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6일 -7일 ,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에서
< 제 2회 고성 공룡 이야기 책 축제><제 11회 열린 아동문학상 > 시상식이 열렸다.
행사 전 날 충주 이가을 선생님 댁에서 1박하고 다음날 아침 고성으로 출발했다.
고성행 시외버스 안에서 가을 선생님 머리맡에 있던 책, 메르켈 이야기를 들었다.
정치인에 관심 없던 나는 독일 수상 메르켈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메르켈은 ‘동독’ ‘여성’ ‘과학자’ 출신. 독일 정치판의 아웃사이더.
16년만에 퇴임을 앞두고 국민 75%의 지지를 받고 있는 메르켈은 ‘무티(Mutti, 엄마)’라고 불린다.
메르켈은 남성 정상들의 외교 각축장에서 가장 돋보였다.
푸틴과 트럼프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어르고 달래 정치의 기본 룰과 가치를 지켜냈다.
( 메르켈은 개에 물린 적이 있어 개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담장에 검정 리트리버를 끌어들여 여성 총리를 위압하려는 비열한 의도)
푸틴은 메르켈의 자세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계속했다.
그는 회동 때 자주 지각 했는데, 메르켈이 지각을 꾸짖자,
“으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아요.” 라고 대꾸했다.
푸틴에게 메르켈니 말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지 않아요.”
시간 엄수는 겸손 의무이기도 하지만 인간 관계의 신뢰인데.................
.....결국 메르켈의 압박을 받은 트럼프는 뚱한 표정으로 서명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내 메르켈 쪽으로 던졌다.
“나한테 받은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앙겔라!” 그가 이죽거리며 한 말이다.
사탕이 떨어지면서 소리가 났지만, 메르켈은 미소를 짓지도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메르켈은 당파에 상관 없이 독일 국민의 총리였다.
보수 우파였던 그는 녹색당의 정책을 끌어와 원자력을 폐기했고
사민당의 아이디어는 곧 메르켈의 정책이 됐다.
메르켈 리더쉽이 대선 주자는 물론 정치에 뜻을 둔 이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6시간 40분의 여정끝에 행사 장에 도착한 우리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제 2회 고성공룡이야기책 축제를 개최한 '동시동화나무의 숲' 홍종관 이사장은
백두현 군수님께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았다.
작년 제 1회 고성공룡 이야기책 행사장에서 고성군이 <아동문학 도시>가 되는 선포식을 했었다.
공룡의 도시 고성이 아동문학도시가 된 것은 <동시동화나무 숲>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간 열린아동문학을 펴내고 열린아동문학상을 시상하는 등, 동동숲에서 아동문학 판을 벌여온 배익천 ,감로, 예원 선생을 위시한 운영 위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은 것이다.
시상식에 앞서 올해의 책으로 김이삭의 ‘공룡특공대’, 조경숙의 ‘통일을 향해 슈팅’이 선정됐다.
배익천 선생님의 사회로 열린 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이규희 운영 위원장의 인삿말은, “초록색 공룡모자를 쓴 어린이들이 공룡그림책을 읽고 공룡을 그리고
공룡 놀이로 고분군을 뛰어 다니는 걸 보며 가슴이 뛰었다”로 시작 되었다.
그동안 동동숲에서 열린 놀라운 일들을 가까이 지켜 본 그녀는,
공룡이 살았던 고성땅에서 동화와 동시가 꽃피고 열매맺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사평을 위해 미국 LA에서 온 강원희 작가는 "수상작품을 읽고 열린아동문학인들의 창이 세계를 향해
열려있다는 것을 느끼며 아동문학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 말했다.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은 손동연 동시인의 ‘평화상은 누가’, 임정진 동화작가의
‘비행기에서 쓴 비밀문서’ 가 선정됐다.
올 해 수상자 손동연과 임정진은 문단의 의남매 사이 .
그들은 한국아동문학상도 나란히 수상한 전력이 있어 기쁨이 더욱 컸다.
우연이 거듭 되면 필연 아닌가.
열린문학상 수상자는 특별한 상장을 받는데, 일러스트레이터 윤문영 선생의 초상화 상장이다.
초상화로 성형하고 살까기도 해주니 실물보다 멋지고 예쁘다고 부러워하는 건 당연하다.
