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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일기

903회삼복을 견디는 법

멀리 가는 향기 2018. 7. 30. 00:04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개순이 개돌이 밥을 챙겨주고 닭장으로 간다.


동생이 사인 보드 만든다고 스키보드를 모아놨는데  첫번째 솜씨를 부렸다.

봉숭아 맨드라미도 그려 넣었다.  오며가며눈요깃거리.



칡잎 따다가 잘게 썰어 닭모이와 믹스를 하느라면 그새를 못 참고  달려드는  놈들도 있다.

(알 낳는 토종닭들은 따로 키우는데 날이 새면 지들이 닭장문 열고 나온다)


야채 다지는 소리에 관상용 닭장 안 닭들이 군침을 삼키며 밖을 내다 보고 있다.


 모이통들고 닭장 안으로 들어가면 날아오는 녀석들.

미니어처 자보는   아침마다 그네를 탄다. 

종아리 굵기의 나무 토막으로 만든 그네를 굴리는 걸 보면 앙증맞기 짝이없다.

아침부터  모래목욕 하는 금계


아침 일 끝내 놓고 현수막을 이어붙여 그늘막을 만들었다.

마당 일 하다가  엄니랑 내가 쉬는 쉼터인 셈.



며느리가  할머니 어머니 용으로  손풍기를 두 개 보내왔는데 ,

약 달아진다고 ( ㅎㅎㅎ 못 살아) 아껴 쓰신다.


융이 각시가  어머니날, 접이식 꽃 무늬 지팡이를  선물 했는데 (영국 할머니들이 쓰는 고급진 거라는  내 말에)

아까워서 모셔두고는 외출용으로 잠깐 잠깐 쓰시다가 이모한테 물려 주시겠단다.

나는 엄니가  고생하고 산 세월이 불쌍해서  잘 해드리려고 마음 쓰는데 누릴 줄을 모르시니  딱하다.


그늘막 아래서 어머니는  낮잠을 주무시고

나는 대야에 발 담그고 수를 놓는다.

선풍기 바람  쏘기기 싫어 바깥에 나와 있으려니 가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한다.


.어쩔 수 없이 찬물을 마셔대니 속이 차다. 

냉방병 감기에 좋다는 <꽃향유> 차를 우려 더운 채로 마셨다.





풀어놓고 키우는 토종닭들이 말썽이다.

꽃밭을 망카트리는데 일일이 쫓아다니며 혼내 봤자다.

최고 대장 흑닭은  눈치가 빨라서 내 움직음을 감지하면  지 꼬붕들한테 피하라고 온 몸으로 신호를 보낸다.


한낮에 지열이 후끈 달아 오르면  닭들은 미나리 키우는 가마솥에 올라 앉아 물을 먹는다.



화분 틈새로 들어거 몸을 식히거나  나무 그늘에 땅을 파고 엎드려 있는다.

 


꽃밭을 망치는 주범  흑닭 식솔들.



개순이 개돌이도 더위를 먹고 늘어졌다. 입맛을 잃어사료도 먹지 안는다.

식당에서  해신탕 잔반을 가져다 주면 환장을 하고 먹는데  내 손까지 핥아 먹는다.



"아름이 한테 까똑 보내게 찍어주까나?"

엄니가 찍은 사진.

(요즘 아이들 하고 주고 받는 까똑에 재미들리셨다)

해가 넘어질 즈음이면  나도 해먹에 누워 쉰다.

바람이 솔솔 불어주니 살겠다.

저녁 먹고 나와  건들건들 그네를 타며 달도 보고 별도 보고.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그럭저럭 삼복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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