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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경주마마집

멀리 가는 향기 2010. 10. 13. 09:50

 

목월의 서재.

나는 생전의 목월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양정고등학교 문학의밤 행사 날 뵈었다.

학교 대표로 어줍잖은 시를 낭송하고 그분의 강연을 들은 것이다.

 

 

 

                      육필원고,

                      컴퓨터로 원고를 쓰는 이 시대의 작가들은 무엇을 남길까?

 

 

                                      목월이 남긴  동시집

 

 

문학관을 둘러본 우리는 마당에서 동화작가 박윤규 부부를 만났다.

이런 우연이....

시조시인 조동화 선생과 박윤규는 같은 해에 신춘문예에 등단을 한  인연이 있단다.

 

문학관 마당의 조동화 시인의 시를 감상하던 어머니가

물기 스며들고 먼지 앉은 시를 닦으셨다

 

                            괘릉의 서역무인상

 

 괘릉은  원성왕( 신라 마지막왕)의 능으로서 능 바닥에 물이 고여 괘를 걸어놓았다고 해서 쾌릉이라고 한다. 신라왕릉중에 가장 완벽한 능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무인석,문인석, 사자상등이 있고, 사자상 4마리는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다.

 

능원의 아래 석조 물에는 십이지신상이 부조되어있다.

능원 둘레에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이채롭다.

 

박윤규씨 부부와 함께 박숙희 집에 닿은 우리는 700평에 이르는 텃밭에 입이 떡 벌어졌다.

뚱딴지꽃이 에워싼 밭에는 수십가지 채소들이 자라고있었다.

이 밭을 건사하느라 얼마나 바쁘고 힘들고 정신없이 살았을꼬.

몸에 살이 붙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인해전술 그 원조는 본디 초해전술이다

사람이 풀밭을 일궈 농사를 시작하던 날

풀들은 맨몸 하나로 땅의 사수 외쳤느니

 

그것을 또 6.25땐 중공군이 슬쩍 베껴

목숨들 방패삼아 막무가내 밀려오자

최강의 연합군들도 한때 기가 질렸지

 

물론 오늘날에도 원조는 건재하다

묵밭 한 뙈기 얻어 농군 흉내 낼라치면

겹겹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초록 혼들

 

도무지 겁이 없는 그 기세 꺾으려면,

잔당까지 다 몰아내 아군 천하 이루려면

이쪽이 한술 더 떠야, 저쪽보다 더 독해야

 

                      -조동화.<초해전술에 맞서다>

 

 

뚱딴지꽃

                          

 

꽃모가지가 장대 같이 길다

그래 뚱딴지라 불렀나?

 

장대 끝에 앉은 잠자리 인양 꽃도 앙증맞다

그래 뚱딴지라 불렀나?

 

훤칠한 뚱딴지꽃이  아침 너울되어

산자락을 보듬었다.  

 

뚱딴지꽃은 뚱단지 맞다.

 

                                                

 

 

월요일, 아침먹고 감포 바다 보러 가는길에 들른 감은사지.

 

첨탑에 앉은 까치를 보고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어머니는 갚포 바다를 만났다.

 

 살아갈 날이 줄어든 우리

 언제 또 이 바다를 볼 수있을지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사랑하리

 

 

마른 오징어처럼 지저분한 속에 것 다 떼어내고

투명하고 진솔하게 살고파요오

 

 

감포 바닷바람 쐬고 와서  부부는 일터로 가고

집에 남은 엄니와 나는 우렁각시 놀이를 했었다.

얼갈이 배추 뽑아다 김치 담고 감포에서 사온 자연산 회와 생선으로 저녁 준비를 했다.

 

아침에 배추밭을 메고 배추 솎아 김치 담느라 지친 엄니가 일찍 자리에 드셨는데,

조선생님이 사위 노릇 제대로 해야 한다며 추나요법 시술을 받으시도록  했다.

 

화요일 아침에 부부는 고구마를 케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크고 실하던지.

 

- 그렇지만, 농약이나 비료는 몸에 해롭다고  손으로 벌레를 잡고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어 채소를 가꾸었습니다. 그렇게 가꾼  채소나 고구마 감자 참깨를 보따리 보따리 꾸려서 아들 딸네 집으로 보내는 것이 어머니의 낙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자신의 손으로 기른 채소라야 밥상에 올리고 자식들 입에 넣어 주어야 안심이었습니다 

..................................박숙희<동작그만> 중에서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자색고구마를 들고 파안대소하는 조동화 시인.

 

시조시인으로 문명을 날리던 분이 목사님이 되어 인간 농사를 짓고  농작물까지 두루 거두신다.

농작물은 농부 발자국소리 듣고 큰다는데 그 말이 맞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엄니한테 박숙희가 말했다.

                "큰딸이 구박하거든 언제라도  보따리 싸들고 작은 딸네로 오셔요."

 

 

엄니는 조선생 타입을 좋아하신다.

남자는 모름지기 훤칠하니 체구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우렁하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야 하는 법이라신다.

모쪼록 건강 살펴서 안사람 잘 건사하라고 당부하고 당부하셨다.

 

지난 여름내 식욕을 잃고 기력이 없던  엄니 때문에 마음 졸였는데

탈없이 잘 걸어다니셨다.

박숙희가 차려준 진수성찬과 송이 버섯 죽에 기운을 얻은 어머니는

손 큰 경주댁이 바라바리 싸준 농작물까지 선물로 받고

자랑거리를 많이 만들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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