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엄니 진료갔다가 병원에서 저녁 먹는데 아무개한테 전화가 왔다.
가을 선생님께 전화 했다가 입원 하신 걸 알았다고 내가 알아야 할 것 같아 연락한다 했다.
가을선생님이 퇴원 하고 따님들이 번차례로 간병한 다음, 2월 19일 병문안을 갔다.
충주까지 1시간 거리를 대중교통이용하려니 시간낭비라 동생 신세를 졌다.
2월 초 친정어머니 상을 당한 채인선이 오후에 글터 서점 사장님 차를 타고 왔다.
가을선생님이 통증으로 고생하다 글터 사장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통증을 견딜 수없어 119를 불렀다고.
5분만에 온 엠블런스를 타고 충주 의료원으로 가셨고
글터 사장님이 뒤따라 와서 보호자 노릇을 했다고 한다.
글터 사장님한테 못 볼꼴을 보여 미안하기 짝이 없다는데, 글터사장님은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선생님 이부자리에 두꺼운 책이 여러 권 있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포기한 목침들을 선생님은 재미있게 독파 중.
셋이 무릎 맞대고 앉아 책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가을선생과 채인선의 독서 취향이 같아 듣기만 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뜨게질을 하셨다.
병원에서 통증이 가라 앉은 다음 이웃집 소방관 아저씨한테 뜨게질거리를 가져다 달라셨단다.
소방관 아저씨가 병원에 계신 양반이 쉬실 일이지 뭔 뜨게질을 한다고? 의아해 했다고.
나는 그 심정 안다.
다인실의 소음과 감옥살이 같은 무료함을 달려려고 입원실에서 바느질을 했으니까.
채인선이 어머니 상을 치룬 이야기를 했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사연이 많아서 소설 몇 권씩은 가슴에 품고 산다.
가을 샘은 당신 큰 따님 남진씨와 동갑인 채인선을 아낀다.
채인선 외모만 보고 차갑다는 선입견을 가지는데 겪어 보면 착하다고 이야기 하신다.
어쩌다보니 채인선의 시집살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성균관대 불문과 CC 커풀이 신혼 여행 다녀오니 시어머니가 단칸방으로 살러 오셨더란다.
막내 며느리 채인선은 군말없이 시어머니를 모셨다.
가을샘이 작가들하고 채인선 집에 갔다가 시어머니 인상에 놀라 무섭다고 도망나온 일이 있는데,
채인선은 그런 시어머니를 모신 속 깊은 여자라고 하신다.
그 시절 우리는 그런 시집살이를 하고 살았다.
신혼 일때 우리 시어머니도 연탄 아낀다고 어머니방에서 세 식구가 겨울을 나자고 하셔서
시어미니와 남편 가운데서 새색시가 잤다.
남존여비로 사신 시어머니들 시집살이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묻어둔 고통을 견디고 삭이느라 마음 고생들을 한다.
나이가 드니 그것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털어내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몸을 망가트리니 이래 저래 고생 인걸.
퇴근한 채인선 신랑이 우렁이각시를 데려가고.
밤이 이슥하도록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동안 뜨게질한 털실 모자가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헐벗은 북한 아이들이 추위로 고생하는게 안타까워 시작한 뜨게질이 20여년 세월이 흘렀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본 사람이 남의 사정을 헤아리지만 행동에 옮기는 건 아무나 할 수있는 일은 아니다.
선생님이 복용하는 약이 많아보여 복약하는 동안 식사량을 늘리고 단백질 섭취를 권했다.
선생님은 스콧니어링처럼 죽으려면 소식해야지 하셨다.
스콧니어링은 100세가 되자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또렷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Good
성공적으로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라고 했다.
태어날 때는 순서대로 태어났어도 죽음에는 순서가 없기 때문에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않은 일은 멀리할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않도록 할 것
그날 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것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 스콧 니어링의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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