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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1185회 호구

멀리 가는 향기 2023. 8. 26. 16:29

순이씨네 땅콩밭을  너구리가 파헤쳐서 개돌이를  불침번 세우기로  했다.

텃밭 근처 평상에 와이어줄로 묶어 놨더니  줄을 끊고  집으로 왔다.

둘째날  순이씨 남편이  강선 줄을 사다 묶어 놨는데  이번엔 목줄을 빼고 도망 왔다.

 

이틀을 탈출하려고 애 쓴 탓에  저도 힘이 들었나 보다.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웃집에 묶인 영문을 모르니  주인 찾아 오느라  생고생을 한 것이다. 

 

다음날  순이씨네 집에 목줄 가지러 가려니까 

내 앞을 막어서며  따라가겠다는 시늉을  했다.

말이 안 통해도  떨어지기 싫다고  온 몸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영신아빠가 우리 집에 맡겨 놓은 강아지 중에 한 마리를  얻어서 순이씨 집에 묶어 놨다. 

황색 털에 검정, 짙은 갈색의 줄무늬들이 호랑이를 닮아 "호구' '범구' '칡개'로 불린다.

순이씨가 '호피'라고 이름지어 준  강아지는 사람을 잘 따라서 목줄 적응을 쉽게 했다. 

 

순이씨가 아들네와 제주로 휴가 가서  나흘동안 아침저녁  호피를 돌봐주었다.

돌아다니다 줄이 엉켜 꼼짝 못하고 있다가 내가 가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낑낑대며 우는 것을 떼어놓고 판대리로 왔더니.

 

호구 두 마리가  팬션에 내려와 놀다가 반갑다고 달려 왔다.

 

두 마리 장난이 심한데다  손님들이 무서워 해서 우리 집으로 쫒으면

 어느새 내려 와서 마룻장 밑에 숨어 있다가  거기서 잔다고 했다.

적반하장으로 주인보고 짖어  사무실에 가뒀다가  시끄러워 풀어 놓으면

 팬션에 모여 든 들고양이하고  싸움까지 벌린다고. 

 

 

어제 아침 팬션 손님들이 잡아 온  놈들에게 목걸이를 채웠더니 죽겠다고 울고불고 난리.

 

어찌저찌 목줄을 빼고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호구들.  한동안 씨름을 해야 할 듯.

 

개돌이에 비하면  사람을 잘 따라서 버릇 들이기는 수월할 것 같다.

동생도 나도 바쁜데 누가 길을 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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