작가들이 이 상을 타고 싶어 하는 까닭은 상금보다 부상이 더 값지기 때문이다.
고성군민들이 땀흘려 농사 지은 쌀, 파프리카, 참기름 등 농산물들과 수공예품,
지인들의 선물이 한 가득이라 수상자는 상품을 싣고갈 차량을 따로 준비해야 할 판.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뒤집어 보기가 취미인 손동연은 '나이를 먹지 않고 뱉어내야 한다" 말한다.
작품으로 이미 수상소감을 말했기에 할 말이 없다던 그가 청산유수 소감을 말했다.
듣고있던 이들이 소감이 시라고 난리가 났다.
임정진은 발로 작품을 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니 작품 소재는 차고 넘칠 것이다.
해외 한글 학교와도 연이 닿아 오고가면서 입양아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게 되었단다.
입양인들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3.7배라며 해외 입양 대신 국내 입양을 해야하는데,
입양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간섭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가을 선생께서 축사를 해주셨다.
젊은 시절 <가을 글방>을 열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신 선생님은,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을 읽어 주는 ' 일에 대한 자부심을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초등학생이 의사가 되고 아이 아버지가 되어 선생님을 수소문해서 만났다셨다.
그가 선생님이 읽어 준 책들을 길잡이 삼아 좋은 의사가 되겠노라 했단다.
그야말로 동화 같은 일이다.
내가 만났던 사사학교 교장 전겸도목사님이 말하기를,
"정치인 몇 명보다 한 사람의 동화작가가 귀하다.
정치인은 당대에 영향력을 주지만 동화작가는 세대를 거쳐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작품을 쓰려고 애쓰는 이유에 다름 아니다.
고성 여성 합창단원들이 축가를 불렀다.
무대 배경이 된 가야고분군의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와 우리 가곡의 화음이 어우러졌다.
원래 6월 첫 주에 실행 되던 행사 일정이 코로나로 여러 차례 변경 되었는데 가을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행사장 한 쪽에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책읽어주는 버스가 있었다.
저 버스를 타고 강연을 다녔으니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으나 아는 이를 못 만났다.
행사장에서 동동숲으로 이동.
건강이 안좋다던 예원 선생이 따님과 함께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 해 놓았다.
그녀는 행사 때마다 여섯 끼니를 준비 했는데 코로나 전에는 몇 백인 분 음식을 차려내고,
서을 올라가는 버스에 점심을 실어 보내기도 했다.
우리가 어찌 그 음식 보시를 잊을까? 누구는 예원 선생 음식맛을 못잊어 해 마다 참석한다고도 했다.
소식하는 나도 맛있는 삼합을 많-이 먹었다.
열린 아동문학에 동심 가득한 일러스트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이영원 선생.
그는 와인 병을 어깨에 올려 술을 따르는 재주로 좌중을 즐겁게 한다.
술을 못 드시는 가을 선생도 손동연 제자가 가져 온 들쭉 술을 받으셨다.
"칠순년 기념으로 러브샷........."
동갑내기 이규희 작가는 분위기를 화기 애애하게 바꾸는 재주가 있다.
비주류인 나도 들쭉술, 샴페인, 약초 막걸리, 와인을 주는대로 마셨다.
술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는 내 말에 강원희가 술은 인생의 맛이라 했다.
또 다른 칠순년은 가을 선생이 만들어 온 냄비 집게를 귀에 걸고 좌중을 웃겼다.
주류들은 노래방 기계 앞에서 흥을 살리고 ,비주류들은 2층 숙소로 올라 왔다.
손동연시인이 우리 방으로 와서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을 샘이 '어효선' 박홍근'선생님과의 일화를 이야기 하고 ,
손 시인의 유경환 선생님 이야기에 나도 거들었다.
아동문학계의 영국신사. 그 분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이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졌다.
그 밤에 애처가 손동연이 아내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지난 밤 TV 에서 가곡 '첫사랑'을 듣고 가을 샘이 한 말을 떠올렸다.
"늙어가면서 기슴 속에 그리운 이 하나 없다는 건 쓸쓸한 일이예요. 그런데 내게도 그리운 이가 있습디다.
첫 애 어렸을 때 남편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아낀 교통비로 카스테라를 사다 주었어요.
내가 감기에 걸리면 대신 아파 줄 수 없으니 약이라도 함께 먹어주겠다고 약을 2인분으로 사왔어요.
