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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1077회 모녀지간

멀리 가는 향기 2021. 10. 3. 05:27

 

엄니가  고대하던 밤줍기 철이 되었다.   

베낭메고 가방 들고 행장 차리면 벌꾼 모자 씌우며 당부를 한다.

적당히 주우시라고. 

8월 초 아름이랑 뮤지엄 산에 다녀 온 뒤로  

기력이 달려 엄니 모시고 영양제 맞고 왔었다.  

밤 줍기  열흘만에 탈진한 엄니는 링거를 맞고 거뜬히 일어나셨다.

추석 전에 탈진한 나는  열흘 가까이 회복을 못하고 고생을 한다.

 

6.25 전쟁 중에 열아홉살 어머니가 날 낳으셨다.

나는 강골인 엄니랑 달리 약골인데다  성격도 딴판이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처방전 받아들고 나온 우리 모녀가 가는  단골 약국은 달랐다.

엄니는 부잣집에 가야 얻어 먹을 게 있다며 대형 약국으로,

나는 작은 약국을 도와줘야 한다며 여 약사가 있는  약국으로. 

 

                         1991년 (엄니 59세)

 

서울살이 시작하던 열 살부터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다짐을 했었다.

우물안 개구리로 사는  엄니가 안쓰러워  어디든 모시고 다녔다.

2016.8 (원주로 이사하던 해)

 

보고 들은 게 많으면 달라지시겠지. 

희망사항일 뿐 어머니는 도시물을 먹었어도 덕치댁으로 사셨다.

 

2017. 4월

어머니 노년은 자식 덕에 꽃방석에 앉았다는 소리 듣게 하고싶었다.

 

.2018 .9

해마다 기력이 쇠하시지만  간호사들이 나보다 어머니가 근력도 있고 기운도 쎄다고 한다.

시력이 좋아  흰머리도 잘 뽑아내신다.

                                                    2021. 9 죽산 이진터 성지

 

씼는 것도 옷 갈아 입는 것도 귀찮다 하고  "몰라' 소리를 입에 달고 사시지만 

2021.10  두물머리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엄니 다리 힘 풀리기 전에. 

 

( 건강 관리 못해서  향기통신 찐 펜들께 심려를 끼쳤습니다.

평소 위장 기능이 약해  채소 위주로 적게 먹은  탓입니다. 

잘 먹고 잘 놀며 회복하겠습니다.  보내주신 사랑 감사히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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