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10분 원양로
청소차가 쓰레기를 치우고 로드킬 당한 짐승도 치워주고.
7시 11분 엄씨 할머니댁 진입로
실버카를 끌고 나온 엄씨 할머니가 풀을 뽑고 계셨다.
이틀 전 파마하러 가신다고 30분 일찍 나와 버스정유장에 계셨다.
실퍼카 없이 뒷짐 진 손에 가방들고 뒤뚱 뛰뚱 걷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엄니외 동갑인 엄씨 할머니는 사별후 20년 넘게 혼자 사신다.
하루 세번 오는 버스 시간 맞춰 일보러 다니고 장도 봐 오신다.
자식에 의지해 사시는 엄니는 내가 일찍 과보호를 한 탓이고.
"늙은이가 추접게 살면 안되잖아.
잠이 안오면 밖에 나와 별 보고 달 보고 풀도 뽑아."
7시 58분 장지동 정자나무 쉼터
오목 할머니와 계남할머니
"아이고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 해주고 고맙네.
어머니는 편찮으신가 왜 같이 안 왔어? "
"저 혼자 걸어다녀요. 운동 삼아서."
"몸도 약한 사람이 적당히 걸어. 큰일나."
블루베리 농사 짓는 계남할머니 (87세)는 총기가 좋아 동네 사람들 전번을 꿰고 계신다.
깔끔한 성격대로 풀도 손톱으로 후벼 파듯 뿌리째 뽑아내신다. 풀뽑기 신공이다.
김오목 할머니는 나눠 준 물병주머니 잘 쓴다고 볼 때마다 인사 하신다.
다리가 아파서 쩔쩔 매면서도 슬렁슬렁하시진 않는다.
농사 일로 혹사한 손가락 관절은 변형이 되고 쑤시고 아프다.
나는 저리 될까봐 미리 관절약을 처방 받아 먹고 있다.
원터교쪽에서 청소 마치고 오던 오던 할머니 한 분이 물었다.
"작가라던데 등단은 했어요? 우리 남동생이 교순데 애들 어렸을 때는 동화도 썼어요."
" 우리 조카 사위 조서방이 저 양반이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했어. 자네 교수동생은 쨉도 안돼. "
"누가 뭐래 ............"
할머니들 때문에 웃었다.
마을 할머니들을 보면 안쓰럽다.
나고 자란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로 사는 분들
자식들하고 먹고사는 일이 전부였던 분들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삶을 사는게 안타까운 것이다.
그 양반들을 위해 마음쓰고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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