둘째 낳읗 때까지는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사랑의 설레임은 오래 가지 않는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동안 소 닭보듯 노년을 보내는 부부는 얼마나 많은가. 참 쓸쓸한 일이다.
낮에 행사장 뒷편에서 고분을 배경으로 셀프 촬영 하는 청춘들을 어여쁘게 바라 보았다.
첫마음이 쉬이 식지 않기를, 오래 오래 정답기를 바라며.
다음 날 아침 7시, 동동숲지기 배익천 선배의 안내로 새로 낸 숲길을 걸었다.
뒤따르던 손동연은 배 선배와 나는 정원일로 '신나는 파'이고 지켜보는 가을샘과 자기는 '걱정파' 라고 했다.
이 다음에 누가 애정을 갖고 숲을 가꿀 것이며 나이들어가는 선배 건강이 염려 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나 꿈꾸는대로 살다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정원하나 보탤 것이고 꽃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가꿀 것이니. 힘들지만 정원의 바탕을 꾸며 놓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리라.
미국의 국민 작가 타샤튜더는 구순이 되도록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었다.
'타샤가 죽은 뒤 정원은 자식들의 재산 싸움으로 망가졌지만,
자연주의자 타샤가 꿈을 이루느라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선배는 숲길을 꾸밀 궁리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너른 숲은 선배 손바닥 안이라 씨뿌리고 삽목한 나무마다 사연이 있었다.
산비탈에 오솔길 내고 축대 쌓고, 거기다 수국 600여 그루를 심고 날이 가물어 페트 병에 물을 담아다 부어 주었다니 그 노고는 일을 안 해 본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훗날 뭇 사람들의 발길이 오고갈 꽃길을 상상하며 그 고생을 감내 했을 터이다.
동백길을 걸으며 " 이 동백이 꽃 피우기 전까지는 절대로 갈 수없다" 며 어린 묘목을 가리킬 때 숙연해졌다.
아마도 목숨 놓은 날까지 손에서 연장을 놓치 않을 것이기에.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선배는 멋진 수목원을 남기고 갈 것이다.
일부러 계곡으로 발길을 하고 바위틈에 핀 춘란을 보여 주는 그 마음을 나는 안다.
수국 정원에 손동연의 개복숭아 나무가 있었다.
오월이면 개복숭아는 수국 나무들 사이에서 저 홀로 어여쁠 것이다.
임정진 나무는 염천에도 백일동안 화사한 꽃을 피워 줄 배롱나무
작가들의 이름을 단 나무들이 울울창창 할 동시동화 나무숲.
집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후배들과 검색 하다
고성- 통영 - 대전 코스 선택. 대전에서 충주, 원주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2시간 2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계룡문고로 갔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고사성어 된지 오래다.
대형서점 운영이 힘들었는데 <대전 행복 교육카드> 덕에 계산대에 줄서는 모습을 보았다 한다.
이동선 사장에게 할머니들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골라 달랬더니 <허허 할아버지/ 사계절>를 읽어주었다.
OECD국가중 국민 독서량 166위, 문해력 꼴찌 수준인 대한민국을 위해 그는 학교, 노인정, 어린이 집 등 현장에서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에게 '왜요 아저씨'로 통하는 그는 아이들과 아이스크림 내기 축구시합도 한다.
대형서점 운영하면서 진 빚 갚으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니까.
아름이가 가을 선생님과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송금한 돈으로 할머니들에게 읽어줄 그림책을 샀다.
3대 째 가업을 잇는다는 갈비탕집에서 점심 대접을 받고 2박 3일의 늦가을 여행을 마쳤다.
상 타서 기쁘고 축하 하느라 즐겁고 책축제에 온 아이들 신나고,
책축제를 아름답게 마무리한 저변에는 문화예술에 관심도 이해도 부족한 공무원들과 손발 맞추느라 말 못할 속사정도 있다는 후문.
'동화, 강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86회 황금펜 아동문학상 (0) | 2021.12.04 |
---|---|
1085회 세월초등학교 (0) | 2021.11.28 |
그림책 <선물> (0) | 2021.11.16 |
1079회 언동 초등학교 (0) | 2021.10.16 |
1040회 문학이 사랑한 꽃들 (0) | 2021.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