 명화를 그려놓았다. 꽃 그림 보다 명화가 그려진 것이 비싼 것은 당연하고.
중국의 고대황실이나 고궁에 있는 최고의 가구는 대개 자단목으로 되어있는데 황제가 사용한 가구들이다.
자단목은 인도,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장미목 콩과의 상록수로 중국의 운남성에서도 자생하는 열대식물이다.
목재가 자주빛이고 치밀하여 단단한것은 물론 쇠처럼 무겁다.
가공하기가 까다롭지만 붉은빛과 나무결이 아름답고 내구성이 강해 예전부터 고가의 가구재로 사용되었다.
자단목 가구공장은 특유의 조각기술이 노출되길 꺼려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게 할만큼 귀중한 목재이다.
피겨린 인형은 옷의 망사 문양과 레이스까지 디테일하게 빚어냈기에 고가의 인형들이다.
구색으로 수집하고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여기 소개 하지 않은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그 쓰임을 상상하는 일도 엔틱을 보는 즐거움의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쓰던 물건을 신품보다 고가에 거래하는 것을 이해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엔틱을 보면 그 물건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그것을 길들이며 사용한 사람들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져서 좋다.
돌아오는 길에 로알드 달의 작품집 <맛>의 <목사의 기쁨>이라는 단편이 떠올랐다.
보기스는 다양한 신분, 특히 목사로 위장하여 시골집을 돌며 골동품을 싸게 사서 런던에서 비싸게 파는 사람이다.
드디어 보기스가 귀한 마호가니 의자를 발견하고 대박을 터트릴 기화를 잡았다.
보기스가 흥정을 마치고 의자를 운반할 차를 농부의 집 앞으로 가질러간 사이, 엔틱의 값어치를 모르는 세 농부는 혹시 의자가 차에 실리지 않아 무산될까봐 의자를 해체 한다. 농부가 귀족 가문에서 오랜동안 하인으로 일한 댓가로 받은 마호가니 의자를 말이다.
스릴이 넘치는 반전으로 보기스는 단순무지한 세 농부에 의해 제꾀에 제가 넘어가는 좌절을 맛보게 된다.
로알드 달은 추한 인간의 욕심, 이중성을 위트있게 표현하며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
고약한 등장인물들을 고약한 방법으로 혼내주는 것,
그래서 독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것이 로알드 달 이야기 본질이다.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는 자기 교만이 결국 자기 자신의 발등을 찎는 도끼가 되는 소탐대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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