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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동화, 강연

1029회 10월 마지막 날

멀리 가는 향기 2020. 10. 31. 14:17

10월 19. 26일 용인 언동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교장 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아주셨다.

용인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도시가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아이들의 수업태도도 바르고 정숙하다.

 

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3반씩 돌며 40분 수업을 하기로 했다.

6학년 아이들이 <달님은 알지요>를 읽고 쓴 편지를  받았다.

아이들이 쓴 편지를 보면  그 아이의 독서능력을 알 수 있다.

26일 수업 중에 만난 자람이의 편지다.

이 아이는 수업 내내 나하고 눈을 맞추며 경청했다.

" 어떻게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구상 하셨나요? 작중 인물들의 이름에도 의미를 두신 것 같아요?"

 

예리한 관찰력이다. 좋은 질문이 나오면 함께 듣는 아이들은 질 좋은 수업을 받게 된다.

 

 엄마들에게 두 아이의 글을 보여주고 싶다. 

독서지도가 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달님은 알지요는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되었나요?

가장 쓰시기 어려웠던 인물의 설정은 무엇인가요?

송화 아버지는 왜 장난감 공장을 하셨나요?

송화 아버지는 어머니가 무당 일 하는 것을 싫어했나요?  미신은 정말 나쁜 걸까요?

 

 

독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저절로 사고력이 향상 된다.

요즘 아이들이 국어를 어려워한다니 책을 멀리한 댓가다.

 

10월의 마지막 날 강릉행 버스터미널에서 환승하고  삼척 터미널에 닿았다.

하늘이 맑은데다 단풍이 고와서 절로 기분이 업 되었다.  

집과 판대리서  정원 일만 하다가 바깥 바람을 쐬니 왜 안그렇겠는가.

 

어느 날 윤주 엄마가 물었다

 "선생님 뭐 하고 계셔?"

"고성가는 길이야. "

" 날이 이렇게 좋은데 호미질만 하는 줄 알고 전화 했더니,  잘했네.

예쁘게 사진 찍어서 톡으로 보내요."

여러 사람이 일만하다 몸 상하면 어쩌냐 걱정을 했었다.

 

터미널로 마중나온 장애련 사서와 해변가 맛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회를 처음 맛 보면서 남편 생각을 했다.

물회 먹으러 강원도 가자는 말을 많이 했는데 ,

나는 찬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물회를 함께 먹은 기억은 없다.

소면이 꼬들꼬들 언 물회를 다 비웠다. 대신 먹어준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었다.

 

 

장호 초등학교 아이들은 핼로윈 수업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저학년은 <사랑나무>를 읽고 역할극을 했다.

학교 분위가 가족적이라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자기 느낌을 표현했다.

티없이 맑은 아이다운 모습은 도회지 아이들한테선 볼 수 없다.

도회지 아이들에 비하면 부모들의 관심과 독려는 턱없이 부족하다.

6교시는 고학년 아이들이 모였다.

도시의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인성은 좋지만 사고력이 떨어진다.

이해텩이 부족한 아이에겐 한 마디라도 더 도움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착하고 순한 아이들이 맞딱뜨릴 세상은 얼마나 험한가.

이 아이들이 책을 가정교사 삼아 넓은 세상을 향해 눈 돌렸으면. 그래서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나는 강연지 인근의 인문학 관련 유적지를 사전 조사하고 탐사하는지라.

강연 끝내고 장 선생에게  용화역 해상 케이블카 타는곳 까지 태워달라했다.

 

2분거리 라더니 바로 앞이 해변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렸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쯤 판대리에 입주하고 인테리어 하느라 바쁠 시기였다.

예상치 못한 일로 발목이 잡히고

총대 맨 동생이 이리저리  맘쓰는 걸 보면 안스러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7분거리의 장호역에서 환승하는 코스를 택했다.

 

 

해가 짧아져서 머물시간도 짧았다.

묵호역에서 7시 15분 KTX를 탈 계획이었는데 강릉에서 시외버스 타기로 했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삼척 시내에서 들어온다는 개인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백사장을 걸었다.

저물녁 모래사장엔 인적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그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네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네가 알고

그러니 서러울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