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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

901회 두가르송

멀리 가는 향기 2018. 7. 15. 18:36




이태리 여행 때 테라코타 화분 공장을 지나다  대형 화분들의 아름다움에 넉이 나갔었다.



이태리 주택과 테라코타 화분은 환상의 콤비.





생전의 타샤튜더는 유럽으로 다니며 엔틱 테라코타 화분을 사들였다고 한다.

나의 토분 사랑은 이제 시작이다.



테라코타 화분은 식물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고 배수가 잘 되는 석회질흙으로 만든다.

세월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멋스런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강도도 더욱 단단해진다.


그런데 장인의 솜씨는  몸값이 사악하다.



눈을 낮춰 형편에 맞는 토분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화분을 발견했다.


'두 가르송' 이란 로고를 보고  프랑스제 인줄 알았다.

필기체 로고가 어찌나 멋스러운지.


이게 토분 간지다.

로고를 검색 했더니 국산 수제 토분이었다.

경복궁 근처0가든 에서 독점 판매 한다는데 늘 품절이다.

공방 홈피 공지로 예매를 하면 가마에서 나오는대로 한꺼번에 발송하는 것 같았다.


공방을 검색하니 여주에 있었다.




장맛비 개고 하늘이 무지무지 이쁜 날 아침,  루가르송 화분 득템하러  나섰다.

공방 전화가 불통이라 허탕칠 각오하고 나선 길이었다.


에약없이 찾아간 길이라 무지 미안했지만 고 이쁜 놈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 할 수있었다.

직원 말이 공방 판매는 업무 방해가 되어서 안 한단다.

사장님이 있으면 사정이라도 해 볼텐데........

공방 구경만 하고 되돌아올 판이다.


이 많은 화분들은 이미 선 계약이 된 상태라 판매할 화분도 없단다.


온실 구경하고

몸매 자랑하는 토분이들  눈팅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무슈 박'이 왔다.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사장을 붙들고 "재고라도 있으면  아니 흠이 있는 것도 괜찮으니 업어갈 놈 없냐"고 물었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베이직한 비올레와 링팟 들을 데려왔다.

집에 오자마자 포장을 풀고 변사또가 기생점고하듯   인물 구경을 했다.


보고 또 봐도 인물이 훤하다.

삼십대들은 식물을 심지 않고 화분을 인테리어 개념으로 두고 본단다.


이색이 나서  안 판다는  화분도  상관없다며 가져왔다.


 


어차피 쓰다보면 청태가 끼고 백화현상이 생기게 마련인데 .  그게 토분의 매력인 걸 나는 안다.

공방을 나서는데  사장이 모카빛깔 화분  두 개를 들고 와서 살짝 실금이 갔는데 쓰겠냐고  물었다.

그냥 화분으로 두고 봐도 매력 덩어리니 좋다고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풀러보니 멀끔하게 인물 좋은 모카 링팟 과 앙증맞은 크기의 링팟과 비올레를 주었다.

깜짝 선물이다.


나는 물건을 살 때 내가 예술품이라고 인정한 물건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예의를 보인다.

그 값어치를 아니 물건 값을 깎자고 실랑이를 하거나  덤으로 달라 소리도 안 한다.

그대신 좋은 물건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 덕에 이렇게  기분 좋은 선물을 받게 되었다.




때맞춰  피티모스도 배달이 왔겠다. 유럽 제라늄들  분갈이를 해줬다.


몸값이 나가는 데니스 제라는 모카링팟에 심고  제일 작은 꼬맹이 링팟에는 가을샘 집에서 데려온 회양목 아기를 심었다.


아직 활착이 되지 못한 아기들은 졸로리 놓고 오며가며 눈도장 찍으며 보살피는 중.

초록이들 시중 드느라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그지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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