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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914 회 영화 타샤튜더

멀리 가는 향기 2018. 10. 15. 09:27


  <타샤튜더> 영화를 보려고 며느리와 딸을 소집했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만난 우리는  전차를 구경하고  경희궁으로 갔다.


광해군은  정원군의 옛 집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 경덕궁을 지었고 훗날 경희궁으로 개명.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물러나고, 결국 왕위는 정원군의 장남 인조에게 이어졌다.

유사시에 왕이  피우하는 이궁으로 지어졌으나, 여러 임금이 이 궁에서 정사를 보았기 때문에 서궐이라 불리고 중요시되었다.

경희궁의 정문 흥화문은  일본인 절 박문사 문으로 쓰이다가 본래 위치로 복원하였다


수령 오백여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구한 말 조선의 부침을 보고 겪었을 터이다.

세멘으로 봉합을 하고도 푸른 가지를 뻗은 걸 보니 뭉클했다.


일제가 지하 방공시설을 만드는등 훼손을 시켰으나 용비천 샘터가 남아 있고, 숭정전 등 주요 전각의 기단이  남아 있다.


민족항일기인1907년  일본 통감부 중학이 들어섰고,  1915년경성중학교가 설립되어 훼손이 되었다.

정부 수립 이후  서울중고등학교로 사용되면서  궁터가 더욱 줄어들었다



후원으로 올라  토끼굴(인근 주민들의 샛길)로 내려가면,


카페 에무 건물이 나온다

사계절 출판사 사옥이 파주로 이전 되면서 리모델링 되고  겔러리, 극장, 공연장 등 복합문화 공간이 되었다.

주방이 있던 자리에 책장이 들어서고

파티션 삼아 서가가 마련 되었다. 이곳은 독서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 먹었던 스패니쉬 음식을 기대하고 왔다가 샌드위치로 아점을 해결 할 수없어  근처 식당을 찾았다.

어슬렁 거라며 골목 해찰을 하다보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가장 빨리 나오는  자장면을 먹었다.

딸과 며느리가 동갑이라 좋다. 나는 딸 쌍동이를 바라보듯 흐뭇하다.


9월 13일 타샤 영화 개봉한다고  민속박물관 현아씨와  푸른 숲 김혜경 사장이 알려 줬었다.

딸과 며느리 일정에 맞주느라 늦어진 것인데

그 사이 영화를  본 지인들이  전화로 메일로 문자로 내 생각이 나더라고 이야기 했다.

"꽃 같은 깅향이 선생님. 

얼마전에 타샤튜더 영화를 봤는데 120% 선생님이더군요. 꽃이 피는 그날까지 건강합시다."

선배 아무개 선생님의 문자가 힘이 되었다.




영화 <타샤 튜더>
 타샤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된 마츠타니 미츠에 감독이 타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취재 허락을 구하고,

10년 간 '타샤 튜더'라는 인물을 집중조명해 카메라에 담은 유일한 작품! 





















나는 한 장면 한 장연  몰입했다.

영화가 타샤의 세월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타샤의 농가주택을 지은 큰 아들 세스 튜더가 등장하고,  그의 아들과 손자 며느리가   

할머니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 했다.

이제 저 아름다운 정원은 책 속에나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이가 샌프란에 있을 때 버몬트에 있는 타샤의 집을 찾아갈 궁리를 했었고, 

 2008년 6월 타샤가 세상을 떠난 그 해 그 달에 윌북 페케지 투어를 신청 했으나 여행이 불발 되었다.


드디어 2017년 8월 29일 오후 8시경에 브레들보로에 있는 <타샤튜더 뮤지엄>에 도착했었다.

박물관에 있던 댜샤의 수집품들은 누군가에 의해 어딘가롤 옮겨졌다.

그곳에 있던 남자는 노코멘트 .

타샤의 집을 찾아다니다 만난 외딴집 여인도 "베리 베리 베리 프라이빗! "이라며 그 누구도 갈 수없다고만 했다.



타샤는 손발이 거칠어지도록 밭일을 했지만, 집 안에서는 늘 빅토리아 시대의 귀부인처럼 자신을 대접했다.

홀로 티타임을 즐길 때도 들꽃과 손수 만든 양초로 방을 장식하고, 18세기풍 드레스를 입고

 2백 년 된 찻잔에, 직접 만든 허브티를 따라 마셨다.

 “내가 누릴 수 있어야 귀한 것이다. 작은 것에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라는 삶의 가르침이었다


아이들의 생일 날 밤 , 타샤는 아이들을 시냇가에서 기다리게 했다.

직접만든 케이크를 나무판과 이끼 위에 올려 놓고 촛불을  붙여 시냇물에 뜨어 보냈다.


둘째 아들 탐은 냇물위로 떠내려오는 케이크를 보며 친구들과 환호하던 순간을 잊을 수없다고 했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게 동화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인형극 순회공연을 했던 일이  삶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아름답게 살다간  그녀의 삶의 궤적은 책 속에  남아 전설이 되었다

2008년6월 18일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던 정원에 한 줌 재로 뿌려진 타샤.

유언에 따라 거의 전 재산이 맏아들에게 가자 나머지 자녀들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자식들이 유산 싸움을 하느라 10년 세월이 지났으니 정원은 초토화 되었을 것이다.


나는 영화에서나마 그녀가 만든 공예품과 수집한 예술품들을 볼 수있을거라 기대 했었다. 

기대가 무너저 아쉬웠지만 그 양반 생전의 모습을 볼 수있어 다행이었다.


영화를 보고 카페에 올라 왔다가 출구쪽에 앉아있던 강맑실 사장을 만났다.

뜻밖의 만남이라 얼마나 반갑던지!


그녀도 나를 '한국의 타샤'라 부른다.

"아무리 바빠도 향기통신은 꼭 봐요.......^%$#@"

그녀는 그 바쁜 와중에도 장문의 메일로 내 삶을 응원하곤 한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해도 서로 마음에 담아두고 산다는 걸 안다.  

미국에서 온 오빠와 친정 식구들을 만난 그녀가 와인과 샌드위치를 선물하고 먼저 자리를 떴고

우리 세 모녀는 이런저런 담소를 하다 가을로 물든 거리로 나왔다.


살다보면  때때로  가슴 따뜻한 감동과 우연을 맞딱트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아름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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