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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

1028회 이렁저렁 세월을 보내네

멀리 가는 향기 2020. 10. 25. 17:42

하루가 긴 엄니는 밤이 벌기를 고대 하셨다.

이모가 안부전화 할 때마다 " 밤 줒으러 오니라 잉." 하셨다.

엄니 바램대로 가을은 오고 밤이 떨어졌다

날마다  판대리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배낭 가득 밤을 주으셨다. 

약을 치지 않아 벌레 먹고 거름도 주지 않아 잘아진 밤도 알뜰하게 주우셨다.

산비탈 오르내리느라 허기진 엄니가 대만  증선생이 보내준 라면을 드셨다.

편식쟁이 엄니가 소고기 건더기가 들어간 라면을 짬뽕 맛이라며 엄지척 하셨다.

영신네 고구마 캐는 날  고구마 줄기 따시며 동서끼리 도란도란,

영신 엄마가 심고 남은 고구마 줄기를 주었는데

두덕 만들고 심자니까 동생이 멀칭비닐 꼴보기 싫다고 그냥 심으라 했다.

고구마는 거름기 없는 땅에서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영글어 비교적 쉬운 작물이다.

두둑을 만들어 놓고 비가 온 뒤 멀칭 비닐을 친다음, 줄기를 꽂아야 뿌리가 쉽게 내린다.

두둑을 만들면 캘 때도 수월하다. 

뿌리 채소는 두둑을 만들고 잎 채소는 두둑을  안 만든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두둑을 만들지 않고 심은 우리 고구마는 전멸. 경험자 말을 안들은 탓이다.

 

 

주차장 입구 법면은 거름기 없는 생땅인데다 흙이 흘러내려 씨를 뿌려도  발아가 안된다.

겹코스모스를 다른 땅에서 발아시켜 한 포기 한포기 옮겨 심었는데.

겹코스모스는 얼마 안되고

 원종 코스모스가 나왔다.

내년에 싹이 나오면 어쩌나. 피코티 코스모스도  원종이 곁에 있으면 전부 원종으로 변이 되던데.

꽃무릇을 수국 정원에 심었는데 부엽토가 많은 땅이라  뿌리가 들뜬 곳은 다시 캐서 옮겨 심었다.

부엽토가 많은 땅은 깊숙히 파고 심어야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게비온 올라가는 비탈에 잡목들 잘라내고 수국을 심었다.

월송리에서 키운 수국을 장마철에 옮겼더니  토양이 맞는지 잎사귀가 넙적넙적 잘 자랐다.

 

그런데 첫 추위에 얼었다. 목수국과 산수국은 멀쩡한데.

원주에서는 당년지 수국만 키워야 할 모양이다.

다행히 내년 봄에 목수국과 산수국 삽수를 한 박스 보내주겠다는 이가 있어 마음이 놓인다.

새깃유홍초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첫 추위도 견뎌냈다.

 

시멘트 전봇대가 눈에 거슬렸는데 유홍초를 올리면 안성마춤이겠다.  보기 싫는 축대도 유홍초로 가릴생각.

비닐 코팅 자투리천으로 가랜드를 만들었다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 환영합니다.  바람에 나폴나폴

 

 

동생이 주워 온 곰돌이 수문장. 

 내년 봄에 잔디 사이로 수선화가 피면 플라맹고들은  좋겠다.

판대리서 흙 만지며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한다.

이렁저렁 세월을 보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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