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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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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1027회 문화 도시 원주 팸투어

멀리 가는 향기 2020. 10. 18. 10:57

"쌤 , 저 출렁다리에 있어요. 여기 임정진 이상희 강벼리 정승희 쌤들도 있어요,"

식당에서 핫립 세이지 잘라다 꺾꽂이 하는데 걸려 온 전화다.

"오늘 부터 2박 3일 원주 팸 투어 하는데 선생님 오실 래요? 집행부에 알아볼게요."

토요일  오전  토지문화관으로  달려가서 합류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는데 입을 옷이 판대리에 있어서 춥게 입고 갔더니

이상희 시인이  핫 팩 붙여주고 위정현 작가가 조끼 입혀 주고  출발! 

 

첫째날 일정은 그림책 여행 센터 이담, 문아리공간,<우리는 늘 놀고싶다> 관람 후

출렁다리에서 자유시간 보내고 ,

유알 컬쳐파크에서 저녁식사 후 토지 문화관에서 숙박을 했다고.

 

둘째날 일정은 신림 성황림 마을 이장님  숲해설로 시작 .

성황림은 한국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숲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성황당 좌우로  전나무와 엄 나무가 신목으로 심겨졌다.

마을 사람들은 금줄에 소원을 적은 소지를 끼워 놓고 음력 4월과 9월에 제사를 지냈다.

눈을 감고 기차놀이하듯 숲으로 들어가서

 

등 맞대고  앉아 명상을 했다.

도회지 사람들이 바쁜 일정에 새소리 바람소리 햇살을 느낄 여가가 있었나?

복자기 느릅 천남성 으름 누리장........... 생소한 나무 이름 들으며 나무들의 생태도 공부했다.

 

부녀회에서 준비한 건강한 시골밥상은  초대손님들의 식욕을 돋구기에 충분.

여기 저기서 반찬 리필 주문.

 

 

카페 빨간지붕에서 자유시간도 즐겼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그동안 적조했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신림 용소막 성당

풍수원, 원주 성당에 이은 세번 째 성당으로 1915년에 프랑스 신부가 준공한 명동 성당과 같은 고딕 건물이다.

성당 내부도 유물관도 관람이 안되서 일행들은 아쉬웠을 것이다.

지난번에는 시간에 쫒겨 둘러 보지 못한 '십자가의길'을 올라 '성모동산'으로 내려 왔다.

일제와 한국전쟁으로 입은 성당의 피해는 컷지만 신도들이 지켜 내고 보수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가꾸었다.

저녁은 <쌀로술 쌀로초> 양조장에서.

막걸리 3종이 고급지고 맛나다.

술을 못 마시는 나도 와인 맛 같은 탁주를 마셨다.

임정진과 위정현이 <12월의 양조장>이라는 막걸리 네임을 <한 방울 , 두 방울 , 세 방울>로 지어주고 히히 낙낙.

토지문화관으로 돌아 와서, 이상희가 읽어 주는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경청.

 

밤낮으로 흐르는 강물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 곰이 강을 따라 나섰다.

그 길에서 곰은 개구리를 만나고거북이 비버 너구리 오리를 친구로 만났다.

친구를 만난 이후 삶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 "야호 신난다!를 외칠 밖에.

이 책은 내가 선물로 받았다.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읽어 줄 차례.

 

 

 

셋째날 아침, 토지문화관에서  건강한 아침을 먹고.

로비에 걸린 박경리 선생 모녀 사진을 보았다.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후 삼십여년 꿈 속에서 찾아 해매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적은 없다.

 

장녀로 태어났으니 어머니와의 정이 얼마나 깊었을까.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

 

남편과 사별 후 외동딸을 의지해 사셨을 테니 대 작가의 딸로 살았던 중압감은 오죽했을까? 

 

어머니  박경리와 남편 김지하  사이에서 받은 체증과 세간의 이목  또한 병이 되었을 터.

아침 산책 길에 김영주 이사장의 묘소를 둘러 보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는 어머니 싯귀를 이해 하고 떠나셨을까?

산책길에 엄혜숙, 김바다 샘들을 만나 즐거운 담소.

 

 

마지막날 일정은 아카데미극장.

 

풍물시장 주차장 옆 하얀색 낡은 건물은 원주토박이 극장 시공관 건물.

추억의 극장이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매표소 작은 방.

극장과 붙은 살림집 안방에 있는 졸업장 케이스를 들고 옛 추억 소환.

극장에서 찰리채플린의 흑백 무성영화 상영.

팸투어 일정을 담은 사진을 영상으로 돌려 보는 깜짝 재미.

팸투어를 <가을방학>이라 이름 붙인 건 멋진 작명이다.

첫번째 팸투어 초대 손님들은 덕분에 가을방학을 즐겼다.

로비에 모여서 먹은 도시락은 얼마나 맛깔나던지!

투어 중에 먹은 음식은 식당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일행 중에 채식을 하는 이가 있어 메뉴에 특별히 신경 썼다는 주최측에 감동 또 감동.

 

창의문화도시 지원센터 직원들의 기획으로 진행된 첫 번 째 팸투어는 성공작이다.

초대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군사도시 이미지에서 문화도시로 이미지 업 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 같아 내심 흐뭇하다.

 

 

극장관람을 마지막으로 일행들과 아쉽게 헤어진 뒤,

위정현 계수나무 대표와 전날 이상희 선생한테 추천 받은 책방 세 곳을 돌기로 했다.

관설동에 있는 작은 책방 <코이노니아>

좁은 공간을 요모조모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복층 밑에 소모임 방 화장실 , 주방 들을 배치, 층계참 밑은 창고로 활용.

젊은 엄마들이 각지에서 모여 뜨게 선생과 뜨게질 삼매경에 빠진 모습도 보기 좋았다.

판부면 매봉길 주택가 막다른 골목에 있는 <스몰굿씽>. 입지 조건은 최악인 셈. 자가여서 그럭저럭 견딘다고 했다.

서점  정원에 들어 서면서,

영국 호수지방 워즈워드의 생가가 있는 엠블사이드에서 본 스토리텔러 하우스 가든을 떠올렸다.

잘 꾸며진 정원을  독서 토론 등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활용하면  단골을 만들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감각이 좋은 주인이 꾸민 공간은 아기자기하면서 세련되었다.

 

게다가 순한 골드레트리버가 영업사원으로 있다.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일본 요코하마 브리키 장난감 박물관에도 영업사원  견공이 있었다.

흥업면 터득골에 있는 <터득골 책방>

산 속에 책방을 열 생각을 하다니!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다.

자식이 없는 부부는 일찌기 산 속에 들어와 십여 년 출판 기획하며 글을 쓰며 살았다.

어찌저찌 책방을 연지 4년.  손님이 끊이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부부가 뚝딱뚝딱 만든 소박한 공간.

주인장이 인심좋은 푸근한 이웃 아저씨 같아서 손님들이 편안하게 즐기다 가는 사랑방이 되었다.

산에서 나온 돌로 야외 공연장도 만들었다. 욕심이 없는 부부는 명소를 남기고 떠날 생각이라 했다.

 

나야말로 생각도 못한 가을 방학을 보낸 셈이어서,  정원일로 혹사를 당하던 손가락 관절과 어깨가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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