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늦깍이로 제 10회 계몽아동문학상을 받던 1991년
계몽아동문학회가 결성되었다.
올해 20주년이 되는지라 대마도 문학기행을 추진하다
영동지역 답사로 급선회했다.
20년 세월이 흐른동안 50여명의 회원들은 혈육같은 도타운 정을 쌓게 되었다.
샤토마니 와이너리에서 집결한 우리. 와인제조과정 설명과 시음회는 뒷전이고
지하 저장고의 오크통도 관심밖이었다.
술맛을 모르니 ㅎㅎ
좋은 거 딱 하나. 와인 족욕.
뜻밖의 호사에 목욕까지 했으면 좋겠다니까 선녀탕을 만들어 주겠단다.
점심은 옥천읍의 00회관에서.
막걸리 안주로 나온 매콤달짝지근하고 바삭바삭한 빙어 도리뱅뱅
메기 빠가사리 민물고기에 만 국수도 게눈감추듯.
동시인 이혜영이 친정집에 들러 다슬기와 산나물을 공수받고
충북 영동 첩첩산골을 꼬불꼬불 구비구비 귀가 먹먹하도록 달려서 민주지산 휴양림을 찾아갔다.
목적지 코앞에서 사고가 났다. 앞 차 시동이 꺼지면서 비탈로 미끄러져 내린 것.
바로 그시각 우리는 20년전 첫번째 문학기행 때 허호석 선생님의 일화를 이바구하고 깔깔댔는데
그 양반이 두번째 사건을 일으키고 계셨던 것이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다슬기를 삶아 깠다.
간에 좋은 옥천 산 다슬기를 가시로 뱅뱅 돌려 까먹으며 이바구를 했다.
하마터면 대한민국훈장 석류장을 타신 진안예총 회장님, 뉴스에 나올 뻔 했다.
얼마나 시껍 하셨을까?
놀란 가슴 겨우 진정하고 들어오신 허 선생님이 진안 인삼을 내놓으셨다.
다슬기도 다 까고 바베큐 놀이나 해야지.
"박 총무 숯불 다 피웠어?"
장어, 오리훈제,새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우리들 입도 바빠지고
춘삼월 시흥에 겨운 김문홍 문학박사.
산골의 봄밤은 헤살궃어서 우리는 방으로 쫒겨들어왔다.
첩첩산중이라 노래방도 없꼬 손가락 접기 놀이를 했다.
후배들이 작정하고 술래를 만들어 진실게임을 했다.
"재혼은 안 하십니까?"
"제 인생에 결단코 단언코 이부종사는 없나이다."
"벨리댄스는 왜 추능교?"
"디스크 수술 후에 북근력을 강화 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수영 ,단학을 하다 벨리 종결자가 되기로 했심더."
기나긴 봄 밤 우리는 한 명씩 안주꺼리를 만들어 웃고 떠들었다.
다슬기국으로 숙취를 해소하고
매화꽃 향기도 음미하다.
아침일찍 여장을 꾸려 찾아간 난계국악 박물관. 난계사당
난계 박연 선생은 고구려의 왕산악, 가야의 우륵과 함께 3대 악성에 꼽힌다.
햇살받이에 봄맞이꽃, 개불알꽃, 제비꽃, 양지꽃, 꽃마리, 민들레들이 다복다복 피었다.
박연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 난계사와 박연 선생의 묘소, 생가, 박물관과 체험장 등이 있다.
박물관 안에는 우리 국악기, 난계 박연의 업적, 악보 등의 문헌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벚꽃 이파리가 난분분 휘날리는 옥계폭포.
「폭포」
정지용
산 ㅅ골에서 자란 물도
돌베람빡 낭떠러지에서 겁이 났다.
눈ㅅ뎅이 옆에서 졸다가
꽃나무 알로 우정 돌아
가재가 기는 골짝
죄그만 하늘이 갑갑했다.
갑자기 호숩어질랴니
마음 조일 밖에.
흰 발톱 갈갈이
앙징스레도 할퀸다.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아 시와 풍류를 즐겼다는 옥계 폭포는 특이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안쪽으로 들어간다.
밀린 원고 마무리 하느라 고궁의 벚꽃놀이 초대도 못 갔는데
옥계에서 제대로 즐겼다.
정지용생가.
「무어래요」
한길로만 오시다
한고개 넘어 우리 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뒷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늦은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이 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조지훈시인에게 보낸 편지, 오른편은 일본 대학졸업 논문.
영문으로 작성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의 상상력에 대한 졸업논문.
정지용은 휘문고에서 일본 도시샤(同志社) 대학으로 유학을 보낸 유학생이었다.
1929년에 영문 졸업논문을 쓰다니......................
흰제비꽃 자태 보시옵소서.
보너스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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