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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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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추억

984회 송산문창원구 -쓰쓰난춘- 화산 1914- 융캉제

멀리 가는 향기 2019. 12. 26. 19:42

공항에서 받은 꽃다발은 쓰레기통에 버려질 신세라 화관을 만들기로 했다.

화관 만들 재료가 마땅치 않아 궁리하다가 바느질 파우치에 있는 고무줄 생각이 났다.

아름이는 쉬라하고 우물딱 주물딱 만들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소영씨를 의자에 앉히고 화관을 씌워 줬다.

그녀가 하얀  부용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잠깐의 수고로 이렇게 환한  웃음을 보는 건 내게도 기쁨이다.


증선생을 곁에 앉히고  부부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은 천생배필이다.

소영씨 얼굴에 그늘이 없는 건 증선생의  자상함 덕분이다.

그녀가 남편을 대하는 걸 보면  평소에 남편 노릇을 어떻게 했는지 안봐도 훤하다.


소영씨에게 뽀뽀 하라니까 증선생이 흔쾌히 !

여자들은 이렇게 작은 서비스에도  엔돌핀이 팍 돈다.



우리 며느리 생일이 24일이라 미리 생일축하를 해줬다.

성격이 무던해서 우리 아들 쇠고집을  받아주는게 대견하다.

그래서 아름이랑  우리가  잘 해주자고 이야기 한다.


 주목 받는 거 싫어하는 놈이라 우리 성화에 뽀뽀 시늉만 냈다.


소영씨가 선물한 귀고리를 어떻게 착용하는지 몰라서


그녀에게 해달라고 했다.

한동안 귀고리를 안 했더니 오른쪽 구멍이 막혀  전에 선물한 귀고리 한 짝을 잃어 버렸다.



감기약을 먹으면 그때 뿐 기침이 떨어지지 않았다.  

 증선생이 기침 하는 걸 보고 원기회복 드링크제와 기침약을 가져 왔다.

유자와 인삼을  말린 것인데 그냥 먹어도 되고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라 했다.

지하철 탈 때 쓰라고 이지카드도 준바했다.

함께 다니면 뒷목에 라벤더 오일 바르라 주고 가방들어 주고 , 마스크 주고 휴지 주고.. . 척척 맨이다.


국봉이와 우론이도 가이드를 하겠다고 호텔로 왔다.

국봉이는 새벽에 마라톤을 하고 왔다고 했다.  이 집 식구들은 자기관리를 잘 한다.


내가 가고싶어 했던 지미파크는  일요일이라 교통체증으로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타이페이 일정만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돌아보기로 했다.


송산 문창 원구


「타이완 총독부 전매국 송산 담배공장」1937년에 지어졌으며 시에서 고적지로 지정.

사무청, 담배제조공장, 보일러실, 1~5번창고가 고적의 주요부분이며, 연꽃못, 운송레일 및 광복 후에 지어진 창고 모두 고적 보전 범위에 속한다. 단지에서 문화 창조 활동 및 디자인 산업, 시각산업 ,공연 등 행사를  하고 있다

소영씨가 66, 증선생이 70, 내가 68 . 고등학교 때 맺은 인연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우리는  자식들에 연연하지말고  자유롭게 살다가  늙도록 얼굴 보자고 서로 당부했다.


눈길 가는데 마다 포토존이다. 증선생 식구들이 사진사가 되어서 수도없이 찍었다.

유리겔러리.

보라빛 그라데이션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부겐벨리아가 화분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건 습한 기후 덕분.

담배공장시절 탁아소는 서점이 되었다.

이곳에서 작가와의 만남 등 행사도 한다고.

서점에서 다리쉼을 하고


긴 회랑을 가로질러


중정에 있는 바로크 정원을 지나 창고 앞으로 나왔다.

대만은 일본 축소판 같다. 이날 코스프레 행사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된 공장 옆의 현대적 빌딩 타이베이 뉴 호라이즌으로 갔다.

 

대만에서 가장 큰 성품 서점 구경

아름이 친구 책을 찾아봤더니 소영씨가 지불 . 저자 사인을 받아 우론이에게 선물 하기로 .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그림책 사랑나무 대만판은 1권 남았다고 했다.


쓰쓰난춘


1948년  중국에서 넘어온 군인 가족들이 살던 곳이나 지금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낡은 주택 건물들이 남아있어 분위기가 독특하고 주말에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1945년 일본군들이 물러가고 중국에서 국민당 국부군이 들어왔다. 식민지에서 해방 된 대만 사람들은 국부군을 환영했다.


대만에 살고 있던 본성인과 국민당과 함께 들어온 외성인의 차별 대우는 대만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정부요직 관료도 외성인이 대부분이었고 세금 교육정책도 외성인에 유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밀수담배를 판매하던 여성을 경찰이 과잉 단속하면서 소총 개머리판으로 부상을 입혔다.

