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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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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

1205회 핀 쿠션 < 미시즈 해리스>

멀리 가는 향기 2024. 1. 21. 15:26

 

10여년 전,

뉴질랜드에서  홈패션 빈티지샵을 하는 르*씨가 인사동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했다.

참여자 중에 초보자가 많아  몸통 바느질 설명하는데  시간을 다썼다.

여기 까지 만들고  비닐 봉지 속에 넣어둔 채로  잊고 있었다. 

자투리천  정리하다 발견한 핀쿠션 인형을 만들기 시작.

 

재료 패키지에 들어었던 망고 털실로 헤어스타일 정리하고

얇은 패딩 솜 잘라 흰자위 만들고, 부직포 오려 눈꺼플 만들고.

속 눈썹과 눈썹은 스트레이트 스티치로 수놓았다.

 

브라우스 만들고

입술은 패브릭 팬으로 그리려고  남겨 두었는데, 수를 놓을까 고민 중

린넨천으로 모자 본을 뜨고

모자챙에  심지 붙여  모자 크라운과 잇기.

 

빨강색  패브릭 팬으로 입술 연지를 칠했는데,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 같아  2가닥 수실로 수를 놓았다가 

 '소피아 로랜' 입술처럼 투박해서 뜯어내고 1가닥 실로 다시 수 놓기 

노란색 모자에 어울리는 레트로 감성의 단추들을 장식.

원래 교본에 있던 '핀큐션 걸' 과정은 여기까지 .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스커트를 입힐 생각.

 

테이크 아웃 용 그릇에  무게 중심 잡기 위해 돌맹이 하나 집어 넣고

둥그렇개 박아 통을 넣어 감싼 다음

소무줄로 마무리.

스카트 기장이 낮아 보여 솜 넣은 주머니 얹고.

자투리 천 중에서 벨로아천과 코듀로이 천으로 스커트 스타일 잡아 보고

스커트 밑단과 가상사리 꿰매고 리본 장식

판쿠션으로 사용할 핸드백은 라탄 꽃바구니 스타일로 빈티지 스럽게.

바구니 밑부분에 솜을 넣어 볼륨 살리고  손잡이  태두리 뜨게질.

자잘한 꽃수 놓아 마무리.

 

 꽃무늬 브라우스에 어울리는 진보라 모직 핸드백은

노랑 모자 , 연두색 스커트와 어울리는 50-60년대 복고풍 찰떡 궁합.

 가방과 

모자가 핀 쿠션 역할을 한다.

바느질  작업대에 올려 놓고  나와 함께 지낼 짝꿍인 셈.

미국 작가 폴 갈리코의 소설 ' Mrs. 'Arris Goes to Paris)

1957년 런던,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부잣집  파출부 일을 하던  ‘해리스’부인은 
 

주인집 여자의 디올 드레스에 매혹당한다.

500 파운드나 되는  디올 드레스를 입고싶은 꿈을 꾼다

 

 뒤늦게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름에 빠진 그녀는

기다린  세월만큼 쌓인 '미망인 연금'을 수령하게 되자 이러저러 모은 돈을 들고 파리로 간다. 

디올 드레스를 사기 위해!

 

그녀의 옷을 가봉해주던 디올직원이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마침내 디올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재향군인회 파티에 등장했다.

 

생애 단 한번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빛나던 여자  '해리스'

 

 

내가 만든 핀쿠션 인형의 이름은 꿈을 실행한 '미시즈 해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