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가 보낸 장문의 메일을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이 있어 옮기기로 했다.
................... 며칠 전 지인분을 뵈었었는데 ..... 2015년 한해, 자신에게 칭찬해 줄만한 일 10가지를 말해보라구요 후회되는 일 10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거침없이 할 수 있는데 칭찬해 줄 일 10가지라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칭찬해 줄 일 10가지를 말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했었는데 10가지를 말하고 나자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숨쉬고 있는 그 순간 조차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 내가 2015년 게을리 산 것만은 아니구나. 잘한 것도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절 보고는 지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칭찬에 너무 인색해요. 지각하지 않고 수업에 참석한 것도 칭찬받을 일인데 칭찬보다는 잘못하거나 후회되는 일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자꾸 자신을 칭찬하다보면 오히려 느슨해지지 않아요. 지금 느낀 뿌듯함을 뇌가 기억하고, 마음이 기억해서 다음엔 더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해줘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잘못과 게으름을 돌아보고 이를 고쳐나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고쳐나가야 할 점을 돌아보는 것과 함께 칭찬도 많이 많이 해주려고 해요. 스스로 만들어 나갈 긍정에너지가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옮겨갈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제가 공부하는 임용고시 기출문제에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한 학생이 있는데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계속 엎드려 있다.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성적도 좋지 않다. 가정에서도 그 아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학생을 교사가 지도하는 방안을 말하시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상담,멘토링 등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말한 이 답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해결방안이 될까?'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해야하는 교사로써 정말 위의 문제와 같은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책임감이 무섭기도 하고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 제게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책들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두 나무가 세월의 아픔을 넘어 사랑나무가 된 것처럼 그렇게 보듬으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교사의 입장이 먼저가 아니라, 학생의 입장이 먼저가 되어 나를 내어줄 수 있을 때 아이들도 교사의 마음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책 마지막 장의 사랑나무 팻말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젠 네가 품어야 할 차례야.'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내어주는 것이 힘든 길이고, 아픈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아이들을 상상하면 그 힘들고 아픈 길까지도 사랑으로 품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아이들 앞에 서는 날이 오면 아이들 앞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랑으로 쓰신 '사랑나무'를 마음을 담아, 사랑을 담아 읽어주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 처음에는 얇아보였던 책이 지금은 두 손으로 잡기도 벅찰만큼 커보입니다. 캄소콩과 체체크는 내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책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선생님과 마주할 수 있어, 선생님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어, 책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
2015년 내가 잘한 일 열 가지를 떠올려 보기로 했다.
그 중 가장 흐뭇한 일은 <사랑 나무><체체크>< 캄소콩>을 출간한 일이다.
사랑나무는 대만으로 저작권 수출이 되었고. Taiwan Alvita (일본, 영미 그림책 전문 Ollin 출판사의 임프린트), 2003년 설립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폴, 말레이시아를 포함하여 이른바 '번체자 월드'로 계약을 진행
<달님은 알지요>가 태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베트남어로 번역이 된다. 베트남의 Tre 출판사(신문사 그룹의 매출 순위 1~2위를 달리는 메이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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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나무> 의상을 만들어 아이들과 독후활동 한 일도 보람있었다.
벨벳과 스웨이드 천으로 만든 소나무와 등나무 의상.
솔방울로 지네 만들고, 모직천으로 버섯 만들고 , 부직포 오려서 고사리 만들어,
죽은 소나무에서 살아갈 이웃들을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이 실감나게 '느낌'을 전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생각해보니 자랑거리가 많았다.
새벽잠 설치며 장거리 강연 다닌 일도 대견하고 ,
버려진 물건 주어다 재탄생 시키느라 수고한 내 손가락도 예쁘고.
춥고 을씨년스러운 밤중에 빠지지 않고 운동 다닌 일도 장하고,
성격도 체질도 안 맞는 엄니랑 한 침대서 오순도순 지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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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이면 잘못한 일 후회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며 자책하곤 했는데 지영이 덕분에 칭찬거리를 찾게되었다.
<향기통신> 애독자 여러부운 -------
벼엉신년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시고요. 많이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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