주변사람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포를 했고 학생이 사망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2.28 사건이 터졌다.

군과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고  국민당은 협상하는 척 하면서  본토에 군대 지원 요청을 했다.

대학살의 시작이었다.(5.18이 떠오르는...)


군인촌을 돌면서 이 좁은 골목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동화소재가  많다는 촉이 왔다.

쓰쓰난춘은 1949년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군인들과 가족들이 머물던 숙소였다.

전시장에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있는 가구  생활용품과 사진들이 전시 되었다. 


국봉이와 아름이는 동갑.

중고등학생때 영어로 펜팔을 했었다.

애플사에 근무하는 국봉이는 내년 겨울 본사에 출장 갔다가 삼성에 들러서 귀국한다 했다.

한국출장은 이틀이지만 아이들끼리 뭉칠 모양이다.

둘째 넷째 주 일요일 벼룩시장이 열린다.

인형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대만판 바비 인형 발견. 아름이 부르러 간 사이 눈치 빠른 소영씨가 사왔다.


쓰쓰난춘의 맛집. 우론이가 먼저 와서 줄 서 서 기다려 준 덕에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있었다.

이 집 다양한 맛의  베이글 유명하다고 했다. 


화산1914



타이베이 양조장」1916년에 창설되었다.

단지 내에는  유적지 3점(고탑구, 우메이양조장과 굴뚝). 역사적 건축물 (사련동, 미주작업장 및 붉은벽돌구역)이 있다.

오래된 양조장 공장은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현재 전시 공연 장소가 되었다.

야외는 화산(華山)극장, 예술거리, 삼림극장이 있는데 대형 예술 작품 전시, 콘서트 소형 공연이 열리는 장소.

무슨 전시인지  줄이 길었다.

차력술 ,마술 공연으로 구경꾼 환호성이 높았다.

아이들은 풍선만들기 신공에 정신을 홀딱 뺏기고.


청년 사업가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 매장이 많았는데  오르골 매장에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의 청교도 아마쉬들 복장처럼 특이한 옷차림을 한 여성 발견.

  이 양반들은 대만 우라이 고산족인가? 


에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다 모였다. 어찌나 앙증맞은지 구경하느라 넉이 나갔는데

승환이가 오래 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우리가 관심있게 보는 건 증선생 식구들이 슬그머니 사오기 때문이다.


국봉이가 화장실 간다고 하고  아름이 민정이 선물을 사왔다 . 


재즈 가수의 노래를 듣고 앉아있자니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싶었다.

점심 먹을 때 잠깐 빗발이 내리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다.


융캉제는 가로수길처럼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곳.

딘타이펑 본점 의 샤오롱바오를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대기줄이 길어서  우론이가 먼저 와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2-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고해서 우리는 융캉제 거리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이곳에 유기농 차와 다기들을 파는  불이당, 왕덕전, 심원, 일롱 매장이 유명하다.

차 품평회에서 수상한 차와 고랭지다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차들이라 가격이  비싸다.

증선생이  여름방학 동료 교사들이 한국방문 때, 추석 ,설  명절마다 차 품평회서 수상한 고급 차를 보내주었다.


일롱 매장에 들렀다.  이 집의 유리와 도자기로 만든 티팟 세트  '퓨전로즈' 는 내가 아끼는 다기다.

유리 티팟 신제품이  없어서 심원 매장으로 갔다.



일롱 '백거이 다기'                                                               심원  개완도 가격이 바싸서 구경만.


백거이 다기는 드라마 남자친구에 협찬을 해서 유명해졌다.



심원에는 깜찍하게 예쁜 개인 다기들이 많았는데 소영씨가 팔짱끼고 붙어있어서 아이 쇼핑만.


  식당 앞에 줄 서 있는 우론이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공원에서  다리쉼.


드디어 딘타이펑 입장.


서점에 한 권 남아 있다던 <사랑나무>를  우론이가 사 온 모양이었다.

사인을 해서 휘비 아빠 국봉이에게 전달.

오랜 친구 가족이 읽을 수 있게 대만어로 번역된 책이 생겨 기뻤다.

전에 <달님은 알지요> 중국어 판을 보내 드렸으니 가족이 돌려 읽었을 것이다.  번역기로 소통하는게 답답하지만 책으로 내 마음을 전할 수있으니 다행이다.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를 빚을 때 밀가루 반죽의 발효를 완전히 시키지 않는다는 것 . 만두소에  돼지껍질 삶아 녹인 것을 고기와 함께 굳힌 식감의 재료를 넣는 것이다.

수저에 만두를 올리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 흘러나오는 육즙을 마신 후, 생강과 초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나는 맛집에 줄서서 기다리는 건 시간 아까워 못하는데, 우론이가  줄 서서 기다려 준 덕분에  점심 저녁을 잘 먹었다. 

 두루두루 감사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