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조카 륭이 내외와 강릉 당일치기를 했다.
륭이네는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를 타고 출발 하고 우리는 만종 역에서 합승했다.
강릉 역에서 랜트카를 이용 하다 다시 KTX로 상경하는 일정이었다.
강릉은 신라 화랑들이 차를 달여 마신 차 유적지 한송정이 있는 곳으로, 예부터 차를 즐겨 마시는 고장이었다.
1980년대 강릉항 일대에 커피 자판기 5~6대가 생겨나면서 청춘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았고,
자연스럽게 커피 마을이 조성되었다.
강릉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가다가 한적한 해변에서 바다를 마주 보았다.
짙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바다가
그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바다를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이 넓어진다.
남동생은 아들 내외와 하고픈 말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 륭이는 가족들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랐다.
<내 이름은 나답게>와 <나답게와 나고은>의 주인공으로 어린 독자들의 사랑도 듬북 받았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묻는다.
"나답게 어떻게 컷어요?"
"아주 잘----."
어머니는 바다를 보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젊은시절 기억만 남았다.
우리 엄니 덕치댁
당신이 나고 자란 땅이 세상의 전부인줄 안다.
늘 먹던 음식만 먹고
늘 입던 옷만 입고
서울물 먹었어도 여전히 촌사람이다.
남편이 제일 잘난 줄 알고 살다
시앗에게 빼앗겨 피눈물로 살았다.
의지가지없이 자식 다섯 먹여 살리느라
혼자 발버둥치며 살아냈다.
세상에 믿을 것은 오직 자신의 몸둥이 뿐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모아 쥔 손 오그려 쥐고 그렇게 한 세월 살아냈다.
아직도 가슴에 시새움 남아
“나 죽으면 지팡이 꼭 묻어주라이.
그년 만나면 후두러 패주게“
세상살이 어려움 다 한 세월이었어도
그 설움 떨쳐내지 못하는 가여운 덕치댁.
방금 했던 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묻고 또 묻는 어머니
여덟살 아이가 된 어머니가 바다를 보고 함박 웃음을 웃었다.
어머니는 자동차를 타자마자 바다를 본 기억도 잊고 자꾸 어딜 가냐고 물었다.
테라로사 사천점
언제부턴가 강릉은 허난설현, 신사임당의 오죽헌 , 선교장, 에디슨 박물관을 누루고 커피의 도시로 알려졌다.
여행을 위해 검색을 하다 블로그 정보들이 허당이란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 안목 해변의 카페 두 곳으로 집중되었는데
SNS에 올려진 정보를 보고 우루르 몰려간 젊은 애들이 나도 여기 가봤다고 자랑질 한 내용들 일색이었다.
점심 때라 근처 주문진 물회집으로 가려다 어머니 식성에 맞지 않아
시내에 있는 꼬막비빔밥 맛집으로 갔다
하영이와 나는 짜다 하는데 어머니는 간간해서 좋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었다.
커피 메니아는 아니지만 테라로사 공장(구정. 본점)에 가보고싶었다.
센프란시스코의 오래된 통조림 공장을 연상시키는 건물에 커피 박물관과 카페 레스토랑이 있었다.
(짐작대로 페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이었다.)
헤링본(청어 뼈다귀모양) 스타일 벽돌 보도 블록도 좋고. 벽을 타고 오른 능소화 줄기에 세월을 감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하고 싶다는대로 방목했던 남동생은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아이들이 명절 날 교통 체증으로 오고가느라 고생하는게 딱해서 명절 전에 다녀가라했다.
명절에는 우리 세식구 노친네 끼리 간단하게 지내자 했다.
공장 건물이라 층고가 높고 넓어서 복층 구조가 가능 했다.
커다랗고 길쭉한 철판으로 만든 테이블들이 빈티지 멋부림을 하고 자리잡았다.
커피를 내리는 곳
주문을 받는 곳
인테리어, 주방 집기, 빈티지소품들이 세련되었다. 꽃꽃이까지 전문가 손길이 느껴진다.
융이가 주문한 빵이 커피보다 먼저 나왔는데 달았다.
나는 맛만 보고 엄니는 팥소를 빼내고 드시며 ''징그랍게 달다'셨다.
젊은 애들 입맛이 미국애들 닮아가는게 걱정이다.
나는 동생을 데리고 구석구석 구경 했다.
박물괸에 갔더니 입장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쉽게 발길을 돌리고
굿즈샵을 지나 레스토랑을 구경했다. 나무조각 보도블럭이 착시효과로 입구표시처럼 보인다.
레스토랑 입구의 빈티지 화덕.
나도 욕심을 냈다가 비싸서 엄두를 못 냈던... 그런 빈티지 제품들이 많았다.
곳곳에 덩치 큰 티지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레스토랑 안쪽의 자연주의 공간. 화분에 심은 커피나무들이 싱그 럽다.
건물 이곳 저곳 매의 눈으로 살펴 보니 건축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비용이 어마무시 하다는 걸 알았다.
오너가 누굴지 더욱 궁금해졌다.
전국매장 11개 연매출 240억.
건축 문화 예술 패션 다방면으로 센스가 있는데 은행원출신이라는데 또 한번 놀랐다.
선입견을 깨는 멋진 사람이다.
헌집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오월 커피.
이 집은 간판 아래 놓아둔 빈 의자가 마케팅을 해주고 있었다.
2호 점이 있다고 친절한 직원이 안내를 해줘서 그곳도 가 봤다.
역시나 헌 집을 개조 했는데 한 곳은 서가로 꾸미고 손님들이 쉬다가도록 배려를 했다.
지붕의 써가래며 흙벽이 낡은 문설주가 시골 외가에 들른듯 정겹고 푸근했다.
더욱이 책이 있어 빈티지한 공간이 더 근사해졌다.
구들을 깐 바닥을 보고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좋다'.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의 개업 까페 보헤미안은 한적한 영진 바닷가 마을 외진곳에 있었다.
"완벽한 커피는 맛이 없다. 좋은 것으로 추출하면 맛이 없다. 커피 맛은 97~98% 정도이고, 약간 결함이 있어야 맛있는 커피다"라고.
안목 해변 0000 루프탑도 올라가 봤는데 예쁘지 않아서 패스
별리
조동화
바라볼만 하거든
개울 하나 두고
손 흔들만 하거든
강물 하나 두고
이도저도 안 되거든
바다 하나 두고
나도 바다 하나 가슴에 담고 살건만 아직도 그 바다가 시도 때도 없이 흘러넘쳐 눈물이 된다.
누구나 바다 하나 숨겨두고 산다.
바다 - 조병화
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운 사람아
먼 곳에 있는 사람아
바다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흐느끼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혼자서 혼자서
스스로의 가슴을 깎아내리는
그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네게로 영 갈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을
절망으로 깨지며 깨지며
혼자서 혼자서 사그라져 내리는
그 바다의 울음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바다의 오후
이생진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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