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몽골 봉사활동 마지막날 아이들을 데리고 승마체험을 할 때였다.
승마체험이 겁나서 벌벌 떨던 아이들 보란듯이 몽골소녀가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렸다
부모의 과보호 아래서 자란 나약한 아이들과 그 아이의 당당한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 되었다.
그 날 초원을 달리던 몽골 소녀와 사막에 핀 꽃이 오버랩 되면서 체체크의 케릭터가 떠올랐다.
"여자는 그저 꽃처럼 곱게 자라서 일찌감치 시집 가는 게 최고 행복이지."
아버지는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하곤 했다.
엄마는 열 일곱살에 아버지에게 시집 와서 암컷 양처럼 살았다.
체체크는 엄마 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절대로 꽃처럼 살지 않을 거야!'
수렁에 빠진 황소 주인은 힘이 쎄다는 아버지 말이 맞았다.
아버지는 말 머리 쪽의 바위를 쓰러 트리고 마침내 타키를 구해냈다.
올가미를 씌운 암말은 순순히 끌려왔다.
"훌륭한 기수는 말을 지치게 하지 않는다. 뛰게 할 뿐이다."
체체크는 첼멕아저씨의 도움으로 야생마 얼거멀을 훈련시켰다.
체체크가 아버지를 앞세우고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군청 앞마당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확성기에서 노래가 울려퍼졌다.
대형 천막안에는 마을 원로들과 내빈들이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체체크가 일등으로 달려요! 여보, 저기 토르촉 끈이 나폴대는 거 보여요?"
엄마가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취재를 하던 신문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일 등하겠다고 장담하던 놈이 꼴등하고 신문에 날 사진 찍히는 건 처음 보겠네."
사람들에 둘러싸인 체체크는 울다가 웃다가 정신이 없었다.
"꽃들은 자신을 더 향기롭고 더 아름답게 가꾸어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단다.
꽃들을 몸부림치게 만드는 거센 바람이
꽃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셈이지."
초원에는 에델바이스가 한창이었다.
꽃들은 거친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명대신 독한 향기를 뿜어내는 중이었다.
체체크는 비로소 자기 이름이 왜 꽃인지를 알게 되었다.
...........................................
2014년 6월,
작업 들어가기 전에 화가, 편집자, 디자이너 이 세사람이 작품 분석 하고 어떻게 표현을 극대화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출간 일정 조율 하는 자리를 가졌다.
나는 대부분 이 자리에 자진해서 참석을 하는 편이다.
화가가 자료를 찾느라 시간 낭비 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자료 제공도 하고 도움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그날 백대승씨가 내게 물었다.
"이 작품을 쓰신 의도가 뭐예요?"
나는 그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화가들이 작업 구상을 하기 전에 작품 분석을 하면서 간파를 하겠지만
작가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였다.
드디어 책이 나오고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러스트를 백대승씨에게 맡긴 것은 그가 그간의 출판물에서 말의 율동감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 동안의 작업 스타일로 보아 인물 케릭터 표현은 기대 하지 않았다.
그런데 PDF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작업했는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느라 각고의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말달리기 경주 장면은 장관이었다. 그도 이번 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을 터였다.
조용하고 과묵한 그가 말은 못 했지만 아마도 그간의 노고를 술로 풀고 싶었을 것이다.
차로 뒷풀이 한 것이 미진 했을 테지만 비주류 작가를 만났으니 어쩌랴.
편집을 맡은 주수진 씨는 나보다 더 열정을 가지고 일했다.
편집자는 첫번째 독자다. 작가는 편집자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작가가 처음에 의도했던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편집자의 조언을 주제넘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선배도 있었고 편집자 의견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후배도 보았다.
작가와 편집자는 좋은 책을 내기 위해 의기 투합해야 하는 관계다.
궁극의 성취감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은 작가와 화가, 편집자, 디자이너가 혼연일체가 된 셈이다.
이제 작품의 성공 여부는 독자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동화, 강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92호 2015 황금펜 아동문학상 시상식 이모저모 (0) | 2015.09.18 |
---|---|
사랑나무 (0) | 2015.09.10 |
681호 계룡문고 우리 작가 작품 읽기 (0) | 2015.08.05 |
668호 강릉 모루 행복도서관 북 콘서트 (0) | 2015.06.17 |
666호 열린 아동문학상 (0) | 201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