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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일기

1063회 판대리 셋째 주

멀리 가는 향기 2021. 6. 27. 23:27

 

주차장에 마사토를 25톤 트럭으로 세 차  사다 깔았다.

파쇄석 사다 깐 다음 롤라로 다지고  마사토 깔고 또 다지고 ......

장마 전에  잔디 심고 마무리 하는 작업이다.  

 

목 줄에 메인 개돌이가 온 종일 혼자 지내는게 안쓰러워 판대리로 싣고 왔다.

잔뜩 긴장한 개돌이는  자기 팔자가 상팔자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목 줄에 풀려난 개돌이가 물 만난 고기 마냥 온 산을 휘젖고 다녔다.

엄니도 말동무가 생겨 좋으시고.

집에 올 때 묶어 놓고 왔더니 엄니가 개만 두고 왔다고  걱정을 하셨다.

다음날 아침 개집 싣고 가보니 나일론 줄을 끊고 돌아 다니고 있었다.

 털갈이 시기라 빗으로 빗어주고 목욕을 시켰다.

 

 

새벽 6시에 인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개돌이가 마구 짖었다고 한다.

인부들  따라다니며 냄새를 맡더니 

간식타임에는 천연덕스레 옆에 앉아  빵을  받아 먹기도 했다. 

손님이 올 때마다 짖어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묶여 있던 개돌이는 경계심이 많아 이웃사람이 와도 마구 짖었다.

자유로운 몸이 된 뒤로 스스럼 없이 게르에 드나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누구보다 엄니가 개돌이랑 노느라 무료함을 덜었다.

 

 

재호 총각이 예초기를 가져와 풀을 깎았다.

 어느 날 원사장이 말했다.

"재호가 사모님 걱정을 많이 해요.  사모님 고생 덜 하게 풀 깍아 드려야 한다고....."

재호는 사기꾼에게 속아서 감옥에 다녀오고도 빚이 1억이나 된다고 한다.

사는 낙이 없을 텐데 착실히  일하는 게 딱해서 마음 써 주었는데 그게 고마웠던 모양이다.

이목사가 등산 끝내고  들렀기에  재호가 예초기로 나리꽃 잘라버리기 전에 캐자고 했다.

내친 김에 더 캐려고 이동하는데  옆에 따라 오던 개돌이가

잡목 숲에서 뭔가 잡아물고 흔드는 바람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뒤따르던 이목사도  혼비백산,  비명 소리에 놀란 인부들 이목이 집중됐는데 

개돌이가 새끼 고라니를 물고 냅다 달려 내려갔다. 

동생이 고라니를 빼앗아서 게르에 가둬 놓았다.

사냥 맛을 본 개돌이가  산으로 달려 와서 온 산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중나리를 옯겨 심고 게르로 가봤더니 죽은 고라니가 아주 귀엽고 예뻤다.

이 목사에게  묻어 달라고  부탁.  오디나무 곁에 묻어 주었다.

목사 재임 중에 장례 집도를 수없이 했지만 동물을 묻어준 일은 처음이라고........

다음 날 오전 영신이 예식이 있을 용소막성당으로 갔다. 

신부대기실을 꾸며야 해서  사전조사를 나간 것이다.

맏이를 출가시키는 부모마음이 어떠 할지 짐작 되기에 추억이 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유서 깊은 아름다운 성당에서 예식을 치르게 될 영신이의 결혼 생활을 축복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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