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면 눈이 떠진다. 닭 울음소리 때문에.
나를 보면 모이 달라고 쫒아 온다. 닭들도 왕따가 심하다.
힘이 없으면 모이도 도둑 고양이 처럼 눈치 보며 먹는다.
털이 거꾸로 난 '역모'는 벌거숭이가 되어 병아리 장에 격리 되었다.
요즘 털이 많이 났다.
청년이 된 역모 자식은 암닭을 밝혀서 어른 숫닭들에게 린치를 당한다.
훼가리가 윗 닭장에서 내려오자 아래 닭장의 암닭들이 차례로 수난을 당하고 모이도 못 먹고 쫒겨 갔다.
동물 세상은 힘 센 놈의 무법천지.
우리 집 닭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황마담은 숫닭들 수청을 피해 닭장 밖에서 따로 지낸다.
바람둥이 훼가리는 처자식들이 배불리 먹도록 보초를 서준다.
잡종 브라마는 엄마처럼 따르더니 이제는 본체만체.
요즘 공작이 4번이나 탈출해서 몰아 넣느라 애먹었다.
육계용 닭 브라마 한쌍은 금슬이 좋아 늘 붙어다닌다.
다른 수닭들은 난잡한데 브라마는 한 눈을 안 파는 1부 1처. 그래서 이쁘다.
모이 준 다음에 닭장 청소를 해주었다.
닭장 올라가는 계단의 아카시 가지가 얼굴에 닿을 지경이라 잘라내고.
꽃밭관리도 바쁜데 지저분한 닭장이 꼴보기 싫어 손을 댄다.
닭들이 서열 싸움으로 피투성이 되는 것도 징그럽고
숫탉 여러 머리가 암탉을 올라타는 꼴도 보기 싫다.
본능대로 욕심을 채우는 동물들은 안 보고 싶다.
인간 세상에도 닭처럼 개처럼 본능대로 사는 인간들이 많다.
그래서 교육이. 교양이 ,질서가 필요한 거다.
07:40분 이목사 출근길에 카풀을 하고 판대리에 왔는데,
게르에서 잔 동생이 우근이랑 마고 목공소에 가겠다고 했다.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판대리에 남았다.
심심해진 어머니가 집에 가고싶어 "가짜 목사' (은퇴 목사라 해도 ...)언제 오냐고 보챌 즈음,
한상순이 오겠다는 전화.
동생과 함께 하늬네 목공소에 갔으면 한상순은 헛발길 할 뻔.
매지리에서 간호사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고, 대학 동문이자 병원 단짝인 동료들과 왔다.
코로나 때문에 얼굴 못 본 지 오래라 ..........어찌나 반갑던지.
원주에 온 뒤로 대화 상대가 없어 입 봉하고 살았는데
나도 모르게 업 되어서 말이 많아지고 하이 톤이 되었다.
텃밭을 보고 감탄사 연발.
마트에 갈 시간이 없으니 텃밭에서 먹거리를 해결한다.
리본 포토존 첫 개시.
산아래 경치에 넋 놓고
앞 머리 내린 헤어도 어울리고 백과 구두 매치도, 인디고 빛깔 원피스도 잘 어울렸다.
퇴직하고 패션이 자우스러워진 모양이다.
예고 없는 방문이라 저녁 준비가 안돼 약초 꾼이 하는 콩국수집으로 왔다.
서리태와 잣을 갈아 만든 진한 콩국숫물이 한상순 같다.
궂은 일 도맡아하고 공치사 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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