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소콩
아픔을 가진 이웃, 변방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온 김향이 작가가
이번에는 캄보디아 소년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간 캄보디아 봉사 활동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캄소콩 형제를 만나게 됩니다.
작가는 형제에게 받은 자신의 인상을 이야기에 덧씌우지 않고, 철저하게 캄소콩의 눈과 입으로, 담담하게 상황을 이야기하지요.
1970년대 말, 공산 정권 크메르 루즈는 ‘킬링필드'로 불리는 대학살을 저지릅니다.
이 학살로 백 만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캄소콩의 아버지도 끔찍한 학살의 기억으로 고통받으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죽고 맙니다.
엄마는 떡 장사를 하고 어린 캄소콩도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용돈을 버는데 형 캄호잇은 왠지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주변에서는 캄호잇에게 공부를 해 보라지만 캄호잇은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에 선뜻 공부할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마침내 캄호잇이 공부하기로 마음먹지만 학교를 다닌다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고물자전거로 8시간이나 달려가야 합니다.
포장되지 않은 뻘건 흙길에 남루한 차림으로 고물자전거를 타고 가는 캄호잇.
형이 고군분투하며 공부에 자신감을 붙여 가는 동안, 캄소콩도 자기만의 어려움을 꿋꿋이 짊어집니다.
이웃집 농사일을 거들며 용돈을 벌고, 넉넉하지 않은 먹거리 때문에 배를 곯기도 합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니 쉽게 아프다는 말도 못하지요.
캄소콩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그런 모든 일을 홀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일 것입니다.
다행히 캄소콩네에 작은 행복이 찾아옵니다. 캄호잇이 취직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이파이브를 하는 형제의 손 너머,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순간, 독자들도 어느 새 따뜻한 희망을 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0년 3월, 캄보디아 프레이벵 마을 캄소콩 . 사진가 박태진
경험이 많은 작가는 이렇게 ‘희망’이 평가 절하된 사회에서, 더욱더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해 보지도 않고 현실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 않은지, 어떤 고난도 이겨내겠다는 단단한 마음,
혹시 그것을 잃고 있지 않은지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아이들의 미래는 녹녹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작가의 당부,
할 수 있을 거라는 따뜻한 격려가 그림책 『캄소콩』 속에 담겨 있습니다.
2013년 4월, 인사동에서 화인 아트 화가 최석운을 만난 뒤 2년 반 만에 책이 나온 것이다.
그가 양평 농가작업실에서 그림그리며 고생 하던 이야기를 했다.
양평의 겨울을 벽에 걸린 가스 난로로 견디며 곱은 손 으로 온종일 그림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콧수염이 얼어있었다고.
서른 일곱에 결혼을 하고 식솔을 거느리게 된 그가 주루룩 누워자는 식솔을 보고 먹여살릴 걱정에 잠이 안오더라 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나는 또 이 대목에서 그가 좋아졌다.
11월 25일 책이 출간 된 날 , 봉사활동을 주선한 마중물 박봉숙 원장과 박태진 사진가를 에무에서 만났다
셋이 함께한 만남은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세 사람 모두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흐뭇했다.
박봉숙 원장은 계산동과 마포에 이어 대치동까지 다섯 곳의 논술 교실을 성업중이고.
박태진 씨는 첫 사진집을 상재하고
울산 과학관에서<CAMBODIA< the rainy season> 10월 30까지 초대전을 가졌다.
3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집 출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예술로 밥벌이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그가 더욱 믿음직 스러워 보였다.
편집을 맡아 고생한 김 진 팀장이 에무의 맛깔스런 음식을 대접했다.
그동안 에무는 지중해 풍 레스토랑으로 리뉴얼을 했다.
에무또르뚜가에서는 지중해 요리 전문가인 나카가와 히데코의 정갈한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스페인의 정통 밥 요리인 오징어 먹물 파에야.(얇은 팬에 강화도 쌀을 넣고 닭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 초리조(스페인식 매콤한 소세지) 등을 볶은 요리.)를 비롯해 이름도 생소한 스페인 요리를 골고루 맛을 보았다.
박태진씨는 캄보디아에 석 달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하는 동안, 몸이 망가져서 돌아왔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 머리에서 열이 나고 눈도 충혈이 되었는데 42가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더라고.
그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이 난 사건 하나,
줄곧 메고 다니던 숄더 백 속에 든 독일제 가죽 안경집이 요모양이 되었다.
처음엔 곰팡이가 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개미 또는 다른 곤츙이 갉아 먹은 것 같다.
안경집이 요 모양이 될 정도니, 태진씨도 수 많은 벌레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도 내성만 키우고 별 효력이 없었는데 어느날 땡초가 먹고싶어졌단다.
매운 고추를 매 끼니마다 먹고 몸이 차차 회복 되었는데 일년 만에 완치가 되었다고.
우리 몸은 자연 치유 면역능력이 있어서 몸에 필요한 음식물을 찾게된더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다.
그 후에 사계절 강맑실 사장님과 김진 팀장과 따로 날 잡아서 책걸이를 했다. |
책걸이를 한 날이 생일이었다. |
강 사장님이 생일 선물로 고른 것이 밍크 목도리였다. 내가 추위를 타는 걸 알고 과한 선물을 한 것이다.
김진이 내게 안겨준 드라이플라워는 목화꽃.
내가 신춘문예 두 번 낙방하고 포기하겠다고 맘 먹었을 때 남편이 제주 여행을 보내 주었는데,
새벽 산책 길에서 목화 송이를 발견하고 꺾어 온 것이 계몽아동 문학상 등단 작품 소재가 되었다.
목화꽃은 내게 초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 같은 선물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강맑실 사장의 편지를 읽었다. (이 양반이 보내는 향기통신 답장은 작가 버금가게 마음을 홀린다)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사시는 선생님!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래서 아이들 책을 쓰시고 또 책 속의 인물들을 인형으로 일일이 끄집어 내시고
손이 닿는 것이라면 요리든, 마시는 차든, 헝겊이든, 실이든, 꽃이든, 옷이든
뭐든 싱싱하게 팔팔하게 되살려내는 능력의 소유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분출하는 선생님의 머릿속이 궁금합니다.
사실 모든 건 머릿속에서 나온게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먼저 우러나는 것입을 압니다.
사랑...................................
사적인 편지를 공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나
"지금처럼 그리 아름답게 오래 오래 사시리라 믿고..."라는 대목에 꽃혀서
오늘도 내일도 매 순간을 열심으로 살고자 스스로 가슴속에 다짐을 주려는 의도다.
아름다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려준 최석운 화가도 고맙고 , 눈 빠지게 작업한 편집자와 디자이너도 고맙고 .
좋은 책을 만들 수있게 판을 벌려준 사장님도 고맙고 두루 감사할 일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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